"성옥이는 제 성격과 너무 다른 캐릭터여서 간극을 좁히는 게 힘들었어요. 성옥이가 많이 인내하고 희생해야 했던 캐릭터였는데 저는 이해가 안 가서 감독님, 작가님, 친구들에게 물어봤고 이런 캐릭터가 많더라고요. 저는 표현을 잘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성옥이를 연기하면서 배려를 많이 배웠어요."
채널A 화요드라마 '남과여'(극본 박상민, 연출 이유연, 박상민)를 마치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배우 이설의 핑크 탈색헤어 변신에 깜짝 놀랐는데, 이 얘길 듣고 왠지 그만의 해방감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머리가 짧아진 김에 탈색을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다행히 머리가 엄청 튼튼해서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탈색을 4번 했거든요. 다음 작품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겸사겸사 탈색을 했어요."
본체 이설은 배우로서 잠시 쉬는 기간에 별 뜻 없이 새로운 머리를 시도해본 것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많이도 참아오고 권태로웠던 극중 성옥이의 7년 장기연애가 끝난 것이 형상화 된 듯해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실제 이설은 성옥이와 달리 말에서도 솔직함에 주저함이 없었고, 코인노래방, 전소미 춤 챌린지, 거문고 등 다방면의 표현을 즐기는 다채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남과여'는 만난 지 7년째 되던 날 밤 모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른 이성 곁에 있던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사랑과 권태로움 속 방황하는 청춘들의 현실 공감 연애 이야기를 다뤘다.
극중 정현성(이동해 분)과 한성옥(이설 분)은 7년 장기연애 중 권태기를 겪는 커플을 보여줬다. 오민혁(임재혁 분)은 중학교 동창으로 만나 15년 동안 친구 사이로 지낸 김혜령(윤예주 분)에게 낯선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안시후(최원명 분)는 첫사랑이자 옛 연인 윤유주(백수희 분)가 자신을 버렸다는 이유로 깊은 상처를 받는데, 몇 년 후 재회했다.
-'남과여'가 웹툰과 비슷한 듯 다른 결말이었던 것 같다.
▶다른 국가에선 12부작이고 해피엔딩을 원했다고 하더라. 저는 8부작이었으면 또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각자 잘 살고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가 됐다고 저는 해석하고 있다. 저는 원작처럼 나올줄 알았는데 발랄하게 나온 것 같다.
-원작은 수위가 높았는데.
▶부담은 없었다. 저는 더 과감하게 했었어도 재미있었겠다고 생각했다.
-동해와 친해지기 전에 첫 회부터 베드신을 촬영했는데.
▶동해 선배님이 해외 일정이 있어서 영상통화로 자주 만나면서 친해지려고 했다. 서로 '이건 액션이다'라고 하면서 정해놓고 덜 부담을 느끼고 연기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되게 편안하게 했다.
-'남과여'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웹툰을 되게 좋아했다. 저는 이게 멜로라고 생각했고 멜로를 하고 싶었다. 미묘하게 로맨스와 코미디 사이에 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심의적인 부분도 있어서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진 못했던 것 같다.
-성옥이가 제일 답답했을 때는 언제였나.
▶모든 신이 답답했다. 작가님에게 화병날 것 같다고 했는데 작가님이 응원 받을 거라 했다. 나중에 결국 헤어질 때 성옥이의 답답함이 멋있게 보였다.
-성옥이에게 직접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옥아 남자 많다. 연애 많이 하고 탈색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성옥이의 외적인 부분은 어떻게 준비했나.
▶웹툰에서 성옥이가 옷을 잘 입어서 비주얼적으로 많이 준비했다. 아이라인도 진하게 그려봤다. PPT를 만들어서 제가 스타일리스트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찾아서 PPT를 만드니 대화가 더 빨리 진행이 되더라. 평소 핀터레스트에서 자료 모으는 걸 좋아했고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동해 오빠에게도 현성이 캐릭터에 도움되는 걸 보여주면 오빠가 리뷰를 해줬다.
-7년 장기연애는 어떤 디테일로 표현하려고 했나.
▶예전 경험을 톺아보고서 오빠랑 얘길 많이 했다. 표현 과정이 무서울 줄 알았는데 재미있더라. 연애를 오래 하면 친해지면서 다 보여주지 않냐. 이에 고춧가루가 꼈는지 다 보여주는 게 어떤지 등 얘길 나눴다.
-연기 상대로 만난 동해는 어땠나.
▶동해 오빠는 진짜 잘 운다. 대단한 탤런트인 것 같다. 그리고 사람 자체가 되게 사랑이 많다. 저는 그렇게 밝고 건강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은 처음 봤는데 많이 배웠다. 제일 막촬날 저는 안 울었는데 오빠가 우는 거다. 다 큰 성인 남자가 우는 걸 처음 봤는데 팬분들 사이에선 그걸로 유명하더라.
-시청률이 아쉽진 않았나.
▶1%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편성이 두 번 바뀐 것은 아쉬웠다. '남과여'를 하면서 드라마 산업에 대해서 크게 경험하게 됐다. 제가 앞으로 배우 일을 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 결과는 아쉬울지언정 드라마가 나오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연기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거시적으로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요즘 느끼기에 K-드라마 업계는 어떤 것 같나.
▶많이들 힘들다고 하더라. 요즘 로코가 많이 나오는데 좋은 것 같다. 저는 로코를 좋아했다. '웰컴투 삼달리'랑 '마이 데몬' 좋아했고 요즘 '눈물의 여왕'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현실밀착 로코를 해보고 싶다.
-성옥이는 일과 사랑을 다 갖고 싶어하는 인물이었는데 실제 이설은 어떤 편인가.
▶나도 그런 것 같다. 이게 솔직해지지 않으니까 이상하게 표현이 되더라. 일할 때도 개인적인 친구 관계에서도 솔직하게 얘기하려고 한다. 최근에 길을 가고 어린 남자애가 아빠뻘의 남자에게 '운전 똑바로 해'라며 욕을 하더라. 그걸 보고 너무 화가 나더라. 거기서 내가 그냥 지나가도 되는데 크게 받아들일 때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이 큰데 잘 안 되면 스스로 자책하기도 한다.
-요즘 자아적으로 고민이 많은 듯해 보인다. '오춘기'(사춘기 이후 자아를 고민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나.
▶선배들이 30살부터 35살까지 그런 시기라고 하더라. 세상이 내 맘 같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다.
-개인적으로 장기연애 후 다음 사람을 만나기까지 유예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각자 다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끝나면 미련을 가져본 적이 없다. SNS 염탐도 안 하는 편이다. 저는 사랑할 때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이별에 후유증이 없는 편인가.
▶저는 한 일주일 정도? 계속 보고 싶고 그런 게 없다.
-그밖에 삶에서 미련을 둔 적은?
▶내가 버려왔던 옷들이 다시 유행하는 걸 보고 미련이 들더라. 제가 한참 빈티지샵에서 옷을 모은 적이 있었다.
-성옥이를 표현할 때 힘들지 않았나.
▶어떻게 보면 굴곡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희생하는 걸로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 연기는 웹툰 원작 그대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이미 담배 설정도 없고 수위도 낮아졌고 상황, 직업, 나이가 바뀌면서 파트너에 맞춰서 케미를 만들려고 했다.
-배우로선 앞으로 어떤 사랑 얘기를 연기해보고 싶나.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마음 편하고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걸 해보고 싶다. '남과여'에도 친구들이 많았는데 맨날 만났고 술도 마시면서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장르 불문하고 좋은 이야기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다.
-요즘 휴식기라고 했는데, 어떤 걸 하며 지내는지.
▶요즘 코인 노래방을 자주 간다. '백만송이 장미'를 그렇게 불렀다. '이 밤이 지나면', '빨간우산'을 자주 부른다. 심수봉 선배님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 부르기도 한다. 친구랑 밤에 한강을 달리는데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노래를 하니까 잘되더라. 저는 혼자 노는 거 좋아하고 잘한다.
-스스로 느끼기에 노래 실력이 어느 정도인 것 같나. 가창 예능에 한 번 나가봄직하지 않나.
▶잘 부른다기 보다 소리 지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최근 쉬는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오춘기가 온 김에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서 의미있는 시간인 것 같다. 고래를 보고 싶은데 오키나와에 고래가 있다고 해서 가보고 싶다. 얼마 전에는 LA 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더라.
-삶면서 어떤 부분에 낙을 느끼는 편인지.
▶원래 맛집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엔 맛집을 가려고 한다. 최근 파인다이닝에서 오감의 맛을 느껴본 적이 있는데 새로운 세계더라. 주변에 미식가가 많아서 또 가게되는 것 같다.
-연기 외에 다른 분야에서 관심 있는 것은?
▶유튜브로 '유퀴즈'(tvN '유퀴즈 온 더 블럭'), '가오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을 찾아보고 있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어서 영어 관련한 것, 플레이리스트, 베이스 빵빵한 음악을 많이 찾아본다. 춤추는 것도 신기해해서 아이키 씨 영상도 봤고, 전소미 씨 'Fast Forward' 춤추는 것도 엄청 보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필수적으로 국악기를 배웠는데 가야금을 했었다. 한번 북촌 마을 한 가게에서 나오는 거문고 소리가 너무 좋아서 요즘 거문고를 배우면서 거문고 영상도 보고 있다.
-끝으로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 되게 밝은 사람인데 마이너한 사람이라고 오해를 하시더라. 그런데 저를 만나고 나면 다들 아니라고 하더라. 저는 재미있는 걸 좋아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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