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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승리를 승리시키고, 정작 구하라는 못 구했다" [★FOCUS]

  • 김나라 기자
  • 2024-05-20
"승리를 승리시키고 정작 구하라는 구하지 못했다"

영국 공영 매체 BBC뉴스는 19일, 한국 유튜브 채널에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이는 'K-pop scandal: Exposing the secret chat groups'이라는 영문 제목으로 영어 자막이 달려 구독자 수 1,600만 명을 보유한 본 채널에도 게재됐다.

해당 영상은 2019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를 재조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인기 아이돌 빅뱅 멤버 승리를 비롯해 가수 정준영, FT아일랜드 리더 최종훈 등 스타들이 가담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을 더했다. 여기에 배우 박한별 남편인 유인석이 승리의 동업자로 성접대 의혹에 연루됐었다. 버닝썬은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으로 마약, 성폭행, 검경유착, 탈세, 폭행 등 각종 범죄와 비리의 온상이었다.

그런데 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생전 구하라가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 뒤늦게 밝혀져 놀라움을 안겼다.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 이들의 부적절한 대화록을 최초 보도한 강경윤 기자는 "도대체 그 단체 카톡방에서 나오는 '경찰'은 누구일까, 그게 너무나 중요한 키포인트이고 풀리지 않는 문제, 숙제였다. 근데 구하라라는 존재의 등장으로 그 물꼬를 트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기자님 저 (구)하라예요. 정말 도와드리고 싶어요', 이런 얘기를 하더라. 너무 고마웠다. 구하라가 최종훈과 데뷔 때부터 친했고 승리, 정준영과도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휴대전화를 할 때 본 적이 있었다는데, '걔네 거기에 진짜 이상한 게 많다. 기자님이 얘기하신 게 많다' 그러더라. 구하라에게 솔직하게 '경찰의 존재를 알고 싶은데 알 방법이 없다. 이 부분 도와줄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다. 결국 구하라가 최종훈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부분을 대신 물어봐 줬다"라고 상세히 밝혔다.

구하라 친오빠 구호인 역시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동생이 최종훈과 연습생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사이였다. 최종훈에게 '강 기자님한테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해라' 이렇게 설득한 걸로 알고 있다. 최종훈과 전화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할 때, 제가 옆에서 들었다. 동생이 '(최)종훈아 내가 도와줄게. 네가 알고 있는 거 그대로 기자님한테 얘기를 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강 기자는 "최종훈과의 전화로 '경찰'이 허구의 인물이 아닌 윤규근이라는 실제 있는, 경찰 경력이 있고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구하라가 도와준 덕분에 최종훈의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던 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하라에 대해 "굉장히 용기 있는 여성"이라고 떠올리면서 "제게 어떤 얘기를 했냐면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 그랬다"라고 밝혀 먹먹함을 자아냈다.

구하라는 생전 전 남자친구로부터 디지털 성범죄 '리벤지 포르노', 데이트 폭력 등을 당하며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고인은 이를 세상에 알리고 강경한 법적 대응을 진행했다. 2020년 8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오덕식 부장판사)은 1심 선고 공판에서 최종범에 대해 공소 사실 중 협박, 강요, 강해, 재물손괴 등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나 불법촬영과 관련된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는 결국 대법원까지 가며 최종범의 징역 1년 실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카메라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선 1심, 2심과 같이 무죄가 내려졌다. 게다가 재판 과정에서 구하라 측의 반대에도 오덕식 판사가 최종범이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 관람을 주장, 결국 판사실에서 비공개로 확인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제는 구하라의 희생에도 이러한 씁쓸한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사법부가 성범죄자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며, BBC뉴스 역시 이를 꼬집고 나섰다.

영상 말미 BBC뉴스는 버닝썬 사태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유명 스타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전직 버닝썬 직원들은 '강남에선 거의 변한 게 없다'고 말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직 버닝썬 직원은 인터뷰에서 "예전 버닝썬과 지금 차이점이 거의 없다. 그때 있었던 일이 아직도 생기고 있다. 물뽕도 당시 뉴스에서 이게 마약이라고 많이 보도됐지만, 아직도 똑같이 저희 클럽에서 (물뽕을) 쓰고 있다"라고 충격 증언을 했다.

버닝썬 게이트의 일부 피해 여성들은 법정에도 서지 못했다고. 한 피해자는 "제 사건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언젠가 정의가 실현될 거라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그냥 바람 정도인 것 같다"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도 막상 다시 얘기를 꺼내게 되면 눈물이 난다"라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힘든데, 그래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얘기를 해야 한다 싶다. 그래야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고 가해자도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고통은 언제나 피해자의 몫이요, 가해자는 두 발 뻗고 살아가고 있으니 세상 말세라는 거다. 승리는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작년 2월 출소했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2016년 1월과 3월 여성을 만취시키고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으며 각각 5년형, 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상태다. 이들은 반성의 기미 없이 복귀를 노리는 모양새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승리는 빅뱅에서 불명예스럽게 탈퇴했음에도 여전히 해외에서 '빅뱅 팔이'를 하며 유흥에 빠진 근황을 전했다. 대중의 공분이 다시금 들끓으며 버닝썬 게이트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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