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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이름 또 잃었다..'더 글로리' 전재준 아닌 '눈물의 여왕' 윤은성 [★FULL인터뷰]

  • 최혜진 기자
  • 2024-05-06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 전재준으로 활약했던 배우 박성훈이 또 다른 악역의 얼굴로 갈아끼웠다. 전재준이 안하무인 빌런이었다면 이번엔 젠틀하지만 시커먼 속내를 가진 인물로 활약했다. '더 글로리'에서의 활약상으로 배우 박성훈이란 이름 대신 '전재준'이라 불리던 그가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박성훈은 지난 28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에서 악역 윤은성을 연기했다.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이자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 중 박성훈이 맡은 윤은성은 오래전 첫사랑인 홍해인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이자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잔혹한 면을 보이기도 하는 인물이다.

작품에서 윤은성은 성공한 사업가로 첫 등장했다. 훤칠한 외모를 지닌 그는 젠틀한 인성까지 지닌 듯 보였다. 그러나 그가 홍해인의 건강 상태를 알게 된 후 급변했다. 첫사랑이었던 홍해인에게 도가 넘어서는 집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성훈은 이러한 윤은성의 감정 변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초반에는 (홍) 해인이한테 천천히 스며들려고 조금씩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다 해인이가 죽을 수도 있는 병에 걸린 걸 알고 저돌적인 상태로 바뀌지 않았나 싶다. 원래는 퀸즈 그룹을 점령한 후 (해인의) 마음을 얻는 등의 순서가 있었을 거다. 그러나 해인이 마음을 사는 게 1번으로 바뀌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홍해인을 향한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윤은서에 박성훈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눈물의 여왕' 최종회에서는 끝까지 자신의 여자가 되지 못한 홍해인에게 총을 겨누는 윤은성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성훈은 "16부(최종회) 대본을 읽으면서 너무 놀랐다. 총을 들이대면서 마지막으로 하는 대사가 '나는 너 죽여서라도 데려갈 거야'였다"며 "이승에 놓고 가면 (백) 현우와 있을 테니, 나와 함께하기 위해 죽자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여러 군상의 사람이 있겠지만, 이렇게 뒤틀린 사람도 있구나 싶더라. '여러분 이러면 안 됩니다!' 하는 메시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건가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뒤틀린 사랑을 보여준 윤은성의 결말은 죽음이었다. 박성훈은 이러한 비극적 결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성훈은 윤은성의 죽음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장면이 굉장히 복잡한 감정들이 들었던 신이었다. (윤)은성이는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도, 줘 보지도 못한 사람이었다. 평생 해인이만 바라보고 살아 연애도 몰랐던 친구일 거다. 그렇게 해인이만 바라보던 친구가 해인이 마음도 얻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아 애처롭고 안쓰러운 느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 느낌이 조금이나마 시청자들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은성이의 죽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도소에 가서 죗값을 치렀어도 석방이 되면 해인이를 집착하고 또 괴롭혔을 거다. 해인, 현우 커플을 아름답게 보내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고 덧붙였다.

윤은성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느꼈지만, 실제 박성훈은 윤은성과 정반대의 사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성훈은 "나는 절대 남의 여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않냐. 마음을 덮고 혼자 정리하고 아파하며 멀리서 응원하지 않을까 싶다"며 윤은성과 다름을 강조했다.

'눈물의 여왕'에서 박성훈은 배우 김수현과 갈등 구도를 그렸다. 김수현이 연기한 백현우는 홍해인의 남편으로, 홍해인을 짝사랑하는 윤은성과 삼각관계를 그린 인물이다.

그러나 작품 속 설정과 달리 박성훈은 김수현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는 김수현에 대해 "정말 재밌는 친구다. 또 나랑 ISFJ로 MBTI가 똑같아 성향도 잘 맞았다. 또 연기 호흡을 맞출 때도 서로 '이렇게 해 주면 좋겠는데?' 하는 것도 없었다. 그 정도로 연기 호흡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김수현의 외모에 감탄한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박성훈은 "(김) 수현이가 나를 한 대 때리는 장면이 있다. 때리기 전에 내 멱살을 잡고 주먹을 들고 얼굴을 가까이하는 장면이 있었다. 속으로 '진짜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더라. 수현이 눈빛이 너무 좋다. 사람을 스며들게 하는 마력을 가진 친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이자 동생"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짝사랑 상대였던 배우 김지원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성훈은 "(김) 지원이는 무결점 캐릭터다. 전교 1등 스타일이다. 굉장히 정직하고 겸손하고 샤이하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면 (홍) 해인이 모드로 돌변한다. 그런 걸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또 지원이가 시한부 역할을 위해 식단 관리를 1년 가까이 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에서 지원이가 예쁘단 말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 그의 노력이 빛나는 거 같아 나도 뿌듯했다"고 전했다.

박성훈은 김수현, 김지원과 관련한 유쾌한 일화도 공개됐다. 그는 김수현, 김지원과 연락처를 뒤늦게서야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박성훈은 "(대본이) 10부 넘어서기까지 김수현, 김지원 번호를 몰랐다. 나는 원래 대본 리딩하는 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말을 놓자고 한다. 예전에 어떤 선배님이 그렇게 해 주셨는데 아이스브레이킹이 빨리 되고 좋더라. 그래서 나도 그 후에는 매 작품에서 그렇게 해왔다"며 "그런데 '눈물의 여왕' 리딩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러질 못했다. 그렇게 (번호를) 모른 채 지내다가 내가 큰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고 고백했다.

'눈물의 여왕'에서 홍해인, 백현우의 러브라인을 방해했던 윤은성을 연기했지만, 시청자로서 박성훈은 누구보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응원했다. 박성훈은 "둘이 비주얼 합이 좋아,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또 두 사람의 결말도 만족했다. 특히 머리 하얘진 현우를 보면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고 말했다.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 전작이었던 '더 글로리'에서도 악역으로 출연했다. '더 글로리'에서 박성훈은 안하무인에 적록색약 콤플렉스까지 가진 학교 폭력 가해자 전재준 역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눈물의 여왕'과 '더 글로리'에서의 박성훈 연기는 사뭇 다르다. 박성훈의 디테일한 감정 표현에서 비롯한 차이다. 그는 "전재준은 뒷머리도 길고 날티가 난다. 레퍼런스로 K팝 아이돌, 래퍼들을 많이 찾아봤다. 윤은성은 스탠더드하고, 포멀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또 전재준은 고함을 많이 지르는데, 윤은성은 꾹꾹 눌러 일정한 톤을 유지하려고 했다. 화를 내는 방식에서도 전재준은 화를 내지만 위협적이지 않아 보았으면 해서 뒤에 강세를 붙였다. 근데 윤은성은 화를 낼 때 위협적으로 보였으면 해서 앞에 강세를 붙였다"고 밝혔다.

'더 글로리'에서의 활약으로, 박성훈은 제 이름을 잃었다. 그는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전재준'이라 불리며 '더 글로리'의 식지 않은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박성훈은 이 같은 반응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KBS 2TV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할 땐 장고래로 기억해 주셨다. 그때도 기분 좋고 지금도 기분 좋다. 박성훈이 흔한 이름이라 각인되기 어렵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얼굴만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전재준'이란 세 글자로 나를 떠올리게 하는 거라 실용적이고, 유용하다"고 말했다.

다만 악역으로 각인됐던 그는 이제 선한 얼굴로 시청자와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최근에 악역으로 대중에게 각인이 됐으니까 당분간은 악역은 주머니에 넣어 놓고 선한 역할을 많이 맡아 보여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섞인, 재밌는 역할도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최혜진 기자 |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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