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의 구교환이 추격과 불안 사이,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얼굴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연출로든, 연기로든 영화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구교환의 '작품'이 궁금할 따름이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의 배우 구교환과 만나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 오늘을 위한 추격을 벌이는 보위부 장교 리현상 역을 맡았다.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유능한 장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알고 지낸 규남(이제훈 분)을 보호해 주려고 하지만, 그의 진짜 탈주가 시작되자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기를 쓰고 추격한다.
이날 구교환은 "사실 만족도는 크랭크업 후에 찾아오는 것 같다. 크랭크업 하는 날 감독님, (이) 제훈 씨와 함께 영화, 인물들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도보다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작품이 그렇긴 하지만, 제가 자식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다"고 밝혔다.
특히 '탈주'는 이제훈과 구교환이 첫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구교환은 "제가 그분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분도 나에 대한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탈주' 시나리오까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건 상대방과의 호흡인데 더할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공부하면서 이제훈을 옆에 두지 않고, 이제훈의 얘기를 하지 않는 학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르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장르마다 인상적인 면을 보여주셨다. '파수꾼'부터 지금까지 태풍 같았다. 이제훈 배우를 사랑하지 않는 영화학도는 없었던 것 같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배우임과 동시에 감독이기도 한 구교환은 "저도 항상 캐스팅 순위에 이제훈 씨가 상위 랭크돼 있었다. 저도 이제훈 씨를 두고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글은 시절이고, 뜨끈뜨끈할 때 작업해야 하는 게 있다. 다시 제가 갖고 싶은 시나리오로 다시 찾아뵈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오랫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장면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어색함이 없었다. 현상과 규남은 어렸을 때 함께 시간을 통과했던 친구 사이다. 그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이제훈에 대한) 호감과 애정을 그대로 가져와서 현상 캐릭터에 그대로 넣으면 됐다. 현상이 규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어렵진 않았다"고 전했다.
구교환은 이제훈에 대해 "장면을 대하는 집중력과 몰입도가 정말 뛰어난 배우다. 배우한테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에 덩달아 저도 몰입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것이긴 한데 순간 집중도가 너무 좋다"며 "(이제훈이)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액팅은 다 했다. 실제 촬영 장면은 못 봤는데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에너지와 힘이 스크린을 넘어 그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교환은 "그렇다고 제가 날로 먹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도 이제훈 못지않은 고생을 했다고 웃기도. 그는 "저도 피아노 연습을 했고, 현상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영화 안에서 제가 해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것에 더 충실했다. 우리가 한 작품으로 끝날 인연은 아닌 것 같아서 다음 작품에서는 제가 구르겠다"고 했다.
극 중 피아노 전공자로서 피아노 연주 장면이 등장하는 구교환은 "피아노 실력보다는 그 앞에 앉아있는 현상의 태도에 집중했다"면서 "극 안에서 가장 열정적인 모습일 거다. 잠깐이지만 (피아노 연주를 통해) 뭔갈 해소하려는 감정이 느껴졌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구교환은 캐릭터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강력한 추격자이기도 하면서 순간순간 한 18프레임 정도는 현상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혼란을 표현하려고 했다. 감정적인 것에 충실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 영화를 볼 때는 초면처럼 대한다. 배우들이 자기가 연기하는 장면을 보기 쑥스러워하는데 저는 그 강도가 심하다. '탈주'도 더 거리를 둔 상태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제 연기나 분량을 신경 쓰기 보다는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처럼 따라가려고 했다"며 "영화가 스크린에 걸린 후의 감상은 관객들의 것이기 때문에 제 의도가 드러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감상이 다른 거고, '이 캐릭터는 사실 이 감정이었다'고 말하는 걸 지양하려고 한다. 관객들이 감상하는 현상 그대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배우는 현상을 던져주는 거지, 정의를 내리는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타강사처럼 하면 재미없지 않나. 관객들에게 소스를 제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역할이다. 제가 한 연기지만 이 장면에서 왜 그런 자세를 했는지는 기억도 안 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탈주'에서 송강은 현상의 드러나지 않은 과거를 궁금하게 만드는 인물 선우민으로 깜짝 출연하고, 현상과 선우민의 묘한 눈빛과 분위기는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구교환은 '탈주' 속 선우민에 대해 "창문을 열어주는 팅커벨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이어 극 중 선우민과 관계에 대해서는 "러시아 유학 시절에 저한테 영감과 영향을 준 사람이라는 게 중요했다. 근데 다시 마주했을 때 부끄러워지고, 창피해지는 존재인 것"이라며 "단순한 관계성보다 더 넓게 다가가야 현상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종필 감독은 선우민 역의 송강에 대해 "현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과거, 내적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팅커벨 같은 역할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저도 관습적으로 여성이어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짧은데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구교환 배우 소속사인 나무엑터스 대표님이 도와주셔서 하게 됐고,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멋있어서 감탄하면서 찍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송강 씨 같은 경우는 같은 회사 식구이기도 하고, 회사 행사에서도 봤는데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순간에는 저보다 어른 같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옆에 두고 싶은 동생 같기도 하다. 볼 때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며 "'탈주' 속에도 제가 봤던 송강 씨의 이미지를 그대로 넣었고, 자연스럽게 그런 눈빛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송강 씨를 그런 눈빛으로 보고 관찰했다"고 전했다.
독립영화의 아이콘에서 상업 영화의 주연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있는 구교환이지만, 여전히 자기만의 영화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그는 "영화는 항상 제 이야기"라며 "제 영화를 언제나 많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단편 영화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던 거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관객 제한을 두겠나. 혼자 안고 있으려고 작업하지 않고, 언제나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제 마음속에서는 천만 영화였고, 손익분기점보다는 제 '마음분기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편 영화를 올해 안에 크랭크인할 예정이라며 "거대한 작품이라고 오해가 생길까 봐 좀 두렵다"고 웃었다. 이어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정서의 작업이다. '잘해야지. 대단한 일이야'라는 건 아니고, 그래도 잘 만들고 싶다. 나중에 나오게 되면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달라"라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의 배우 구교환과 만나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 오늘을 위한 추격을 벌이는 보위부 장교 리현상 역을 맡았다.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유능한 장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알고 지낸 규남(이제훈 분)을 보호해 주려고 하지만, 그의 진짜 탈주가 시작되자 자신의 '오늘'을 지키기 위해 기를 쓰고 추격한다.
이날 구교환은 "사실 만족도는 크랭크업 후에 찾아오는 것 같다. 크랭크업 하는 날 감독님, (이) 제훈 씨와 함께 영화, 인물들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도보다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작품이 그렇긴 하지만, 제가 자식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싶다"고 밝혔다.
특히 '탈주'는 이제훈과 구교환이 첫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구교환은 "제가 그분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분도 나에 대한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탈주' 시나리오까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건 상대방과의 호흡인데 더할나위 없는 캐스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공부하면서 이제훈을 옆에 두지 않고, 이제훈의 얘기를 하지 않는 학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르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장르마다 인상적인 면을 보여주셨다. '파수꾼'부터 지금까지 태풍 같았다. 이제훈 배우를 사랑하지 않는 영화학도는 없었던 것 같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배우임과 동시에 감독이기도 한 구교환은 "저도 항상 캐스팅 순위에 이제훈 씨가 상위 랭크돼 있었다. 저도 이제훈 씨를 두고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글은 시절이고, 뜨끈뜨끈할 때 작업해야 하는 게 있다. 다시 제가 갖고 싶은 시나리오로 다시 찾아뵈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오랫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장면을 만드는 데 있어서 어색함이 없었다. 현상과 규남은 어렸을 때 함께 시간을 통과했던 친구 사이다. 그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이제훈에 대한) 호감과 애정을 그대로 가져와서 현상 캐릭터에 그대로 넣으면 됐다. 현상이 규남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어렵진 않았다"고 전했다.
구교환은 이제훈에 대해 "장면을 대하는 집중력과 몰입도가 정말 뛰어난 배우다. 배우한테 그것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에 덩달아 저도 몰입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것이긴 한데 순간 집중도가 너무 좋다"며 "(이제훈이)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액팅은 다 했다. 실제 촬영 장면은 못 봤는데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에너지와 힘이 스크린을 넘어 그대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교환은 "그렇다고 제가 날로 먹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도 이제훈 못지않은 고생을 했다고 웃기도. 그는 "저도 피아노 연습을 했고, 현상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영화 안에서 제가 해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감정적인 것에 더 충실했다. 우리가 한 작품으로 끝날 인연은 아닌 것 같아서 다음 작품에서는 제가 구르겠다"고 했다.
극 중 피아노 전공자로서 피아노 연주 장면이 등장하는 구교환은 "피아노 실력보다는 그 앞에 앉아있는 현상의 태도에 집중했다"면서 "극 안에서 가장 열정적인 모습일 거다. 잠깐이지만 (피아노 연주를 통해) 뭔갈 해소하려는 감정이 느껴졌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구교환은 캐릭터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강력한 추격자이기도 하면서 순간순간 한 18프레임 정도는 현상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혼란을 표현하려고 했다. 감정적인 것에 충실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 영화를 볼 때는 초면처럼 대한다. 배우들이 자기가 연기하는 장면을 보기 쑥스러워하는데 저는 그 강도가 심하다. '탈주'도 더 거리를 둔 상태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제 연기나 분량을 신경 쓰기 보다는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처럼 따라가려고 했다"며 "영화가 스크린에 걸린 후의 감상은 관객들의 것이기 때문에 제 의도가 드러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감상이 다른 거고, '이 캐릭터는 사실 이 감정이었다'고 말하는 걸 지양하려고 한다. 관객들이 감상하는 현상 그대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배우는 현상을 던져주는 거지, 정의를 내리는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타강사처럼 하면 재미없지 않나. 관객들에게 소스를 제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역할이다. 제가 한 연기지만 이 장면에서 왜 그런 자세를 했는지는 기억도 안 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탈주'에서 송강은 현상의 드러나지 않은 과거를 궁금하게 만드는 인물 선우민으로 깜짝 출연하고, 현상과 선우민의 묘한 눈빛과 분위기는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 구교환은 '탈주' 속 선우민에 대해 "창문을 열어주는 팅커벨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이어 극 중 선우민과 관계에 대해서는 "러시아 유학 시절에 저한테 영감과 영향을 준 사람이라는 게 중요했다. 근데 다시 마주했을 때 부끄러워지고, 창피해지는 존재인 것"이라며 "단순한 관계성보다 더 넓게 다가가야 현상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종필 감독은 선우민 역의 송강에 대해 "현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과거, 내적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팅커벨 같은 역할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저도 관습적으로 여성이어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짧은데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구교환 배우 소속사인 나무엑터스 대표님이 도와주셔서 하게 됐고,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멋있어서 감탄하면서 찍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교환은 "송강 씨 같은 경우는 같은 회사 식구이기도 하고, 회사 행사에서도 봤는데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순간에는 저보다 어른 같기도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옆에 두고 싶은 동생 같기도 하다. 볼 때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며 "'탈주' 속에도 제가 봤던 송강 씨의 이미지를 그대로 넣었고, 자연스럽게 그런 눈빛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송강 씨를 그런 눈빛으로 보고 관찰했다"고 전했다.
독립영화의 아이콘에서 상업 영화의 주연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있는 구교환이지만, 여전히 자기만의 영화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그는 "영화는 항상 제 이야기"라며 "제 영화를 언제나 많이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단편 영화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던 거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관객 제한을 두겠나. 혼자 안고 있으려고 작업하지 않고, 언제나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제 마음속에서는 천만 영화였고, 손익분기점보다는 제 '마음분기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편 영화를 올해 안에 크랭크인할 예정이라며 "거대한 작품이라고 오해가 생길까 봐 좀 두렵다"고 웃었다. 이어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정서의 작업이다. '잘해야지. 대단한 일이야'라는 건 아니고, 그래도 잘 만들고 싶다. 나중에 나오게 되면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달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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