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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하던 김병만과 SBS의 깊어진 갈등..'정글밥' 쉽지 않네 [★FOCUS]

  • 윤성열 기자
  • 2024-04-19
SBS 신규 예능 '정글밥'을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SBS 대표 장수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함께 이끌었던 개그맨 김병만이 '정글밥'을 론칭한 SBS에 아이디어 도용 의혹을 제기하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고, 이에 SBS가 '정글밥'이 김병만이 아닌 배우 류수영에게 영감을 받아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김병만의 주장을 정면 반박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SBS에 따르면 올 하반기 론칭 예정인 '정글밥'은 오지에서 식문화 체험하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글의 법칙', '공생의 법칙', '녹색 아버지회'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 김진호 PD가 연출을 맡았다. 김진호 PD는 '정글의 법칙'과 '공생의 법칙'으로 김병만과 오랜 인연을 쌓은 사이다.

특히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과 김진호 PD 모두에게 각별한 프로그램이다. 김병만은 남다른 운동 신경과 강인한 생존 능력을 바탕으로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정글의 법칙'을 이끌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병만족' 족장이란 타이틀로 맹활약한 그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SBS 연예대상' 대상을 거머쥐며 김진호 PD와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 SBS는 이후 '주먹 쥐고 소림사', '주먹 쥐고 뱃고동' 등 김병만을 중심으로 한 예능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정글의 법칙'은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지난 2021년 5월 방송을 끝으로 종영을 맞았다. 김병만은 유튜브 채널 '정글 크래프트'를 운영하며 '정글의 법칙'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정글의 법칙' 시절부터 함께 한 일부 스태프도 '정글 크래프트'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호 PD는 올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정글밥'을 준비 중이다. 배우 류수영과 개그맨 이승윤이 합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글'하면 떠오르는 김병만은 섭외 명단에서 빠졌다. 김병만의 SBS 예능 출연은 지난 2022년 10월 막을 내린 '공생의 법칙' 시즌2가 마지막이다.

김병만은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김병만이 SBS에 토사구팽당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게다가 김병만은 '정글밥'이 애초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김병만은 YTN과 인터뷰에서 "나를 출연시켜 달라는 게 아니다"며 "'정글의 법칙' 재개에 대한 희망고문만 하다가 결국 아이템만 도둑질해 간 셈이니 서운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2월 SBS 예능 스튜디오 고위 간부를 만났고, 정글 생존이 아닌 체험과 힐링을 테마로 한 스핀오프를 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SBS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SBS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올 하반기 방영되는 SBS 신규 예능 '정글밥'은 2023년 8월 '녹색 아버지회' 스리랑카 촬영 당시 현지 시장에서 산 식재료를 이용해 즉석에서 한국의 맛을 재현해내는 류수영 씨를 보고 영감을 얻은 '녹색 아버지회' 제작진이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며 "이미 올해 1월 말 편성을 확정짓고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만이 아이디어를 내기 전, 이미 '정글밥' 론칭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잡혀 있었다는 것.

SBS는 또한 '정글밥'이 '정글의 법칙' 스핀오프가 아닌 새로운 내용의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통해 오지에서의 요리 경험이 많은 류수영 씨는 '정글밥'을 통해 K-레시피가 우리와 전혀 다른 식문화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국의 맛을 전세계에 알린다는 콘셉트에 맞춰 'K-식문화 교류기'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병만의 폭로 여파로 '정글밥'은 본격적인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정글의 법칙'으로 남다른 인연을 쌓았던 김병만과 김진호 PD는 이번 일로 껄끄러운 사이가 됐다. 김진호 PD와 함께 '정글밥'을 이끌 류수영 측도 덩달아 당황스러운 눈치다.

사실 정글을 소재로 한 SBS 예능에 꼭 김병만이 출연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김병만이 '정글밥'에 빠졌다는 것 자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김병만이 공개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 것은 그만큼 '정글의 법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일 터다. 다만 아이디어 도용을 둘러싼 논란은 다른 문제다. 이는 제작진이 갈고 닦은 역량으로 시청자에게 증명해야 할 부분이다. '정글밥'이 일찌감치 찾아온 난관을 딛고 순항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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