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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투쟁 ing"..'기생수' 연상호 감독이 밝힌 '연니버스'[★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4-04-09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며 '연니버스'를 구축한 연상호 감독이 '기생수: 더 그레이'를 통해 대중과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9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의 연상호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연상호 감독은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천 5백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하는 작품 '기생수: 더 그레이'로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원작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낸 '기생수: 더 그레이'는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에서 큰 호평을 얻고 있다.

OTT 순위 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기생수: 더 그레이'는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6~7일)에서 한국, 브라질, 멕시코, 태국, 아랍에미리트연합국, 싱가포르, 카타르 등의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인도, 프랑스, 코스타리카, 헝가리 등에서도 2위에 올라 글로벌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작품에 대한 반응이) 전에 했던 작품보다 규모가 다르다는 느낌이 있었다. 첫날 좀 기대를 했는데 잘 시작한 것 같다"며 "사실 '지옥' 때는 '카우보이 비밥'이 오픈을 했고, 이번에는 '삼체'가 오픈해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반응을) 가장 우려했던 국가는 일본이었다. 워낙 메이저 만화이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했다. 이게 완전한 원작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핀오프인 거다. 근데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은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자와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며 "판권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미팅을 한 차례 가졌고, 그때 전체적으로 설명해 드렸다. 이런 내용으로 만들고 싶다는 브리핑을 했고, 원작자에게 전달됐다. 이와아키 히토시 선생이 열려있는 분이신 것 같다. '기생수'가 의외로 스핀오프가 많은 작품이다. 대본 작업을 하면서도 하나의 시놉시스, 하나의 대본이 완성될 때마다 보내서 피드백을 받았다. 근데 피드백 양이 많지는 않았다. 완성본을 보시고 수기로 반응을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원작 '기생수' 속 기생생물은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 뇌를 먹고 인간을 숙주로 삼는다. 먼저 원작 만화 '기생수'의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는 오른쪽 손이 기생생물인 형태로, 기생생물인 '미기'는 숙주의 저항에 의해 뇌를 지배하는데에 실패해 탄생한 변종이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이 가진 공존, 공생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물론 원작과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른 면은 있다. 이 이야기는 6부작이고, 속도감 있게 가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액션과 스릴 중심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수인'(전소니 분)과 '하이디'의 공존 과정이 극적으로 발생하길 바랐다. 처음에 기획했던 콘셉트가 그런 거였다. 말이 안 통하고, 직접적인 소통도 못 하는 친구인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목도 '기생수'고, 제가 생각하는 모든 생물은 기생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기생이라는 단어를 어떤 개념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컸다. 기생한다는 말과 의지한다는 말은 같은 말일 수도, 다른 말일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영화에서 표현해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어떻게 보면 '기생수: 더 그레이'에 나오는 일종의 빌런은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인' 같은 경우는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걸 꺠달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뉘앙스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기생생물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현장에서 직접 '시연'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저는 그런 걸 좋아한다. 어차피 많은 사람이 안 보이긴 하지만, 같은 걸 보고 있어야 다 같이 움직일 수 있다. 그 전에 테스트 촬영을 해서 CG 팀이 가합성 해보는 작업을 하고, 배우들, 스태프와 공유했다. 사전 작업을 많이 하면 현장에서 어려운 게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상호 감독은 '수인' 역의 전소니에 대해 "처음에는 하이디 역할을 본인이 하는지 몰랐더라. 나중에 알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제가 놀랐던 게 철민(권해효 분)과의 병원 신에서 자기의 불행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진짜처럼 느껴졌다. '수인'이라는 캐릭터가 불행을 가지고 있지만, 막 드러내는 캐릭터는 아닌데 전소니가 그 역할을 '진짜'처럼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후반부에는 '하이디'에 많이 몰입됐다. 건조하고 무표정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수인'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면을 전소니 배우가 잘 표현해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반도'에 이어 구교환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연상호 감독은 "'하이디'는 진지하고 '수인'은 우울하다. 그런데 둘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캐릭터까지 무거운 느낌으로 연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구교환 배우가 그런 부분의 이해력이 높고, '강우'가 껄렁대면서도 내면에는 어두움이 있어서 연기하기 힘든 역할인데 구교환 배우가 적재적소에서 연기해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반도' 때도 그랬지만, 연출도 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연기하는 게 좋겠다는 계획이 디테일하게 있는 편인 것 같다. '구교환 배우가 안 했으면 누가 이걸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우'와 구교환 배우는 찰떡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정현은 출산 3개월 만에 '기생수: 더 그레이' 촬영에 나섰다고 밝힌바. 이에 연상호 감독은 "'준경'은 남편은 기생생물에 잃었고, 여전히 남편의 몸과 얼굴을 한 기생생물이 살아있는 거고, 그걸 고문하면서 복수하려고 하는 캐릭터"라며 "그런 부분이 재밌었다. 엄청난 고통을 안고 있는데 가짜 광기로 감추고 있는 인물"이라며 "이정현 배우가 가수 시절부터 보여줬던 여러 모습이 떠올랐다. '준경'은 남편과 있을 때 이외의 그 외의 모습들은 가면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임신했을 때 든 생각은 '적절한 시기에 임신하셨구나' 였다"며 "확실히 여자 배우들에게 임신, 출산은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일정 기간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나 저희 스케줄과는 상관없는 시기라서 다행이었다. 확실한 건 이정현 배우는 연기를 잘한다. '이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 장면도 잘 표현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은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에 대해 "부담이 되기도, 좋기도 하다. 저는 제 자신을 평가하자면, 그렇게 대중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성격 자체가 대중성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대중성 있는 뭔가를 할 때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그건 제가 해결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근데 이 업계가 투자받지 못하면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그 시기가 되면 대중성을 완벽하게 내려놓고 남은 생을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서양화과 출신이라서 그림이나 그릴까 생각 중인데 지금은 일하고 있으니까"라며 "원래 대중적이지 않은 사람이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가면서 에너지가 나오기도 하고, 오류가 나기도 한다. 저는 그 투쟁의 과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생수: 더 그레이'는 대중성과 어느 정도 타협했냐는 질문에는 "플릭스패트롤 순위만큼"이라고 답하며 "대중성은 결과에서 보여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 결과를 보면서 이번에는 '대중들과 좀 호흡했구나'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날 때부터 대중 친화적인 사람이라면 이 일을 하는 게 너무 편하고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항상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올 하반기 '지옥'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그는 "후반 마무리 작업 단계. 아마 조만간 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는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흥행은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지옥'의 세계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기에 좀 더 깊어지고, 얘기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며 "'지옥1'을 재밌게 보신 분들은 당연하고, '지옥1'을 재미없게 보셨던 분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다. 제 목표는 '지옥2'를 통해서 시즌1을 안 보신 분들도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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