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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밟으셨어요? 발 냄새 심한 거 모르세요?"..고경표, '비밀은 없어' 사이다 BEST3

  • 한해선 기자
  • 2024-05-14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극본 최경선, 연출 장지연, 기획 SLL, 제작 SLL·키이스트)가 고경표의 '맞는 말 대잔치'로 안방극장에 시원한 탄산수를 가득 뿌리며 열띤 반응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감전 사고로 혓바닥 통제가 불능해진 그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만 해봤을 팩트 폭격을 대신 투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비밀은 없어'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맛보지 못한 시청자들을 위해 혓바닥 헐크 송기백의 짜릿한 명대사를 짚어봤다.

◆ "그렇게 사람 고마운 줄 모르고 살면, 결국 사람으로 망해. 이 반드시 망할 놈아!"

뉴스 생방송 중 함께 진행하는 아나운서 이혜현(홍비라)의 남편이 그녀의 불륜을 폭로하며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콧쿠멍 짤'이라는 희대의 굴욕샷을 생성한 송기백(고경표). 이를 계기로 예능 '뛰는 형님들'까지 출연하게 된 현장에서 예기치 못하게 감전 사고를 당하며 통제불능 '혓바닥 헐크'가 됐다. 제 멋대로 튀어나오는 진심의 첫 타깃은 인기 아이돌 피엔(장원혁)이었다. 인기를 업고 한없이 건방진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막 대했다. 그럼에도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피엔이 모든 협찬을 끌어오는 프로그램 주축 멤버이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기백이 감전 후 처음 맞닥뜨린 '갑질 안하무인' 피엔은 그렇게 첫 번째 희생양(?)이 됐다. 사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을 꼬집으며 그야말로 그를 "오독오독 씹어먹은" 것. "그렇게 사람 고마운 줄 모르고 살면, 결국 사람으로 망해. 이 반드시 망할 놈아!"라던 그의 불꽃 혓바닥은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모두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후련한 일침이었다.

◆ "똥 밟으셨어요? 발 냄새 심한 거 모르세요?"

혓바닥 헐크의 활약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감전 사고를 당하기 전, 기백은 언제나 주변 동료들에게 싫은 소리 하는 법 없던 '예쓰맨'이었다. 이는 전쟁 같은 사회 생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백이 입은 사회적 갑옷이었다. 그래서 온갖 곤란한 부탁들이 기백에게로 향했는데, 특히 김상진(조한철) 팀장은 아들 직업 체험 촬영까지 시키는 등 현실 직장인들마저도 분노케 한 진상 중 진상이었다. 피엔의 일로 정오 뉴스에서 하차하게 된 날도 기백을 불러 말로는 "푹 쉬라"면서도, 이때다 싶어 귀찮은 일들을 시켰다. 평소와 같았으면 그의 진상을 꾸역꾸역 다 참아냈겠지만, 이미 고삐가 풀린 혓바닥은 제 멋대로 마음의 소리를 흩뿌렸다. 그 김에 "똥 밟으셨어요? 발 냄새 심한 거 모르세요?"라며 그동안 참기 힘들었던 상사의 발냄새도 지적했다. 할말 꾹 참아가며 오늘도 버텨내고 있는 K-직장인의 고구마 애환에 사이다를 들이 부은 대리만족 명대사였다.

◆ "오늘 제가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해 참기 힘든 악취가 나는 이 스튜디오를 떠나는 이유입니다."

시청률이 저조한 아홉시 뉴스 자리에 팬덤이 탄탄한 선배 아나운서가 내정되어 있음을 알고도 자신의 꿈을 위해 오디션에 참여했던 기백. 최선을 다해 오디션에 임하는 기백을 보며 심사위원들은 "송기백 격 떨어진다", "뉴스의 품위와 존엄성에 관심도 없으니 자진해서 이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그의 진심을 곡해했다. 하지만 기백에게 뉴스란 다른 사람이 함부로 떠들어대는 것과 달랐다. 뉴스는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는 기백이 유일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곳이었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느라 정작 제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했던 기백은 이것만큼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토록 꿈꿔왔던 메인 앵커 오디션의 마지막 관문인 '앵커 브리핑'에서 "오늘 제가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해 참기 힘든 악취가 나는 이 스튜디오를 떠나는 이유입니다"라며 제 발로 뉴스 데스크를 떠났다. 화끈한 사직서와 함께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도 필요할 때만 이용해먹는 김팀장을 '맞는 말 대잔치'로 녹다운시킨 건 완벽한 피날레였다. 우주(강한나)가 가르쳐준 '호심술'대로 꿈도 마음도 모두 지킨 그의 선택은 저마다의 사표를 가슴 속에 품고 출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쾌재를 불러 일으켰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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