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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친 사람'이라 할까봐 고민"..'동조자' 박찬욱 감독, 로다주와 그린 베트남 역사 [종합]

  • 메가박스 코엑스=최혜진 기자
  • 2024-04-18
박찬욱 감독의 고심 끝에 탄생한 '동조자'가 베일을 벗었다. '미친 사람'이라는 반응을 듣게 될까 봐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던 '동조자'다.

1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쿠팡플레이 공개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각본, 연출 박찬욱)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다. 퓰리처상 수상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Viet Thanh Nguyen)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BBC '리틀 드러머 걸' 이후 6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리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원작을 둔 작품을 연출하며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그는 "원작은 행동과 대사로만 이뤄지는 영화 각본과 달랐다. 풍부한 표현을 갖춘 문학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이 작품에서는 어딘가에 갇혀 강압에 의해 자술서를 쓴다는 기본 세팅이 있다. 자술서를 쓰라고 강요한 사람이 써놓은 것을 읽고, 심문하는 시간도 있다. 이 두 가지 장치를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또 여기에 내러티브 장치를 설치했다. 내러티브에서 엉뚱한 사람의 목소리가 개입한다. 그러면 화면이 멈추며 특정한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플레이가 된다. 그럼 또 다른 정보들이 또 제시된다. 그런 아주 영화적인 기법을 문학에 결합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에서 웃음 장치를 잘 활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문학에선 재치 있고 냉소적인 표현, 흥미로운 비유를 동원한 유머가 곳곳에 있다. (영상에서는) 그것 이상의, 예를 들어 인물, 환경, 공간 등 문학에 없는 요소들을 사용할 수 있으니 그걸 가동하려고 했다. 부조리함을 드러낼 수 있는 유머를 최대한 사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상황, 논리적이지도 않고, 또 불쌍하고도 비극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씁쓸한 유머가 중요하다고 봤다. 소설과 제일 다른 부분이자 제일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코미디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에서 베트남이란 해외 역사를 다뤘다. 이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그런(해외 역사를 소재로 다룰) 자격이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꼭 그 집단에 속해야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에 독일 감독이 와서 한국 역사를 다룬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면 비웃을 생각은 없다. 궁금할 거 같다. 우리와 다른 관점이 들어갈 텐데 궁금하다고 생각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소재가 되는 지역, 역사 등을 얼마나 진지하게 공부하느냐인 거 같다. 또 나에겐 주어진 원작이 있으니, 작가와 많이 대화하며 의도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찬욱 감독은 "또 나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존중을 담고, 이를 영화적인 표현을 구사해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동조자'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주연으로는 배우호아 쉬안데, 프레드 응우옌, 또안 르, 알란 트롱, 산드라 오 등이 함께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가 있다. 바로 1인 다역에 도전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다.

박찬욱 감독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1인 다역에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원작을 읽고 각색을 논의하던 초창기에 떠오르던 아이디어였다. 3화에 스테이크 하우스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어떻게 각색할까를 고민했다. 그 장면에서 백인 남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교육, 문화 관계자, CIA 요원 등 중요한 인물들이 있는데 결국 미국 자본주의, 미국 기관을 보여 주는 얼굴일 뿐이고, 결국 하나일 뿐이다.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고, 이를 시청자가 단박에 알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듀서들에게 이 얘기(1인 다역)를 하면 '미친 사람'이라고 할까 봐 오래 고민했다. 그런데 얘기를 했더니 다행히 좋은 반응을 보이더라. 오히려 이 아이디어가 HBO 등에게 기획을 설득할 때, 좋게 작용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백인 중년 배우가 누구일지 고민했다. 스크린 타임을 합쳐 놓으면 주연이 될 만큼 중요한 역할이었다. 참 희한하게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훌륭한 배우가 많은데, 다양한 역할을 구별하고 개성을 강하게 표현하는 사람을 막상 찾기가 어려운데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TV 시리즈를 한 적 없고 워낙 슈퍼스타라 큰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제안을) 보내보기나 하자 했는데 금방 수락해 줘서 신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쟁을 다룬 작품인 만큼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은 여러 국가 인물들을 캐스팅한 것에 대한 비화도 공개했다.

박찬욱 감독은 "캐스팅에 완전 고심이 많았다. 미국, 아시아, 호주, 베트남 등 배우들을 포함해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연기를 할 수 있는지를 우선 거르고, 내게 전달된 영상을 봤다. 몇 천 명의 연기 영상을 봤다"며 "결국 캐스팅 된 사람 중에 배우가 아닌 사람도 많았다. 작품을 처음 해 본 사람, 단편만 조금 해 본 사람, 동네 커뮤니티에서 작은 역을 해본 사람, 다른 직업 가진 사람 등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그들을 찾는 것도 어려웠고, 그들을 믿는 것도 용기였다. 긴 여정 동안 다양한 장르를 연기해야 하는데 '그들이 잘해낼 수 있을까', '하다가 도망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했다. 집중해서 예리하게 판단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한국 작품들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파친코',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박찬욱 감독은 해외에서 한국 작품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작품의 영향이 있는가 하면 시대가 그런 작품들의 성공을 만든 거 같다. 그런 작품에 거대한 투자가 들어간 것은 시대의 영향이 필수적이다. 서양 사회, 특히 미국 사회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동안 특정 일부의 집단, 특정한 인종의 목소리만 들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그런 데에 대한 반성이 분명히 생겨나는 거 같다. 또 소수 집단이 점점 힘을 가지게 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찾고, 또 그 통로를 찾는 힘도 가지게 됐다"며 "경제 논리로 보면 이게 하나의 시장이 됐다. 그런 일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 듯싶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한류를 이끌 작품이 될 '동조자'에 대한 많은 관심도 독려했다. 그는 "요즘 시청자들은 한꺼번에 보는 것을 좋아하는 시대다. 그런데 한 주에 하나씩 기다렸다 보는 재미도 꽤 있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나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볼 때 다음주를 기다리는 마음, 감질나게 궁금하게 하는 것들을 좋아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의 나라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느껴지는 것이 클 것이라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도 전쟁을 겪었다"며 "또 유머가 많은 작품이다. 웃어도 되는, 웃으라고 만든 거다. 대폭소가 터지는 유머는 아니지만, 음미하며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관전 포인트도 전했다.

한편 '동조자'는 쿠팡플레이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1회씩 공개된다.
메가박스 코엑스=최혜진 기자 |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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