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에 이어 지드래곤까지. 대한민국 가요계를 대표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본캐 레전드'들의 반가운 소식들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튜버이자 라디오, 미술 작가로서 행보를 최근까지 걸어왔던 나얼은 자신의 음악성을 집대성한 '소울 팝 시티'를 바탕으로 3번째 솔로 앨범 준비를 이어가고 있고, K팝 아티스트로서 본업을 잠시 제쳐두고 인플루언서로 활동했던 지드래곤은 하반기 공연 준비에 이어 신곡 발표도 앞두고 있음을 직접 예고했다.
◆ "흑인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구상" 나얼, 정규 3집 예고
나얼은 지난 4일 오후 6시 주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채워나갔던 앨범 'Soul Pop City'의 3번째 싱글 '1993'을 공개하고 본업 활동을 알렸다. 나얼이 2022년 처음 선보인 'Soul Pop City(소울팝시티)'는 나얼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로 채운 매니악한 앨범으로 나얼이 지향해온 1970~1990년대 소울, R&B 음악들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완성했다.
'1993'은 1990년대 무드가 물씬 풍기는 곡으로 소울, 팝, 재즈가 어우러진 도회적인 R&B 넘버. 나얼은 역시 '1993'의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백그라운드 보컬, 올 프로그래밍, 롤랜드 TR-808, 신스 베이스, 일렉트릭 피아노, 프로듀싱, 앨범 아트워크를 맡는 등 모든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나얼 본인의 취향과 음악적 지향이 올곧이 담겼다. 특히 콰이엇 스톰과 슬로우 잼의 연장선에 스무스 재즈의 DNA를 더한 멋진 그루브를 보여주면서 1990년대 흑인음악의 클리셰를 완벽히 재현했다.
'1993'은 앞서 나얼이 선보였던 '소울 팝시티'가 갖고 있는 정체성의 최첨단에 서 있는 듯했다. 나얼의 음악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블랙뮤직, 그 중에서도 소울과 팝, 재즈가 서로에 이끌리고 어우러지면서 어반(Urban)이라는 매력적인 장르로 탄생됐다. 블랙뮤직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그루브에 아날로그 느낌의 패드를 시작으로 VHS를 통해 표현되는 질감의 영상미, 그 시절의 비디오게임이 전하는 컬러감과 시티팝과의 비슷한 결로도 표현되는 1990년대만의 블링블링한 풍경 등이 '1993' 뮤직비디오를 통해 구현됐다.
나얼은 그동안 쌓아간 음악성을 바탕으로 점차 보컬의 비중은 줄이고 악기 연주의 하모니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1985'에서도 자신의 보컬을 사실상의 코러스 역할로만 제한하고 다양한 악기의 솔로 플레이로 채워나갔던 것처럼 '1993'을 통해서도 EP 사운드와 신스 베이스, 베이스 슬랩, 재즈 필 일렉 기타, 롤랜드 TR-808의 카우벨 등을 절묘하게 배치하면서 1990년대를 관통했던 당시의 음악성을 완성해가고 있다.
여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나얼은 신곡 발매와 관련한 롱플레이뮤직 인터뷰를 통해 "사실 '1993'은 정규 3집 앨범의 첫 번째 곡으로 쓰기 위해 작년에 만들었다. 보컬 곡보다 연주곡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하며 정규 3집에 대한 구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곡들이 나오는 대로 꾸준히 작업할 생각"이라며 "아무래도 흑인 음악의 전반적인 장르들을 다루고 싶어서 이것저것 구상 중이다. 흑인음악 테두리 안에서 멋진 곡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라고 전하며 향후 앨범 발매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더욱 높였다.
이와 함께 나얼은 신곡 발매를 기념해 신세계면세점과 함께 1일부터 30일까지 6월 한달간 명동 신세계 면세점 10층 아이코닉 존에서 특별한 컬래버레이션 '아트&뮤직 스페이스'를 선보인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나얼의 음악세계' 작업실 공간을 재현하여 신세계면세점 캐릭터 '폴앤바니'가 어우러진 독특한 공간을 선보이며, 신곡 발매에 앞서 음원을 먼저 들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 '가을 본업 컴백' 지드래곤,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 지드래곤은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본원 류근철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4' 토크쇼에 참석했다. 현장에는 지드래곤과 함께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최고행복책임자(CHO)가 참여,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AI 메타버스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지드래곤 소속사는 지난달 카이스트와 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토크쇼에서 지드래곤은 AI 등 미래 기술 관련 연구개발 및 사업화, 이러한 기술을 K팝에 접목하는 K팝 테크와 관련, "파격적이고 싶었다. 음반, 음원 시장은 소비자나 대중분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다. 상품의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다른 형태로 경험을 시키고자 하는 게 컸었다. 음악을 보는 것도 재미지만 앨범에 대한 가치를 조금 더 생각하게끔 하고 싶었다. 도전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가수의 입장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는 정해져 있는 선에서 열심히 할 뿐이다. 예를 들어 무대에서 여러가지 연출도 있을 거고, 효과도 다양하고, 뒤에 LED 스크린을 통한 것들이 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지 않나. 내가 마지막 콘서트를 했을 때만 해도 기술이 좋긴 했지만, 기술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고 있는 현재를 봤을 때 너무 하고 싶은 건 많다.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옵션이 많아져서 이걸 조금 더 어떻게 재밌게 할 지 고민이다. 너무 괴리감이 느껴지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중간에서 잘 조합하고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되는대로 기술을 쓰기 전에 내가 공연을 해야죠"라고 말한 지드래곤은 앨범 발매 역시 "곧"이라는 단어로 짤막하게 예고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2023년 12월 자신의 마약 관련 혐의없음 경찰 수사 종결 발표에 이어 갤럭시코퍼레이션과 손을 잡고 새로운 출발을 공식화했다. 당시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서울 반포동 JW매리어트호텔에서 "지드래곤과 전속계약을 맺었다"라고 전하고 지드래곤의 컴백을 알렸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2019년 8월 설립된 AI 메타버스 기업이며 넷플릭스 '피지컬:100'을 비롯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주요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에도 참여하고, 매니지먼트 커머스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MBC PD 출신인 '피지컬:100' 연출자 장호 PD도 지난 6월 이적한 곳이기도 하다.
지드래곤은 2023년 신년 인사에서 가수로 돌아올 것임을 천명하며 반가움을 전했다. 지드래곤은 "2022년에는 사실 '봄여름가을겨울'도 했었고 한데 조금 활동하는 계획이 없다 보니까 따로 팬 여러분들이나 무대로서 찾아뵙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았다"라며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찾아뵐 예정이다. 앨범도 준비 중이다. 새해에는 좋은 뉴스 들고 찾아갈 수 있는 제가 돼보려고 한다. 작년 한 해 너무 고생 많으셨고 수고하셨고 올 한 해는 더더욱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다시 새해 힘차게 달려보도록 합시다"라고 밝혔다. 아쉽게도 YG와의 동행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지드래곤은 미국 워너뮤직 레코드 LA 사무실을 방문한 사진을 공개하며 준비를 하고 있음을 계속 암시했다.
여기에 지드래곤은 지난 2017년 발표된 솔로 앨범의 수록곡 'OUTRO. 신곡(神曲)'(이하 '신곡')을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업로드하고 "전 누굴까요?"라는 질문을 건네는 등 의미심장한 행보도 서슴지 않고 있다. '신곡'은 다프트 펑크의 명반 '디스커버리' 앨범의 11번 트랙 '베리디스 쿠오' 비트를 샘플링해 재구성한 곡으로, 단테 알리기에리의 서사시인 '신곡'을 모티브했다.
이후 지드래곤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직접 방문, 삼성전자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의 부스를 찾고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인데 이어 포춘코리아 표지의 디자인에 참여하며 최용호 최고행복책임자(CHO, Cheif Happiness Official)를 '테크 마에스트로'라는 타이틀로 소개하는 행보도 보였다.
현재 지드래곤의 컴백 준비는 내년까지로 계획된 월드투어와 일본 팬미팅 일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갤럭시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지드래곤은 현재 하반기 앨범 발매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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