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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인종차별 혐오' K-제다이로 박살 냈다 [리뷰]

  • 김나라 기자
  • 2024-06-06
배우 이정재, 가히 '제다이'가 될 상이었다. '스타워즈' 극성팬들의 인종차별적 반응을 뚫고 '애콜라이트'에서 아시아인 최초 제다이로서 존재감을 뿜어냈다.

OTT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는 전설적인 SF 시리즈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버전.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황금기로 불리던 시대에 전대미문의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뒤에 숨겨진 비밀과 진실 속 새롭게 떠오르는 어둠의 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의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3회와 7회 연출은 선댄스영화제 수상작인 '애프터 양'의 코고나다 감독이 맡았다.

특히 이 작품은 지난 1970년대부터 무려 50년간 이어진 '스타워즈' 세계관에 처음으로 동양인 제다이를 내세워 큰 관심을 이끌었다. 게다가 엔딩 크레디트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주연급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막중한 역할을 꿰찬 이가 다름 아닌 한국이 낳은 최고의 '월드 스타' 이정재이기에 더욱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바. 그도 그럴 것이 이정재는 'OTT 공룡' 넷플릭스 시청 시간 부동의 1위, '오징어 게임'(2021) 주역으로서 수많은 글로벌 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이정재로서도 '오징어 게임'과 같이 강제(?) 해외 시장 진출이 아닌 생애 첫 할리우드 출연작이기에 그의 '애콜라이트' 참여는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공개를 앞두고 일부 극성팬들 사이 "누군가가 제다이를 죽이고 있다. 그것은 디즈니"라는 아시아인 캐스팅을 비하하는 미개한 반응이 나와 찬물을 끼얹기도.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이 "나는 편견과 인종주의, 혐오와 관련된 발언을 하는 사람은 그 누구든 '스타워즈' 팬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해 화제를 얻기도 했다.

'애콜라이트'를 둘러싸고 여러 시각이 공존한 가운데 마침내 5일 1·2회가 오픈된 바. 이정재는 제다이 마스터 솔 그 자체로서 이견 없는 연기력을 펼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란 듯이 잠재웠다.

데뷔 31년 차 베테랑 배우의 연륜으로 '스타워즈' 세계관에 이질감 없이 녹아든 것. 그간 숱한 작품으로 증명한 탁월한 캐릭터 분석과 이정재의 묵직한 무게감이 빛을 발하며 무서울 정도의 침투력을 자랑했다.

더욱이 마스터 솔은 제다이들의 스승이자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중심에 선 인물로 이정재와 싱크로율이 딱 들어맞는 캐릭터. 블록버스터가 흔히 범하는 실수인 구색 맞추기식 캐스팅이 아닌 배우 이미지를 고려한 제격의 섭외로 안정감 있게 균형을 갖춘 '애콜라이트'다. 이정재가 극 초반부터 "두려움에 쫓겨 판단력을 잃지 마라" "과거엔 교훈이 담겼다" 등 명언을 쏟아내며 등장하는데. 그의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가 메시지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역할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정재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진득한 K-감성의 맛을 보여주며 정형화된 제다이에서 벗어나 차별화에 성공했다.

한국 배우, 나아가 '동양인 최초 제다이'가 영광스러운 타이틀이긴 하나 이정재는 수식어에 갇히기보다 작품과 캐릭터 본연에 집중하고 파고들었기에 매력적인 마스터 솔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정재 스스로도 "저 역시 처음엔 '동양인, 한국 사람이 제다이가 된다고?' 하는 점이 놀라웠다. 그런데 대본을 받고선 마음가짐이 또 달라진 게 작품에 인간의 간절함, 회한, 반성까지 아우르는 주제가 담겼더라. '애콜라이트'에 빠져 솔이 되고 나니까, '한국인 제다이라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보다는 전체 유니버스 안에서 하나의 캐릭터로서 집중하는 게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밝힌 바. 이정재의 이러한 진중한 자세와 고심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하게 배어있는 '애콜라이트'. 세대 불문, 국적을 초월하고 몰입할 수밖에 없는 열연을 수놓으며 배우로서 경지에 도달한 이정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첫 영어 연기도 합격점이다. 이정재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매끄럽게 영어 대사를 주고받으며 구멍 없는 앙상블을 빚어냈다. 선생님만 4명을 두고 연습, 혀가 닳아 음식을 먹기 힘들 정도로 매일 노력했던 결실을 얻었다.

이정재의 활약은 이제 시작에 불과, 아직 놀라긴 이르다. 그는 예측하지 못한 자신의 과거와 메이(쌍둥이 오샤 역, 아만들라 스텐버그 분)를 둘러싼 충격적인 비밀을 마주할 예정. 마치 추리 게임을 하듯, 예측 불가한 재미를 기대해도 좋다.

이처럼 '애콜라이트'는 대중적인 장르인 미스터리 스릴러 요소를 살려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 1억 8000만 달러(한화 약 2471억 원)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SF 액션 스케일은 키웠다. 기존 골수팬은 물론, 새로운 시청층까지 공략하며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했다. 또한 '애콜라이트'는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1999)으로부터 100년 전, 이 세계관에서 지금껏 다뤄지지 않았던 고 공화국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신선함을 살렸다.

'애콜라이트'는 5일 1, 2화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1회씩 총 8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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