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선균의 열정이 담긴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관객들을 찾는다. 일상의 공간 속, 친근한 존재에게 쫓기는 독특한 재난 영화인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관객 모두에게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 한복판 위에 있는 듯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할 것을 자신했다.

8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이하 '탈출')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김태곤 감독을 비롯해 배우 주지훈, 김희원, 박희본, 김수안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탈출'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굿바이 싱글'을 연출한 김태곤 감독과 손을 잡았다. 20대 시절 목포에서 서울로 향하는 도보 여행 중 20마리의 들개에게 쫓긴 적이 있다고 전한 김태곤 감독은 평소에 개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극한의 공포를 느낀 경험에서 착안해 '탈출'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후문이다.

김태곤 감독은 "재난 스릴러물로서 극장에서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TV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일상적인 공간에 영화적인 요소가 작용했을 때 어떻게 변화하고, 관객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지 생각한다. '탈출'도 일상적인 공간이 어떤 요소로 인해서 바뀌고, 위협감으로 다가왔을 때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적 체험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여러 인간군상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탈출'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작품. 김태곤 감독은 "상업 영화 데뷔 전부터 다른 식의 장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다"면서 칸 영화제 상영 당시와 비교해 러닝타임이 줄어든 데 대해서는 "어찌 됐건 관객들이 좀 더 긴박하고, 재난액션스릴러로서 생존하는 사람들의 스피드감을 좀 더 충족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호흡을 더 짧게 정리하다 보니까 러닝타임이 줄어든 것 같다. 칸에서 감정이 과잉된 부분에 대해서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탈출'은 고(故) 이선균의 유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은다. 이선균은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안보실 행정관 '정원' 역을 맡았다. 김태곤 감독은 "(이) 선균이 형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어 "영화를 준비할 때부터, 또 현장에서도 대교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장치,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다. 근데 저도 놓쳤던 부분을 선균이 형이 많이 캐치해 주셨고, 같이 머리 맞대면서 동선, 캐릭터의 감정에 대해 논의를 많이 했다. 매번 질문과 답을 하면서 영화의 답을 찾아갔던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한 '정원' 역할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부성애 강한 캐릭터로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 뻔하게 예상되는 캐릭터를 피하고자 했다. 여기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옆에서 봤을 때 있을 법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주지훈이 인생 한 방을 노리는 렉카 기사 '조박' 역을 맡아 지금껏 본 적 없는 파격 변신에 나선다.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색다른 비주얼과 극중 반려견 '조디'와의 깜찍한 팀플레이로 유쾌한 매력을 선보인다.

주지훈은 '탈출'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빠른 전개가 인상적이었고, 긴장감, 스릴감이 굉장했다"면서 "어느 정도 기능성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연기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안에서의 파격 변신에 대해서는 "망가졌다는 표현을 하시는데 저는 그런 개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가 극 자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서 주저없이 잘 즐기는 편이다. 아주 감사하게도 여러 장르, 드라마, 영화에서 감독님이 저라는 배우를 간극이 넓게 써주셔서 감사하고, 즐겁게 하고 있다"며 "인간은 여러 성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조박' 캐릭터가 생존에 있어서 자기 안위를 먼저 생각한다. 그런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하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김희원이 문제의 군사용 실험견들이 연루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책임 연구원 '양 박사'로 분해 시종일관 속내를 알 수 없는 괴짜 과학자의 모습을 선보이며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독특하고, 신선하다고 느껴졌다. 꼭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저로부터 시작된 일이라서 그게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유리 멘탈 언니와 강철 멘탈 동생으로 극과 극 자매의 모습을 보여줄 '미란'과 '유라' 역은 현실감 넘치는 생활 연기로 본인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박희본과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박주현이 맡아 영화에 활력을 더한다.

박희본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재난을 어떻게 시각화할 지 궁금했고, 많은 캐릭터가 사력을 다했는데 연기할 때 사력을 다하는 건 어떻게 표현할지 스스로가 궁금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앙상블을 맞춰서 생존할지에 대해 고민했고, '미란'은 노력을 많이 하는데 잘 안 보이는 인물이었다. 열심히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역할을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박주현 배우가 워낙 연기가 좋은 친구여서 저를 이끌어줬고, 그 에너지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수안이 아빠 '정원'의 사춘기 딸 '경민' 역을 맡아 대담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뽐낸다. 그는 "너무 재밌어서 하고 싶었고, '경민'의 용기 있는 모습이 저를 '탈출'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이선균과 부녀 호흡을 맞춘 김수안은 "선배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저를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풀어주시려고 노력했다. 제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즐겁게 연기하고 촬영하면서 현장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저도 사춘기 시절에 '경민'이를 만났는데 '경민'이의 사춘기가 날카롭다면, 저는 쭈뼛거리는 거였다. 현장에서도 제가 많이 쭈뼛거렸다고 생각한다.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느끼면서 힘을 많이 얻었던 것 같고, 오히려 제가 '경민'이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탈출'은 오는 12일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