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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소속사 아쉬운 팬 홀대 논란[이승훈의 걸림돌]

  • 이승훈 기자
  • 2024-04-05

여러모로 최정상 가수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는 앨범만 발매했다하면 글로벌 음원·음반 차트는 물론,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싹쓸이하며 대체불가 여자 솔로 아티스트의 입지를 굳혔다. 복지 취약 계층을 위해 기부도 꾸준히 하고, 실종 아동 찾기 캠페인에도 참여하면서 '선한 영향력의 정석'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팬사랑도 1등이다. 아이유는 데뷔 15주년 기념으로 열린 자신의 전시회에 탈을 쓰고 깜짝 등장하는가 하면, 굿즈를 사라며 팬들에게 직접 개인 카드를 건넸다. 콘서트를 개최할 때면 오랜 시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을 관객들을 위해 방석까지 선물하면서 팬바보의 면모를 자랑했다.

심지어 지난 2월에는 미국에 거주 중인 한 할아버지가 유애나(팬덤명) 가입 방법 등을 묻는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자 아이유는 해당 링크를 개인 SNS에 게재, "할아버지의 영상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미국에서 열리는 나의 콘서트에 초대하고 싶다. 회사에서 곧 연락이 갈 것이니 꼭 와달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팬 A 씨가 콘서트 부정 티켓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유애나에서도 영구 제명된 논란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아이유다.


A 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아이유가 미국 할아버지를 자신의 콘서트에 초대한 2월 22일에 알려졌다. A 씨는 개인 블로그에 "아이유 콘서트 소명 요청(도대체 왜)"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KSPO DOME에서 개최된 2024년 아이유 'H.E.R.' 월드 투어 티켓팅 선예매에 성공했다. 하지만 친구가 대신 입금한 점이 불법 거래로 분류돼 멜론티켓으로부터 부정 티켓 거래가 아님을 증명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소명 자료는 예매자 본인의 신분증, 입금확인증 또는 카드결제내역, 예매·입금·확정이 되는 결제 과정 등이다.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A 씨는 이같은 소명 요청을 받게 된 이유를 손글씨로 써가며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신분증 등을 첨부했다. 다행히 A 씨는 공연 전 멜론티켓으로부터 소명 내용 확인 메시지를 받으며 정상적인 콘서트 관람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A 씨는 공연 당일, 티켓을 받지 못했다. A 씨는 티켓 부스에 방문해 예매 확인 페이지와 신분증을 제출했으나 스태프에게 "아까 가져갔는데"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A 씨는 소속사 부스에서 공인인증서까지 보여주며 다시 한 번 확인 절차를 거쳤음에도 대리 티켓팅이 또 문제가 돼 티켓을 받지 못했고 본인의 추가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유 공식 팬클럽 유애나에서도 영구 제명됐다.


결국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이하 이담엔터)는 A 씨에게 사과했다. 다만 해당 글은 유애나에서 영구 제명돼 A 씨가 접근할 수 없는 공식 팬카페에 업로드됐다. 지난 3일 이담엔터는 "이번 일로 인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팬 A 씨께서 응대 과정부터 이번 공지까지 불쾌함을 끼쳤다면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한다. 이른 시일 내 원만히 합의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이미 A 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아이유 콘서트.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A 씨의 블로그를 통해 그의 자리가 어디인지 공개됐던 터라 공연장 내에서 찍힌 동영상과 사진 등을 통해 A 씨의 자리가 비어있는지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콘서트에 참석했던 팬들이 제보한 사진에 따르면, A 씨의 자리에는 누군가 앉아있다. 전날 이담엔터는 A 씨의 자리에 대해 "현장에서 다시 판매되지 않았으며 당사 임직원 및 현장 관계자 누구도 지인에게 양도하지 않았다. 오해의 소지를 방지하고자 당일 좌석의 실물 티켓도 출력 원본 그대로 갖고 있다"라고 밝혔기 때문에 소속사를 향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졌다.

이담엔터는 해당 이슈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4일 이담엔터 측은 스타뉴스에 "우리도 내부적으로 확인했다"면서 "당시 공연장 내에 DVD 촬영용으로 카메라들이 다 있어서 혹시 몰라 입장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파일을 돌려가며 그 자리를 봤다. 우선 오프닝 때랑 초반까지는 그 자리가 비어있었고, 이후 1부에서 2부가 시작될 때 쯤 어느 분께서 앉아 있었다. 당사는 그 티켓을 어디에 팔거나 넘기지 않았다. 관객분들께서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스태프들이 화장실 안내 후 관객분들이 다시 공연장에 입장할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착석을 했는지 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화장실을 갔다 온 후 비어있는 자리를 보고, 흔히 말하는 '메뚜기'처럼 (A 씨 자리에) 앉은 게 아닐까 추론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담엔터는 "DVD 촬영용 파일을 확인했다면 A 씨 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느 좌석에서 이동했는지 알 수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확대를 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본인의 자리에 앉아 있거나 자리를 비우는 등의 부분만 확인이 됐다"라고 대답했다.


콘서트를 한 번이라도 가 본 팬이라면 안다. 공연장 내에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팬들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본인 마음대로 자리를 옮겨다니는 메뚜기 행동은 일체 할 수 없다. 심지어 아이유 콘서트는 전석 매진된 공연이기 때문에 메뚜기는 더욱더 힘들다.

또한 '암행어사 제도'를 이유로 팬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소명 자료를 요청하며 부정 티켓 거래를 해명하라고 해놓고, 정작 A 씨의 자리 논란에는 "메뚜기로 추론하고 있다"라며 두루뭉술하게 해명해 이담엔터의 어리숙한 팬 대응법 역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사실 팬들의 저격 주체는 아이유가 아닌 이담엔터였다. 그러나 '예매자 본인이 직접 예매 후 관람해야 하며 대리 예매 시도 및 양도의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공지사항에도 불구하고 미국 할아버지에게는 티켓을 선물한 점,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서 유재석과 양세찬에게 매진된 콘서트 티켓을 나눠주겠다고 말한 부분(두 사람은 실제 공연에 참석했다), 자체 콘텐츠를 통해 회사 상사를 위해 대리 티켓팅을 하며 승진을 꿈꾸는 회사원 역할을 맡았던 아이유의 지난 과거들이 재조명되면서 아이유를 향한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유 측의 말이라면 자녀를 위해 대신 티켓팅을 해준 부모는 물론, 디지털 문화가 서툰 취약 계층·노년층 부모를 위해 티켓을 구매한 자녀들도 모두 부정 티켓 거래자다.

특히 3만 5000원을 지불하고 유애나에 가입, 콘서트 선예매 혜택을 이용해 티켓팅에 성공했음에도 부정 거래 누명을 쓴 A 씨의 사연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아무 쓸모가 없는 무용지물 팬클럽 특전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홀로 그 넓은 공연장을 꽉 채우고 지금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두 팬들의 큰 사랑과 응원 때문이라는 것을 아이유 본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최근 그와 이담엔터의 행보를 바라보면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 해명에만 급급할 뿐 확실한 해결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A 씨의 문제만 봐도, 그의 티켓값 환불과 유애나 영구 제명 해제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팬 대응 무능력함을 입증한 이담엔터와 팬심을 잃고 있는 아이유. 지금 남아 있는 팬들에게도 외면 당하지 않으려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불분명한 해명이 아닌 명명백백한 소명이 필요하다. 팬들이 다 떠나간 후에 후회해 봤자 그땐 이미 늦었다.
이승훈 기자 |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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