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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AAA' 첫 참석, '국뽕' 차올라..큰 에너지 느꼈다"[인터뷰①]

  • 김나연 기자
  • 2024-04-05

안정적인 길에서 갑작스럽게 궤도를 수정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익숙한 일, 또 나에 대한 익숙한 시선을 바꿔놔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배우가 있다. 바로 김지훈이다. 그는 다시 0으로 돌아가 끝내 전환점을 찾았고, 고착화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궤도를 수정한 비행도 안정권으로 접어들었고, 김지훈은 훨훨 날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연기란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만족에 대한 기준은 높지만, 실망보다는 만족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고민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김지훈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열망을 놓지 않는다. 그가 한 단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지훈은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필리핀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3 Asia Artist Awards IN THE PHILIPPINES'(2023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인 필리핀, 이하 '2023 AAA')에서 'AAA 베스트 아티스트' 배우 부문을 수상하며 글로벌한 영향력을 입증했다.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발레리나'에서 불법 촬영물로 여성을 협박하고 착취하는 등 끔찍한 악행을 일삼는 최프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이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는 재벌가 3인자 '박태우'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악역으로 변신했다. 김지훈은 올해도 자기 안의 새로운 것을 꺼내기 위한 여정을 계속한다.

-AAA 베스트 아티스트상 수상을 축하한다. 함께 출연한 가수들을 '리스펙'하는 소감이 인상적이었는데.

▶아이돌들이 무대에 서는 걸 오랜만에 봤다. 가수들의 무대를 보고, 아레나를 가득 채운 함성을 듣다 보니까 '국뽕'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또 무대가 아닌 무대 뒤 모습도 함께 지켜보니까 그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이더라. 존경하게 됐고, 영한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시상식 시간이 길었지만, 아는 배우들과 수다 떨면서 무대를 즐겁게 지켜봤다. 무대들이 다 알차고, 볼거리가 있으니까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가수를 꼽으라면, 뉴진스다.(웃음)

-지난해 '발레리나'부터 올해 '이재, 곧 죽습니다'까지 연이어 공개된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작품이 공개되는 타이밍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찍은 후에 공개가 미뤄지면 지칠 때도 많다. 좋든, 안 좋든 제 연기가 공개된 후에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큰 힘을 얻는다. '발레리나'는 공개되기까지 1년이 걸렸고, '이재, 곧 죽습니다'는 3~4개월 만에 바로 나오게 되면서 타이밍이 맞물렸다. 두 작품 다 악역을 맡았는데, 제 의지도 있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악역이지만, 다른 결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보신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보람을 느꼈다.

-'발레리나'의 최프로, '이재, 곧 죽습니다'의 박태우는 어떤 차이점을 두고 연기했나.

▶죄의 경중으로 따지자면, '이재, 곧 죽습니다'의 박태우를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발레리나'에서도 혐오스러운 범죄자지만, 살인은 저지르지 않는다. 최프로 연기할 때는 무서운 느낌을 주고 싶다기 보다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최대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최후에는 밑바닥을 기는 인간의 처절함을 보여준다면 감정이 더 극대화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재, 곧 죽습니다'의 박태우는 어떻게 하면 이 인간이 소름 끼치고, 섬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잡은 설정이 있었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제가 연구한 부분을 여러 버전으로 보여드렸다. 근데 선택은 감독님의 몫이다. 편집 과정에서는 제가 힘을 줬던 부분이 잘렸는데 만족스럽긴 하지만, 그 부분이 잘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은 있다.

-연이어 악역을 연기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있나.

▶여전히 연구하고 있다. 완성된 건 없고, 캐릭터를 연구할 때마다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본다. 어떤 작품의 캐릭터에서 하나의 팁을 얻어서 발전시키는 거다. 늘 캐릭터를 받으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다.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막막함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작은 실마리를 찾아서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거다. 배우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연기는 늘 어렵고 힘들다.

-악역은 실제 경험을 녹이기 힘든 역할인데, 보통 캐릭터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나.

▶기본은 대본이다. 밖에서 만들어서는 현실에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영화나 드라마가 허구지만, 사람들을 믿게 만들어서 현실처럼 보여야 한다는 모순된 작업이다. 사실 연기는 다 가짜다. 가짜로 하면서, 진짜처럼 믿게 만들어야 하고, 나도 진짜처럼 믿는 순간이 있어야 좋은 연기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본 안에서의 단서를 가지고, 계속해서 현실에 발을 붙일 수 있는 지점을 연구하면서 남들과는 또 다른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한다. 모든 걸 직접 경험해볼 수는 없으니까 상상력의 문제인 것 같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도 얼마나 공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터뷰②에 이어.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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