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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후 발견' 신성훈 "자작극 언플 NO..감독 계속하기 쉽지 않아" [인터뷰]

  • 윤성열 기자
  • 2024-06-05
단편 영화 '짜장면 고맙습니다' 연출로 이름을 알린 신성훈 감독이 마지막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이틀간 잠적했던 속사정을 털어놨다.

5일 소속사 라이트컬처하우스에 따르면 외부와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했던 신성훈 감독은 이날 오전 3시 40분께 박재선 조연출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에서 발견됐다. 신성훈 감독은 5일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몸살감기가 온 것처럼 몸이 아프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건강은 괜찮다"며 "아직 병원은 가보지 않았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녹록지 않은 영화계 현실에 부딪힌 신성훈 감독은 삶의 처지를 비관해 위험한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했다.

신성훈 감독은 "상업 영화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감독 일을 계속하는 게 쉽지 않더라"며 "단편·독립 영화 감독 중에선 나보다 힘들 분들도 많을 거다. 다들 말을 못 하는 것뿐이다. 상업 영화로 입봉하기 전까진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살아야 한다.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내지 않으면 우리는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신성훈 감독은 넉넉지 않은 금전적 사정으로 인해 최근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털어놨다. 신성훈 감독은 "하루 일을 해보니까 쉽지 않더라. 온몸이 다 망가지는 것처럼 아프더라. 화장실 갈 때마다 '현타'가 왔다. 일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더는 감독의 길은 가는 게 아닌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신성훈 감독은 이어 "속 깊은 이야기를 다들 잘 안 하는 것뿐이지, 나와 함께 자주 소통했던 감독님들도 많이 힘들어한다"며 "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고민을 한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모든 게 사람이 다 하는 일이다 보니까 사람에 대한 상처와 배신감도 크다. 어떻게 보면 내가 생색을 내는 걸 수도 있지만, 난 가족처럼 상대를 잘 대해줬는데 상대에겐 그게 잘 전달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렇다 보니까 사람이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요 며칠 사이에 많은 감정들이 왔다 갔다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편·독립 영화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투자받기조차 힘든 현실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단편·독립은 상업 영화에 비해 예산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투자가 잘 안된다. 단편은 기껏해야 3000~4000만 원, 독립은 7000~8000만 원이다. 투자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회삿돈을 계속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한 방에 훅 오더라. '이렇게까지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사람들은 내가 되게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 반대로 나는 스스로에게 기대치가 낮은 사람인데,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시선을 견디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라이트컬처하우스는 지난 4일 신성훈 감독이 잠적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직접 배포했다. 경찰에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언론사에 도움을 청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언론플레이를 위한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에 신성훈 감독은 "나는 업무 공용폰을 사무실에 놓고 수신, 발신을 다 정지해둔 채 떠난 상태였다. '미안하다. 혼자 가겠다. 끝까지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라고 써놓고 갔다"고 당시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직원이 보기엔 내가 잠적한 지 아직 이틀밖에 안 됐기 때문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기보다는 그 방법(자료 배포)으로 먼저 상황 대처를 하려 한 것 같다. 좋은 소식이든 안 좋은 소식이든 자료는 나갔으니까… 그 직원도 그때는 많이 놀랐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한편 신성훈 감독은 '짜장면 고맙습니다'로 지난 2022년 10월부터 미국 할리우드 영화제 '할리우드 블루버드 영화제'에서 베스트 감독상 과 베스트 드라마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제에서 81관왕을 차지했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현재 영화 '신의 선택' 시즌2 제작을 앞두고 있다. 라이트컬처하우스 측은 "감독님의 활동에 대해서는 논의 후 진행 될 거 같다"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사람에 대한 상처가 너무 커서 지금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논의 후 활동을 재개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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