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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와 백소현 사이에서..'페이크 해피' [★FULL인터뷰]

  • 이승훈 기자
  • 2024-03-24
외유내강 그 자체다.

가수 서리(Seori, 본명 백소현)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리여리한 소녀 같지만, 속내는 누구보다 단단하고 깊이 있다. 데뷔 전부터 개인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음악 팬들의 귓가를 사로잡더니, 데뷔 1년 만에 하이브에게 피처링 러브콜을 받아 소속 보이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협업했다. 또한 할리우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 가창 등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서리는 방탄소년단 정국을 비롯한 아티스트의 플레이리스트 속 빠지지 않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존재감을 떨치며 한계 없는 음악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실력파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서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스타뉴스 사옥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페이크 해피'(Fake Happy)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 또 한 번의 성장통.."'페이크 해피', 서리보다 백소현에 가까운 앨범"


서리의 두 번째 미니 앨범 '페이크 해피'는 지난 21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됐다. 서리의 미니앨범 컴백은 지난 2020년 5월 데뷔 앨범 '?depacse ohw'(후 이스케이프드) 이후 약 4년 만이다. 물론 활동이 전무했던 공백기는 아니었다. 2020년 12월 첫 싱글 'Trigger'를 시작으로 총 5장의 싱글을 발매했고, 2022년 12월에는 첫 윈터 스페셜 디지털 싱글로 리스너들을 만났다. 다만 미니앨범 혹은 정규앨범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리만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서리는 "앨범으로는 너무 오랜만이다 보니까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다. 공백이 있었던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음악적으로 원래 하던 장르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해 보고 가사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팬분들에게 오랜만에 음악을 들려드리는 거라서 긴장도 많이 됐지만 반겨주셔서 감사한 일인 것 같다"라며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서리는 "기회가 딱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앨범으로 컴백하고 싶었다. 싱글은 중간중간에 워낙 많이 냈다 보니까 더 이상 싱글을 내는 것보다 앨범을 발매하는 게 팬분들에게 조금 더 아티스트로서 진정성 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 가지로 시도를 해봤다. 이전에 준비하던 다른 콘셉트 앨범도 있었는데 이번에 새 소속사와 함께 하게 되면서 다시 처음부터 다잡느라고 조금 걸렸지만 그래도 좋게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컴백이 이토록 오래 걸린 이유를 설명했다.

'페이크 해피'는 서리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개인의 깊은 감정들을 담은 신보다. 의미 없는 일들로 하루를 날리고 느껴지는 허탈감, 군중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느끼는 외로움, 염세적으로 변하는 스스로에게 느끼는 자조감과 회의감, 타인과 비교하며 느끼는 열등감 등 그동안 서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모습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스스로를 직시, 과거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서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새 앨범 모든 트랙에 작사, 작곡으로 참여했다. 특히 작사는 서리가 단독으로 진행했다. 그는 "이번 앨범은 내용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기존에 있었던 서리의 모습보다 조금 더 백소현에 가까운 앨범이지 않을까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보여지는 이미지랑 본인이 집에 혼자 있을 때, 편한 공간에 있을 때 느끼는 스스로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한 번쯤 소개하고 싶었다"라며 '페이크 해피'를 소개했다.

"백소현 안에도 밝거나 유치하고 털털한 여러가지 모습이 있겠지만 남들한테 보이기 어려운, 예를 들어 밝은 모습 보다는조금 딥한 부분을 중심적으로 다뤘어요. 트랙 순서도 밝은 모습에서 점점 내면으로 걸어가는 듯하게 만들었죠. 실제로 저도 굉장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편이에요. 어릴 땐 자존감도 낮았어요. 특히 음악 시작하면서부터는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저 사람은 이렇게 잘하는데 나도 잘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면서 겪었던 성장통 같은 내면의 여러 모습들을 담아냈어요."

동명의 타이틀곡은 순수함과 꿈으로 가득 찬 이가 현실의 벽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회의감과 자조감을 표현한 트랙이다. '이토록 열심히 달려온 결과가 허황된 가짜에 불과하면 어쩌지?'라는 의문을 표현했다. 서리는 신곡에 대해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가 문득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맞게 가고 있는 건가?'라는 회의감이 밀려올 때가 있지 않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또 겪어야 할 문제들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것들을 한 번 다뤄두면 앞으로 또 회의감을 마주했을 때 이 곡을 떠올리면서 '다시 나아가면 괜찮을 거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리스너들에게도 응원의 곡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서리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굴복과 타협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편일까. "크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는 서리는 "넘을만하다 싶으면 '일단 뛰어보자'라고 생각하고, 괜히 뛰었다가 크게 넘어질 것 같다 싶으면 '조금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빠르게 극복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거북이처럼 천천히 나아가는 스타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여러 프로듀서들과 처음으로 한 앨범을 작업해 봤어요.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었어요.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었고 동시에 큰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사운드를 통일되게 만들어야 되고 여러 프로듀서와 소통하면서 배우기도 했고 고민도 생겼어요. 스스로 '이런 부분이 아직 부족하구나', '더 노력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이번 앨범을 통해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동시에 또 성장통을 겪은 것 같아요."


◆K팝인데 한국어 가사는 단 네 줄.."경계 허물어져"


'페이크 해피'는 '가수 서리' 뿐만 아니라 '인간 백소현'이 내외면으로 성장한 모습을 담은 신보다. 이야기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는 서리는 '페이크 해피'를 통해 리스너들이 '그래도 충분히 괜찮구나,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나 또한 딛고 나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순수함과 꿈으로 가득 찬 이가 현실의 벽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회의감과 자조감을 표현한 트랙이다. 한층 더 애절해진 서리의 독보적인 보컬과 깊어진 감정 등이 돋보인다.

서리는 '페이크 해피'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느꼈던 외로움, 회의감, 열등감 등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리스닝 포인트로 위로와 공감을 강조했다. 하지만 '페이크 해피' 속 한국어 가사는 단 네 줄. 나머지는 모두 영어 가사로 이뤄졌다.

"이번 앨범을 구상할 때부터 영어와 한국어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페이크 해피'는 여러 프로듀서와 작업하면서 저에게 조금 더 도전하는 의미가 있고,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기도 했고, 현재 해외 팬분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광범위하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있어요. 각자 키워드가 영어로 표현했을 때 더 잘 묻는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죠."

서리는 본인이 그리고 싶은 메시지가 영어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영어 가사를 썼다면서 "중간에 한글 가사가 들어가는 것도 고민했다. 모든 가사를 영어로 할지, 한국어를 늘릴지 고민했는데 '나도 한국인인데 한국어가 없는 건 너무 아쉽다'고 생각해서 딱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잘 매치해보기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페이크 해피'에는 '또 새벽이 찾아 올 때면', '화면 속 내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 '마치 내가 아닌 듯이', '또 새벽이 밝아 올 때면'이라는 가사만 한글이다. 서리는 해당 부분만 한국어로 표현한 점에 대해 "한국어가 아니면 이 느낌이 너무 안 살았다. 한글이 가진 아름다움으로 꼭 넣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변에서 '갑자기 한글이 나오는 게 애매하지 않냐', '영어로 대체할 만한 게 없을까'라고 했지만, '이 부분은 한국어로 표현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번에는 영어 위주로 앨범을 만들었으니까 다음에는 한국어 위주로 만들어볼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1절은 '또 새벽이 찾아 올 때면'이고 2절은 '밝아올 때면'이에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죠. 둘 다 새벽에 대한 이미지지만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나요? 새벽이 찾아온다고 하면 예를 들어 두 세시쯤 느낌이고, 밝아온다고 하면 어감이 주는 느낌이 조금 더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부분은 꼭 한국어로 해야 된다'라고 했어요. 제가 영어를 잘 몰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한국어가 주는 느낌이 그 파트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모든 가사를 한글로 쓴 후 영어 버전으로 한 트랙을 추가해도 되지 않았을까. 서리는 "거기까진 생각 못했다"면서 K팝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전 세계에서 먹힐 만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한국 아티스트들이 하는 음악이 일단 현재 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발라드, 인디 등의 음악들도 점점 해외분들이 알아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음악이 나중에는 K팝 자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한국이라는 정서를 표현하는 음악이 K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서리뿐 아니라 현재 K팝에는 영어 가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0월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상반기 디지털 차트 톱 400에 오른 걸 그룹 음원 가사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동기 대비 18.9% 포인트 증가한 41.3%, 보이 그룹의 영어 가사 비중은 5.6% 포인트 증가한 24.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어가 없는데 K팝이 맞냐', 'K를 잃어버렸다' 등의 의견을 내비치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리는 "나도 영어 가사를 많이 하는 가수여서 어떤 의도와 마음이었는지는 너무 이해한다"면서 "한국어와 영어의 매력은 다르다. 각자 장점이 있다. 둘 다 아름다운 언어다. 영어로 표현해야만 그 맛이 사는 경우가 있고, 한국어로 표현했을 때 맛이 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점점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영어 비중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한국인이 영어로만 된 노래를 불러도 K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경계가 허물어진 것 같은 게 해외 출신 멤버들로만 구성된 K팝 그룹도 생기고 있잖아요. 밴드, 알앤비 음악처럼 하나의 문화로 되고 있어서 이런 변화가 좋다고 생각해요. 글로벌해지는 거잖아요.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라고 생각해요."


◆데뷔 1년만 하이브 피처링 러브콜.."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2020년 첫 번째 미니앨범 '?depacse ohw'(후 이스케이프드)를 발매하며 K팝 시장에 등장한 서리는 데뷔와 동시에 다양한 음악 장르가 결합된 얼터너티브 분야에서 주목받으며 '얼터너티브 K팝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또한 개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아비어의 'Tango(탱고)' 커버 영상이 천만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정식 데뷔 전부터 글로벌 리스너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던 중 서리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만난 것. 서리는 2021년 5월 발매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두 번째 정규앨범 '혼돈의 장: FREEZE'의 타이틀곡 '0X1=LOVESONG'(제로 바이 원 러브송) 피처링에 참여했다. 데뷔한 지 1년밖에 안 된 신인 가수가 대형 소속사에게 러브콜을 받아 피처링을 진행하는 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서리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작업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멤버들과) 녹음은 따로 진행했는데 내가 녹음하는 현장에 직접 다 와서 디렉팅을 봐주셨다. 하이브 사옥에 가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선배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니까 긴장을 많이 해 첫 테이크에서는 준비했던 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좋다'고 해주셔서 기운을 내고 녹음했더니 점점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태현은 컴백 쇼케이스 당시 "음악을 표현하는 데 정해진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서리가 처음 불러준 노래를 듣고 '이건 정답이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라며 서리의 음색을 극찬하기도 했다.

이에 서리는 "너무 감사했다"면서 "내가 마침 너무 하고 싶었던 록 기반의 장르였다. 지금은 드디어 (록 기반의 음악을) 발매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계획에 없었던 록 장르였기 때문에 곡만 들어도 너무 설렜다. '누가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에 많은 준비를 하고 갔었는데 좋게 들어주셔서 굉장히 감사하다. 영광이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하이브에서는 당시 서리라는 가수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러브콜을 제안한 걸까. "글쎄요"라며 고민에 빠진 서리는 "물어보지는 못했다. 너무 신나서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구나' 했었다"라며 웃었다.
이승훈 기자 |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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