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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故 이선균 유작이 남긴 것 ['탈출' ②]

  • 김나라 기자
  • 2024-07-09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배우 故(고) 이선균이 영화 '탈출'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연기력을 다시금 스크린에 수놓았다.

'탈출'(감독 김태곤)은 짙은 안개 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 작년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떠오르는 '월드 스타', 이선균이 주연 차정원 역할로 나서며 큰 관심을 모았던 '탈출'. 그는 영화 '기생충'(2019)으로 봉준호 감독과 칸국제영화제, 미국배우조합상(SAG), 미국 오스카상(아카데미) 등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 수상 릴레이의 영광을 나눈 충무로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이선균이 지난해 12월 27일 향년 48세 일기로 사망하며 '탈출'은 애석하게도 고인의 유작이 되어 주목받고 있다.

영화 팬들과 업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8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마침내 국내에서도 베일이 벗겨진 바. 생전 워낙 독보적인 개성으로 명연기를 보여준 배우답게, '탈출'에도 두말할 필요 없는 활약상이 담겼다.

이선균은 어김없이 캐릭터에 완벽히 이입해 매력적인 인물로 숨결을 불어넣으며 객석에 깊숙이 침투했다. 진득한 눈빛까지 더해지니 그가 곧 개연성이라 할 정도로 '탈출'의 완성도를 톡톡히 책임졌다. 생동감 넘치는 CG 효과가 압권인 '탈출'이지만, 현실에 발 닿은 재난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던 건 이선균의 존재감 덕분이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선균이 스크린에서만큼은 온전히 배우로서 살아있음을 새삼 확인케 했다는 점에서, 되려 몰입을 어렵게 만든다는 진입장벽이 있다. 갖은 역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 있게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절로 먹먹함이 밀려온다.

또한 극 말미 자신에게 전해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읊조리는 이선균의 장면은 가슴이 아릴 수밖에 없을 터다. 뒤이어 흐르는 엔딩 크레디트에 새겨진 '이선균' 이름 세 글자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데, '탈출'을 꼭 봐야 할 이유의 설명을 대신한다.

김태곤 감독은 8일 진행된 '탈출' 시사회에서 "아무래도 대교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영화를 준비할 때, 또 현장에서도 모든 장치와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했다. 근데 저도 놓쳤던 부분을 (이)선균 형이 많이 발견해 주셨다. 같이 머리를 맞대면서 동선, 캐릭터의 감정에 대한 논의도 많이 했다. 형이 매번 질문과 답을 하면서 이 영화의 답을 찾아갔던 것 같다. 이 자리에 형이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라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탈출'은 오는 12일 극장 개봉한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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