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감독과 작가가 작품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 간담회가 열렸다. 박준우 감독, 오수진 작가가 참석했다.
'크래시'는 도로 위 빌런들을 끝까지 소탕하는 교통범죄수사팀(TCI, Traffic Crime Investigation)의 노브레이크 직진 수사극. 지난 13일 첫 방송돼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영 중이다. '크래시'는 첫 회 2.2%의 시청률로 출발해 지난 21일 방송된 4회와 27일 방송된 5회에서 4.1%를 기록하며 호성적을 보이고 있다.
극 중 이민기는 카이스트 출신의 엘리트, 날카로운 분석력을 가진 교통범죄수사팀 신입 주임 차연호 역을, 곽선영은 에이스 반장 민소희 역을 맡았다. 허성태는 교통범죄수사의 허점과 시스템의 부재를 실감하고 TCI를 만든 팀장 정채만 역을, 이호철은 자동차 스페셜리스트 우동기 역을 맡았다.
'크래시'는 초반부터 연쇄 살인사건을 다뤄 몰입감을 줬다. 오수진 작가는 "저희가 사고 정보를 찾아보니 흥미로운 게 많았고 그걸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준우 감독은 "그와 비슷한 사건이 많았다. 제가 '그알'을 했을 때도 그런 살인사건이 있었는데 쌍둥이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크래시'에서 다루는 사건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지 묻자 박 감독은 "2년 전 제가 오수진 작가를 뵀을 때 12부작 중 절반의 대본이 나와 있었다. 작가님이 선택한 아이템 외에 후반에 저희가 어떻게 아이템을 다룰지 정리했다. 저희 작품의 장점이자 오수진 작가의 장점이 단순이 아이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기획 의도대로 '자동차가 흉기가 된다면'이라며 사건을 확대시킨다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킥보드 사건, 연쇄 성폭행범이 차량 절도범이었던 사건 등을 다루는데 다른 차원의 아이템을 다뤄보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작가님도 실화 베이스를 다루고 싶어하셨고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성범죄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다. 큰 의도는 이 이야기가 생활밀착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이코패스가 가해자가 되는 게 아니라 우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박준우 감독은 '크래시'의 시청률이 잘 나온 것에 대해 "TCI 멤버들이 엘리터는 아니고 부족한데 진심이 있고 아웃사이더처럼 천재 받기도 한다. 츤데레 같은 캐릭터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기 구멍이 없이 다른 배우분들도 연기를 잘해주셨다"라고 배우들을 극찬했다.
박 감독은 "초반엔 코믹한 수사극이라면 4, 5부 이후부터는 스릴러적인 성격이 강해진다. 오늘부터 6회에선 카 액션 등이 나온다. 다양한 측면의 요소를 잘 안배했다"라고 말했다. 오수진 작가는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대본이었는데 배우분들이 잘 표현해 주셨고 감독님이 액션 등을 촘촘히 채워주셨다"라고 했다.
'크래시'는 tvN '선재 업고 튀어'와 함께 월화극 시청률을 쌍끌이하고 있다. 박 감독은 이와 같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선재 업고 튀어'는 저도 잘 보고 있다. 잘된 작품이다 보니 비교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오 작가는 "'선업튀' 작가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요 앞에서 통화도 했고 '재미있다'고 얘기도 했다. 잘 돼서 기쁘다. 두 작품이 서로 시간이 겹치지 않으니 다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모범택시'에 이어 또 한번의 성공을 거둔 박 감독은 "왜 잘 됐을까는 사실 잘 모르겠다. 제가 편집하면서 10분 이상 덜어냈는데, 후반 작업을 하면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잘 볼 수 있고 이야기에 속도감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전작이 다크한 이미지의 액션물이었다면 다른 색깔의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보시면 훨씬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 같다. 잘 되기 위한 선택보다는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조금씩 사랑해 주셔서 저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준우 감독은 '크래시'가 '우영우'와 비슷하게 ENA에서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반응에 "'우영우'는 너무 잘 된 드라마이고 비교하긴 힘들 것 같다"라며 "제가 연출로서 더 잘 할 걸이란 생각도 있다. 우리가 고생한 신을 보면서 '우리 저런 신도 찍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시는 대로 좋다"고 말했다. 오수진 작가는 "처음 목표는 3%였다. 소기의 목표가 달성됐기 때문에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오 작가는 '크래시' 소재를 얻은 과정으로 "실제 사건에 대해서 형사님을 찾아뵈면서 자문을 많이 얻었다"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캐스팅에 대한 얘기가 달라서 지상파와는 고사를 하기도 하고 여러 상황이 제일 맞았던 게 ENA였다. 저는 신생 채널과 작업하는 것에 대해 지상파 직원으로 일하다가 나와서 비교가 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다양한 소재를 이해해 주시더라. ENA는 여기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범죄 소재의 드라마로 SBS '커넥션'이 방영을 시작했다. 박 감독은 "'커넥션'은 SBS 제 후배와 스태프들이 작업을 하고 있고 곧 촬영이 끝나는 걸로 알고 있다. 고생한 걸로 아는데 마약 소재를 다뤄서 재미있게 봤다"라며 "저희 '크래시'가 잘 돼서 새로 또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 작가는 '크래시'를 통해 시청자들이 얻었으면 하는 메시지로 "제가 운전하기를 무서워했는데, 우리가 운전에 대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지 느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크래시'의 관전 포인트를 묻자 박 감독은 "우리가 교통 범죄 수사팀이니 카 액션을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저희가 6부에서 10부까지 기존에 못 봤던 스펙터클한 카 액션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내용적으로는 그동안 연호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제 연호가 각성하는 모습, 소희와 어떻게 공조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오 작가는 "뒷부분은 액션이 굉장히 많이 추가가 됐다. 6부까지 있었던 연호의 미스터리도 많이 풀리겠다. 에피소드는 계속 가져가면서 볼거리 측면에서 더 다채로워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 작가는 배우들의 열연에 대해서도 "너무 훌륭한 배우분들이 잘 살려주셔서 감사했다.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도 뿌듯했다. 이민기 배우가 영리하게 잘 연기했고 곽선영 배우도 잘 소화해 줬다. 허성태 배우 등 팀워크가 돋보이게 조화롭게 연기해줬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 감독은 "전작에서 악역했던 분이 이번에 선역으로 나오고, 전작에서 선역을 했던 분이 이번에 악역으로 나오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허성태, 이호철 배우도 캐릭터를 좋아해 주셨다. 제가 10을 주면 100을 가져올 정도로 열심히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첫방이 나가고서 박선영 배우가 TCI 팀을 자기 집에 초대했다. 제가 오늘도 톡방에 '간담회를 간다'고 했더니 '가서 잘 하고 와 달라'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시즌2 제작 가능성을 묻자 박 감독은 "저희 스태프와 배우들은 너무나 하고 싶어한다. 촬영한 게 좋은 추억이 돼서 시즌2가 나오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라며 "작가님이 못 다뤘던 아이템이나 심도 깊게 접근할 아이템을 기획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오 작가는 "아직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진 않았다. 배우들이 현장 분위기가 좋고 또 하고 싶어한단 얘길 들었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저희가 할 수 있는대로 카 액션을 끌어올려서 시즌2를 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크래시'는 무엇보다 영화를 방불케하는 다양한 카 액션이 연출돼 볼거리를 선사한다. 박준우 감독은 "8부, 9부에는 굉장한 점핑이 나오고 10부에는 1대 10의 모습이 나온다. 다양한 변주를 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제작비 규모를 묻자 박 감독은 "카 캐리어에 대한 제도적인 미비함을 아이템으로 다루면서 화물차를 싣고 차가 뒤집어지면 제작비가 많이 든다. '정말 뒤집을 거냐'라며 설왕설래를 했다. 화물차를 뒤집으면 차가 쏟아지면서 주변 차들이 아작나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저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었다. 제작 PD가 와서 '조금만 줄여달라'라고 했지만 막상 촬영하면서는 구상한대로 하게 되더라. 같은 규모의 드라마보다는 카액션과 CG가 많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제가 '모범택시'를 찍을 때는 수도권에서 촬영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가능한 게 많이 닫혔더라. 장소가 한정적이 되다 보니 저희가 지방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거의 그 일대를 전면통제 해야하다 보니 주로 산업단지를 통제하고 촬영했다. 저희 카 액션의 특징이 몸을 쓰는 아날로그식이어서 안전한 장치는 배우들이 직접 소화하려고 했다. 곽선영 씨도 직접 소화하면서 일주일에 2, 3번씩 스턴트 훈련을 엄청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박 감독은 "작가님에게 어떤 드라마를 쓰고 싶었는지 묻자 일본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을 쓰고 싶었다고 하더라. 소박하지만 진심어린 이야기가 좋았는데, '인간극장'처럼 범죄 수사물을 잘 다뤄주셔서 좋았다"라며 "보통 경찰이지만 자기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경찰을 잘 표현하고 싶고 그걸 시청자들이 잘 알아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 작가는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면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소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캐릭터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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