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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조정석, 또 해냈다..성별 오가는 변신의 정석②

  • 김나연 기자
  • 2024-07-17
'파일럿'은 조정석이기에 가능하고, 조정석이기에 납득된다. 여장도 불사한 그의 작정한 연기에 관객들은 속절 없이 빠져들 터다. 그의 열연 속에 상상 그 이상의 웃음을 선사하는 '파일럿'이다.

'파일럿'(감독 김한결)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 분)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파일럿'은 '조정석의 파격 변신'이라는 키워드 자체만으로도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하고 다채로운 재미를 예감케 한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조정석이 분한 '한정우'는 모두의 선망을 받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해고 통지를 받고 실업자가 된다.

그에게 남은 것은 아내의 이혼 통보와 양육권 상실, 순식간에 비어버리는 통장 뿐, 블랙 리스트에 오른 그를 다시 받아줄 항공사는 어느 곳도 없었고 궁지에 몰린 한정우는 여동생의 '한정미'의 신분으로 변신해 재취업에 성공한다. 그러나 '한정미'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예상대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설정부터 웃기기로 작정한 듯한 이 영화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유쾌함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는 영화의 중심에 있는 조정석이 큰 몫을 차지한다. '파일럿'은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작품으로 그의 1인 2역이 소위 '실패'로 돌아간다면, 영화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조정석이 대중들에게 워낙 익숙한 배우인 탓에 그의 '여장'이 붕 떠 보일 거라는 걱정은 기우가 됐다.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그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하고,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표정과 행동, 거기에 한 톤 높은 목소리까지 겉모습은 물론, 이야기의 흐름에 따른 내면의 변화까지 완벽하게 소화한다. 이렇듯 조정석은 역시 '조정석다운' 연기로 관객들을 홀리고, 111분 동안 그의 원맨쇼가 펼쳐진다.

또한 '파일럿'은 단순히 웃음을 지향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곱씹어 볼만한 의미도 담고 있다. 인생의 난기류를 만난 남성이 '여장'으로 정상 궤도에 오르길 바라는 과정의 시작이 물음표를 안길 수 있지만, '파일럿'은 성별을 바꿔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들과 주인공인 '한정우'의 성장을 공존시키며 납득 가능한 매듭을 짓는다. 조정석의 '고군분투'가 유쾌함은 물론 생각할 거리까지 던져주는 '파일럿'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펼쳐왔던 조정석은 '파일럿'을 통해 그 내공을 폭발시킨다. '파일럿'을 통해 또 한번 필모그래피에 강렬한 한 획을 그은 듯한 조정석이다. '파일럿'은 오는 31일 개봉. 러닝타임 111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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