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그룹 뉴진스 소속사이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민희진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한국컨퍼런스 센터에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민 대표는 "여러가지 의혹에 휘말리게 됐고, 하필이면 뉴진스 새로 나오는 음반과 일정이 겹쳐졌다. 원래 나는 뉴진스 음반을 정리를 하려고 했다. 감사 이런 게 월요일에 갑자기 시작됐다. 폭탄 같았다. 하이브가 아티스트에 했던 PR 보다 강도 높은 행동을 했다. 이 정도까지 할 수 있구나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저는 와닿지 않았다. 여러분은 계속 그 기사만 보셨기 때문에 제가 '표절시비'를 얘기할 때 왜 다른 얘길 하냐고 생각했을 거다"며 "저랑 부대표가 얘기한 카톡을 포렌식해서 오늘 이렇다고 정황을 (하이브에서) 얘기한 것 같은데 희대의 촌극 같다고 생각했다. 여러분 입장에선 이미 제가 죄인이기 때문에 왜 저렇게 얘기하냐고 할 수 있지만, 저를 공격하는 하이브 박지원 사장은 얼마 전까지도 저랑 반말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사이다. 제가 사실 내부고발을 한 게 있는데 공식적으로 업에 개선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는 "BTS가 내 걸 베꼈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명예훼손이 될까 봐 '베꼈다는 취지로'라고 하더라. 민희진이 모두가 자기 걸 베꼈다고 하는 프레임을 씌워서 이상한 형상을 만들었고, 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상상력을 키웠다"며 "저는 하이브 분들에게 묻고 싶다. 왜 사람을 너무 이상하게 만드는지"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민 대표의 법률 대리인은 하이브가 제기한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 의혹에 대해 "저희가 보기엔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민 대표가 기도하거나 실행에 착수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예비 죄도 실행을 준비했을 때 해당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 정도도 안 된다. 그런데 배임으로 고소를 한다고 해서 고소장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 대표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당시 주고받은 카톡(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 내용에서 방 의장은 민 대표에게 "제가 말 그대로 성덕 아닙니까", "SM은 잊고 민희진 월드 건설하시는 걸로", "빅히트 인프라 50프로, 민희진 크리에이티브가 50프로라고요"라고 했다.

민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퇴사 이후 2019년 하이브 CBO(브랜드 총괄)로 자리를 옮겼고, 2021년 어도어 대표로 선임됐다.

민 대표는 "빅히트는 BTS 때문에 여자 팬이 많아서 여자 그룹을 내면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여자 레이블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쪽엔 이미 팀이 있으니 쏘스(뮤직)를 사올 테니 여기 연습생을 쓰면 우리가 빨리 데뷔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저는 처음에 싫다고 했는데 계속 제안을 주셨다"며 "안정된 조직에서 일하는 게 제가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꿈을 펼치고 싶었다. (하이브 입사 전) 투자자도 저에게 이상한 작업을 했는데, 여자가 사회생활하는 게 비위 맞춰야 하고 더럽구나 싶어 이 회사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또한 "하이브와 (처음부터) 이견이 있었다. 연습생을 뽑는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쏘스뮤직엔 여자친구가 있었다. 여자친구가 해체된 건 저랑 정말 연관이 없다. 미안하게 쏘스에 있던 연습생 중에는 민지밖에 데뷔할 친구가 없더라"고 뉴진스 멤버를 모은 과정을 밝혔다.

민 대표는 "(입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저랑 친해지려고 했다. 그래서 저희가 반말하는 사이가 됐다. 그런데 박지원 대표가 '사쿠라, 김채원을 필두로 걸그룹을 내야겠다'고 했다. '민희진 걸그룹'이라고 이름 팔아놓고 이렇게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고, 저는 사쿠라, 김채원을 영입하는 줄 몰랐다. 제가 그때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양아치 같다', '기자회견 하겠다'고 했더니 그 다음에 그룹을 내면 된다고 하더라. 저까지 나쁜년이 되지 않냐.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준 곡으로 연습시키고 싶었고 내 안무 디렉팅으로 데뷔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민 대표는 "제가 어도어를 받아서 떵떵거리는 줄 알죠"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제가 한이 너무 많은데, 박지원 대표가 '르세라핌 나올 때까지 뉴진스 홍보하지 말아 달라. '민희진 걸그룹'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폭로했다. 민 대표는 또 방시혁 의장이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고 한 카톡 내용과 뉴진스가 '빌보드 핫100'에 오른 직후 보낸 카톡에서 "즐거우세요?", "왜 웃어요? 진짜 궁금한건데", "아 즐거우시냐고요"라고 말한 카톡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 데뷔 직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간 것도 "제가 직접 홍보하기 위해서 나간 거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이 하이브에 입사하자 방 의장이 태도를 바꿔 르세라핌을 '민희진 걸그룹'으로 '언론플레이'를 해 뉴진스 전에 데뷔시키려 해 감정이 상했다는 것.

민 대표는 하이브가 제기한 '주술 경영'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 공식입장을 내고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인사, 채용 등 주요한 회사 경영사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이 무속인은 민 대표의 가까운 친족이 혼령으로 접신한 상태라며 민 대표와 카카오톡으로 경영 전반을 코치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공개한 대화록에 따르면 무속인은 지난 2021년 민 대표에게 "3년 만에 회사를 가져오라"라고 조언했다. 또한 민 대표는 무속인에게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병역 이행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군대가는 게 나한테 더 나을꺼 같다. 보내라"라고 청했다.

이에 민 대표는 "나 왜 쫓아내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왜 '무당이 어쩌니'라는 얘길 꺼냈는지 묻고 싶다. 이 회사가 하도 나에게 지긋지긋하게 구니까 에이스(방탄소년단)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활동하는 게 홍보 포인트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 거다. 굿으로 군대 간다면 세상 사람 모두가 굿해서 군대가지 않겠냐. 저 고소할 거다. 무속인인 사람도 지인으로 두면 안 되냐. 무속인은 불가촉천민이냐. 저 원래 점 보러 안 다니는데 하이브 때문에 정신과에 다녔는데 시원함이 안 풀리더라. 내 얘기라도 해서 시원함이 풀린다면 생각해서 (무속인에게) 물어본 거다"고 토로했다.

하이브와 민희진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뉴진스는 오는 5월 컴백을 앞두고 있다. 내달 24일 새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를 발매한다. 수록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는 오는 27일 선 공개된다.

민 대표는 뉴진스의 컴백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묻자 "해야 한다. 저희는 손해배상 청구할 거다. 어도어가 하이브에게 업무 방해를 받았다. 이번에 하이브가 뉴진스 홍보를 그렇게 해주는지 꼭 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민 대표는 앞서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베꼈다며 하이브에 공식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릿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이 지난달 론칭한 신인 걸 그룹이다. 이에 민 대표는 "내가 아일릿을 비방한 게 아니다. 생머리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제작 포뮬러 자체를 너무 모방했다는 거다. 그걸 안 하는 게 배임이다. 그렇게 따지면 멀티레이블 왜 했냐. SM처럼, YG처럼 하지"라고 지적했다.

민 대표는 여전히 뉴진스 멤버들과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그는 "뉴진스랑 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관계 이상이다. 어제 하니가 '대표님 너무 힘드시죠. 거기 계시는 곳으로 갈게요'라고 했다. 해린이가 원래 고양이 같고 말이 없는데 엊그제 오밤중에 저한테 영상통화를 하더라. 혼자 '대표님 제가 문자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 안 나와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영상통화 했어요'라고 하더라. 혜인이는 나보다 내내 20분 동안 울었다. 자기 힘들 때 내가 도와줬는데 자기는 나 힘들 때 못 도와준다면서"라며 오열했다.

또한 그는 "제가 예전엔 죽고 싶단 생각도 했는데 이젠 '내가 왜 죽어? 말이라도 하고 죽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하이브 감사 결과, 회사 내부 기밀 유출, 불만 성토 정황이 포착된 것에 대해선 "제가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를 내버려 두면 돼'라는 뜻이었다. 지금에 와서 나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나가야지 뭐"라고 했다. 이어 "제가 한 곳에 평생 묶여야 한다면 답답하지 않겠냐. 어떻게 협상하지? 라면서 감정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 메모장 혹은 카톡으로 우리끼리 나눈 대화를 무슨 (경영권) 찬탈이라고 하냐"고 일축했다.

이날 민 대표는 다소 침착한 태도로 말을 이어가다 점점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박지원 CEO을 향해 욕을 내뱉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민희진은 "무슨 X소리냐. 자기네(하이브)들이 나를 배신하고 내가 이렇게 X같이 일했는데"라며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민 대표와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 대표와 부대표 2명 등에 대해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경영진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려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의심했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 대표 등이 2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민 대표는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을 부인하며 이 사태는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며,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한 서한도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