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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영 "아직 '금쪽' 못 봤다..누군가 내게 '쇼'했냐고 물어"[전문]

  • 안윤지 기자
  • 2024-06-09
방송인 황혜영이 뇌종양 진단 등 과거사를 말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방송 이후 근황을 전했다.

황혜영은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난주 방송과 기사들을 보시고 요 며칠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주고 계시는데 정작 전 방송을 못 보고 있다. 녹화 때부터 조금은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제겐 묻어뒀던 상처를 들추는 일이라 사실 엄두가 나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30대까지는 정서적으로 고단했다며 "누군가는 방송에서 쇼했냐고 하는데 따지고 싶지 않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사람마다 각자의 고단함은 다르다"라고 했다. 이어 뇌종양 진단받았던 때를 떠올리곤 "이제 끝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시원섭섭한 맘도 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수술 날도 잡지 않았었고 그렇게 나를, 세상을, 지긋지긋한 삶을 스스로 놓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았을 때 남편이 선물처럼 나타났다"라고 털어놨다.

황혜영은 "이젠 괜찮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고 어린 시절의 내 불안한 정서들을 내 아이들에게 대물림 하고 싶진 않다는 게 목표가 되고 또다시 강박처럼 제게 숙제가 되었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라며 "별다른 일 없는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더욱더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보겠다"고 덧붙였다.

◆ 이하 황혜영 글 전문

지난주 방송과 기사들을 보시고 요 며칠 많은 분들이 메시지를 주고 계시는데요. 정작 전 방송을 못 보고 있어요. 녹화 때부터 조금은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제겐 묻어뒀던 상처를 들추는 일이라 사실 엄두가 나질 않거든요...

온통 그레이컬러인 내 어릴 적 기억들. 분명 반짝거리는 시간도 있었을 텐데 떠올리기만 하면 흑백이 돼버리는 많이 외로웠던 나의 어린 시절은 제 기억엔 7~8살쯤부터 30대까지는 정서적으로 꽤 고단했던 삶이었어요.

길고 긴 지난시 간들을 몇 마디의 말로, 몇줄의 글로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지 엄두조차 나지 않아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냥 덮고 지나가야지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제 삶만 본 누군가 그러데요. 부족한 거 없어 보이는데 방송에서 쇼했냐고... 따지고 싶진 않습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사람마다 각자의 고단함은 다르니까요.

고단함과 폭풍 같은 맘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한때는 스스로 끝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고단함의 끝에 찾아온 뇌종양 진단은 내 팔자 참으로 억울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지긋지긋하고 길게만 느껴지던 내 인생. 이제 끝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시원섭섭한 맘도 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수술 날도 잡지 않았었고 그렇게 나를, 세상을, 지긋지긋한 삶을 스스로 놓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요

그렇게 모든 걸 내려놓았을 즈음 남편이 선물처럼 나타났고 그때의 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 남자의 발목을 잡은 것 같아요. 이후로 지금까지 전 이전과는 아주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하루하루 최대한 행복하게 작은 일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동안 바닥을 칠만큼 낮았던 자존감을 높이며 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도 경제적으론 부족함 없이 컸지만, 부모님의 잦은 다툼과 어린아이에게는 세상의 전부인 어미의 긴 부재로 정서적으론 항상 결핍상태로 방치되는 날이 많았고 그 시절의 어린 나는 지금 생각해도 참 많이 외로웠겠구나 싶어요.

그때의 시간은 겹겹이 덮고 또 덮어 퀘퀘이 먼지가 쌓여둔 상태로 덮어두고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트라우마로 훅훅 올라올 때가 있고 정상적인 일상을 살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사실 30년이 넘도록 지금까지도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고 있어요. 그래도 이젠 괜찮습니다. 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고 어린 시절의 내 불안한 정서들을 내 아이들에게 대물림 하고 싶진 않다는 게 목표가 되고 또다시 강박처럼 제게 숙제가 되었지만 그래도 노력할 거예요.

이젠 남편과 아이들이 내 가족이니까요. 보내주신 위로와 응원 메시지들을 보면서 이젠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다른 한편으론 안도감마저 느껴져서 짧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몇 자 적어봤네요. 별다른 일 없는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더욱더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볼게요.
안윤지 기자 |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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