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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뉴진스, 돌아온 에스파, 역주행 데이식스..올해도 다사다난 K팝 [2024 상반기 결산]

  • 윤상근 기자
  • 2024-06-30
2024년도 K팝 신은 다사다난했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핵폭탄급 갈등이 등장한 이후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고, 방시혁이 애지중지했던 르세라핌과 아일릿은 그 불똥을 제대로 맞았다. 에스파 등 잠시 공백을 가졌던 탑티어들의 건재함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매년 꾸준히 등장해온 역주행도 올해 데이식스가 그 수혜를 입었고, 라이즈와 투어스 등 여름 시즌 대목에 컴백을 알린 5세대 '남돌'들의 존재감은 하반기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K팝 최강 아이돌' 방탄소년단 맏형 진의 전역도 모두가 기다렸던 반가운 뉴스였다.

사건사고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빅뱅 지드래곤은 마약 혐의를 완전히 벗어난 이후 가을 컴백을 앞두고 색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큰 파장을 낳은 템퍼링 이슈는 올 상반기에도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피프티피프티와 오메가엑스의 후속 업데이트에 더해 엑소 첸백시가 새롭게 첨예한 갈등 구도를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트바로티' 김호중은 역대급 음주 뺑소니 사고로 구속돼 2024년 가요계 사건사고에 대문짝만하게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신혜성과 이루, 김정훈도 뒤를 이었다.


◆ 뉴진스, 하이브 내홍 여파 없었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향한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은 K팝 엔터 업계를 모두 충격에 빠트린 사건으로 회자될 전망이다. 민희진 대표가 범 하이브 사단으로 합류한 이후 드러난 일련의 갈등 타임라인을 거쳐 폭발한 이번 사태는 그럼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으며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 등을 더하며 그만큼 어마무시하게 성장한 K팝 신의 달라진 위상과 규모를 반증하기도 했다.

정작 이들의 첨예한 평행선에 멤버들만 다치는 건 아닐까 우려하는 시선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민희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의 끈끈한 의리와 하이브 방시혁 의장, 그리고 르세라핌, 아일릿 등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 또한 이에 더욱 커져만 갔던 서로를 향한 표절 공방에 해피엔딩을 위한 접점은커녕 심각한 악플만 늘어날 뿐이었다. 활활 타올랐던 이 사태는 현재 잠시 소강 상태다. 어도어 임시 주총은 끝났고, 민희진 대표의 두 측근은 해임됐으며, 경찰 조사와 소송전은 언제 끝나고 시작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민희진의 진두지휘 하에 뉴진스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올해 한국과 일본 동시 컴백 활동을 나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 리드 싱글 'Bubble Gum'에 이어 'Hot Sweet'가 국내 음원 차트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 진입 실패와 앨범 판매량 소폭 하락은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이번 사태의 노이즈 효과 속에 오히려 여론의 관심은 더 줄어들지는 않은 분위기다. '문화적 성과'를 이룩한 이후 기억에 남을 만한 이슈를 맞이하며 중대한 기로에 선 뉴진스가 2024년에는 어떠한 연말을 보내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 르세라핌·아일릿, 반등은 가능할까


르세라핌과 아일릿 멤버들에게 2024년은 어떠한 해로 기억되고 있을까. 분명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뉴진스 못지않게 아티스트로서 역시나 중대한 기로를 맞이한 것이라고도 볼수 있겠다.

먼저 르세라핌은 '코첼라' 라이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열광적인 퍼포먼스로 현지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연을 온라인으로 접한 팬들과 대중은 라이브로 진행됐던 가창력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 집중 포화를 날렸다. 퍼포먼스와 가창력을 놓고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이슈였기에 갑론을박은 매우 뜨거웠다. 논란을 의식한 듯 2번째 코첼라 무대에서 AR이 더해진 공연은 그 자체로 완성도가 확실히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비판의 수위를 낮출 생각이 없는 시선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르세라핌은 무대 직후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밤 우리 무대를 보며 즐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우리의 첫 번째 '코첼라'를 통해 많은 부분을 배웠고 여러분과 함께 이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이 기억을 평생 가지고 갈 것 같다"고 얘기하며 "이 스테이지를 위해서, 진심으로 준비하고 그 안에서 괴로움을 즐겼고 당일에 모든 걸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미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완벽한 사람은 없고 우리가 보여준 무대 중 최고의 무대였다는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며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난 내가 느낀 것을 믿겠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왔다. 나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나를 믿고 있다"라고 멤버 사쿠라도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오히려 악플이 적지 않았던 첫 코첼라 공연이 더 좋았다고 밝힌 K팝 칼럼니스트의 의견도 있었던 만큼 르세라핌의 이번 '코첼라' 커리어는 여러모로 르세라핌에게 많은 의미를 가져다줬다고 볼수 있다. 논란을 차치하고 여전히 빌보드 차트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행보에 대한 걱정과 함께 기대감도 분명 높다.

아일릿은 '뉴진스 아류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다.

아일릿의 경우 이번 어도어 사태와 맞물려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팀이기도 했다. 이 역시 르세라핌 못지않게 여러 다양한 시선이 존재할 법도 했다. 뉴진스와의 음악적 유사성 이슈의 경우 아류라는 비판도, 그렇지 않다는 반박도 설득력이 충분할 수 있는 시선이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더해진 가창력 논란 역시 뼈아픈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부상마저 이겨내려고 하는 등 활동 의지는 분명한 듯하다. 'Magnetic'의 멜론 월간 차트 1위 차지 그 자체가 가져온 성과도 무조건 폄하될 필요까진 없다. 빌리프랩의 해명이 더욱 공분을 자초했다 하더라도 선을 넘어서까지 비난받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이래저래 멤버들의 각성, 그리고 절치부심은 필요해 보인다.


◆ 에스파의 귀환, 2024 최고 존재감


"밟으실 수 있죠?"라는 방시혁 의장의 카톡은 이번 어도어 감사권 발동 이슈에 있어서 또 다른 화젯거리였다. 안 그래도 컴백을 준비하고 있었던 에스파는 컴백을 알리는 공식석상에서 이 화젯거리를 쿨하게 언급했고 보란듯이 건재함을 보여줬다. 뉴진스도 뉴진스지만, 에스파도 에스파였다.

이번 에스파의 컴백은 일단 국내에서는 압도적이었다. 'Next Level'의 인기 바통을 제대로 이어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024년 상반기 걸그룹 경쟁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

2023년 약간의 공백 갈증을 제대로 해소해낸 존재감이었다. 정규 1집 'Armageddon'과 타이틀 'Supernova'는 4연속 초동 밀리언셀러를 찍는데 성공하며 미국 NASA의 가사 인용까지 이끌어낼 정도였다. 쇠일러문의 '쇠맛 중독'은 뚜렷한 에스파만의 세계관 확립 속에 멜론 차트 최장 집권이라는 성과로도 나타났다.

입소문도 확실히 압도적이었다. 대학 축제에서 보여줬던 'Supernova' 무대는 현장 직관 팬들의 댄스 브레이크 쇼츠를 마구마구 생성해냈고 여기에 멤버 닝닝의 비주얼 재발견 타이틀까지 덤으로 얻어갔다.

에스파는 이 기세를 6월 말 국내 투어에 이어 7월 도쿄돔과 싱가포르 오사카, 8월 홍콩 타이베이 도쿄 자카르타 시드니, 9월 멜버른 마카오 방콕 등 아시아 및 호주 총 14개 지역 등으로 확대한다.


◆ 데이식스 역주행의 의미


데이식스(DAY6)가 '역주행 대박'으로 주목받을 거라고 예상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실상의 제대로 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데이식스다. 이제는 메가 히트곡으로 자리잡은 '예뻤어'는 심지어 2번이나 역주행을 이룩해냈다.

2015년 데뷔한 JYP 밴드 데이식스는 일찌감치 실력파로서 두각을 나타냈었지만 인지도는 생각만큼 폭발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근차근 실력으로 입소문을 쌓아나가고 있었다. 데뷔 때부터 전곡 작사 작곡에 매주 공연 강행군까지. 실력이 안 쌓일 수가 없었다. '예뻤어'를 비롯해 '한 페이지가 될수 있게' 'Forever' 'Welcoe to the Show'에 'Zombie' '있잖아' 'Congratuations'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등등 공연을 1번이라도 직관했던 이들은 무조건 알 수밖에 없는 명곡 자판기 수준이다.

결국, '좋은 노래는 알아서 찾게 된다'는 히트곡의 명제를 제대로 증명해낸 데이식스의 주제 파악이 반갑기만 한 이유다.
윤상근 기자 |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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