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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전도연·손석구..TV 속 배우가 다시 무대로 [안윤지의 돋보기]

  • 안윤지 기자
  • 2024-05-12
우리가 아는 '흥행 보증 수표' 배우들은 늘 영화나 드라마에 존재해왔다. 영화, 드라마는 접근성이 뛰어나며 상업성을 추구하기에 용이한 콘텐츠였고, 배우의 입장에선 자기 얼굴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이유를 차치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영화, 드라마 출연을 원하게 됐다. 그러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대형 콘텐츠 산업 속에서 정점을 맞이한 배우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근 '벚꽃동산', '햄릿', '맥베스' 등 명작 연극이 공개한단 소식과 함께 출연 배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벚꽃동산'에는 배우 전도연, 박해수, '햄릿'엔 그룹 에프엑스 출신 루나 등이 출연한다. 또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은 연극 '맥베스' 주연으로 나섰다. 올여름 극장가로 향해야 할 이들이 무대로 왔다는 사실이 놀라운 점이다.

'무대'란 공간의 대중성은 주로 뮤지컬에서 볼 수 있다. 해외에서 유명한 작품을 볼 수 있고, 화려한 극 구성, 무대 연출 등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또 노래와 춤, 연기를 한 번에 보이고 뮤지컬은 대부분 대형 극장에서 진행되기에 많은 이가 한 번쯤 봤을 법한 콘텐츠다. 반면 연극은 어떨까. 당연히 유명작이 있겠지만, 대중 매체에선 늘 '힘듦'의 대명사였다. 과거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올랐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매체 연기를 하기 위한 발돋움의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뮤지컬이 '무대'를 위한 콘텐츠로 보였다.

연극을 향한 이 모든 이미지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달라졌다. 지난 2023년 김유정과 정소민이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첫 연극 무대에 올랐고 안희연(하니)은 '3일간이 비', 한혜진과 임수향은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에 도전했다. 김세정은 '템플', 최수영과 송재림은 '와이프'를 통해 연극 무대로 진출했다. 올해도 황정민, 전도연 등이 나서면서 연극은 좋은 라인업을 구축했다.

스타 배우들이 다시 무대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또 실제 배우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황정민은 "그분들(전도연 등 스타 배우)도 내가 느낀 점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연극이란 건 배우의 예술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영화는 감독의 예술에 가까운 직업이다. 연극은 커튼콜 하기 전까지 내 공간이 있고 배우들끼리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 배우들이 무대를 더 찾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송일국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연극 데뷔"라며 "대표작은 2016년 연극 '햄릿'이다. '햄릿' 마지막 장면에서 목 놓아 울어본 적이 있다. 관객들이 다 퇴장할 때까지 그랬다. 노(老)배우들이 빈 객석을 향해 등지고 서는 장면이 있다. 나도 배우고, 어머니도 배우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그 장면을 보면) 노배우들이 살아온 삶이 느껴진다. 빈 객석을 볼 때 두려움, 설렘, 긴장감이 있다. 이게 순식간에 지나가면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무대에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영광스럽다"라고 전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드라마나 영화는 감독 및 작가의 영역이 분명하다. 배우들은 지정된 연출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종종 애드리브가 화제를 모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은 연출, 작가가 있어도 배우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관객에게 직접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선 좀 더 확실한 연기가 필요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고 작품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이런 지점이 배우들의 마음을 움직인 걸로 보인다. 전도연이 연극 출연을 결심하고 "피가 끓는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한 관계자는 "많은 연기자가 연극에 대한 갈망을 토로한다. 이는 배우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또다시 성장하고 싶다는 욕망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정제된 앵글 안에서 표현의 절제가 이뤄지지만 연극 무대 위에서는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배우들은 입을 모아 관객들과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교감이 주는 성취가 크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이른바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의 간극에서 오는 갈증이 배우들을 다시 무대로 돌아오게 만든다"라고 밝혔다.

이들의 움직임이 정체돼 있던 연극계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과연 올여름 연극계가 성수기를 맞이할지 주목된다.
안윤지 기자 |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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