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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조정석이랑 연기를?" ..'파일럿' 이주명, 우연과 필연 사이 [★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4-07-28
우연적으로 들어선 길은 운명이 됐다. 승무원을 꿈꾸던 학생에서 주연 배우로, 배우 이주명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고 있었다.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에서도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한

22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의 배우 이주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 분)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

이주명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의 파일럿 슬기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파일럿'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그는 "너무 떨린다. 드라마와 다르게 큰 스크린에 모두가 집중하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같은 느낌"이라며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기대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명이 '파일럿'에 출연한 데에는 조정석의 존재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조정석에 대해 "제 롤모델이자 이상형이다"라고 밝히면서 "'파일럿' 홍보가 시작되고, 고향 친구가 연락 와서 '너 조정석이랑 영화 찍었어? 말이 돼?'라고 깜짝 놀라더라. 제가 배우를 생각하지 않았던 중학생 때부터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좋아서 페이스북,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제가 배우를 하게 되고, 같은 작품을 하면서 선배의 연기를 눈앞에서 보는 게 신기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스킬도 많이 배우면서 '나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라는 걸 느꼈다. 선배에게 처음 이 말을 전했을 때는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시더니 과거 언급했던 인터뷰를 보시고는 '너 진짜였더라?'라고 하시더라.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부담스러우실 것 같아서 강하게 어필하진 않고 있다"고 웃었다.

롤모델이자 이상형인 조정석과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떨까. 이주명은 "사실 대본도 너무 재밌었지만, 조정석 선배와 호흡을 맞춘다는 게 출연의 가장 큰 이유가 됐다. 모든 경험이 떨렸지만, 배운 것도 많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배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절대 누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배는 대본대로 하시는데 돌발 상황 같은 날 것의 느낌이 있다. 대본대로 하는데 살아숨쉬는 느낌이 대단하다"라며 "촬영 전에 마인드 컨트롤을 열심히 하고 갔다. 선배랑 연기하는데 웃겨서 촬영을 끊어간다는 게 용납이 안 되더라. 작품 속 캐릭터라고 스스로를 세뇌했고, 현장에서는 집중하면서 임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파일럿' 속 캐릭터에 대해서는 "저는 항상 역할을 준비할 때 새로운 걸 만들어가는 것보다 상황마다 다양한 제 모습을 가져온다. 슬기라는 캐릭터는 사람을 좋아하고, 따뜻한 사람이기 때문에 인류애가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면서 "저와 닮은 부분도 있지만, 저는 하고 싶은 말을 확실하게 꺼내놓진 못한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닮고 싶어서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 이어 '파일럿'까지 당당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주명이다. 그는 "제 실제 성격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당한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 성격에 가까운데, 그런 사람들이 멋있어서 지향하다 보니까 표현이 잘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파일럿'의 슬기를 연기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전했다.

2019년 데뷔한 이주명은 5년 차 배우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의 배우 데뷔는 우연이었지만, 이제 그에게 배우는 필연이 됐다. 이주명은 "저는 항공과를 졸업했고, 어떻게 하다가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영상 작업,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흥미를 느껴 연기까지 하게 됐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어려워서 '좀 더 어릴 때부터 했으면 좋았을걸'하는 생각도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게 연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실제로 겪은 일이 많다 보니까 연기에 끌어오기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회사에 취직해서 사무직도 해보고, 카페, 빵집, 식당에서 일해봤다. 원래는 어렸을 때부터 승무원이 꿈이었다. 막연하게 '나는 승무원이 돼야지'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 꿈을 향해 달려왔다. 근데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됐고, 이번 작품을 통해 파일럿 제복을 입으니까 새롭고 묘하면서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지만, 낯설진 않았다"고 말했다.

승무원을 꿈꾸던 학생에서 배우로, 이주명은 충실하게 자기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는 "배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가끔 승무원인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는데 승무원을 했다면 또 나름의 행복과 고충이 있었을 거다. 근데 승무원을 준비하면서 배우 활동에 밑거름이 된 부분이 많다. 제가 오디션이 있을 때 남들보다 덜 떠는 이유도 당시 면접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 또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렇듯 과거를 받아들이고,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이주명은 "제가 생각하는 연기는 정답이 없다. 내가 연기 공부를 해야겠다고 해서 책 펴고 공부할 수 없는 분야다. 사람들을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차기작 대본을 받아본 후에는 사람을 많이 보는 편이다. 바깥과 주변을 관찰하며 여러 감정과 느낌을 받아들인다.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 레슨을 받아본 적도 있는데, 저는 이런 스타일이 맞는 것 같다. 앉아서 뭔가 연구하는 것보다는 갑자기 떠오르는 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머릿속에 넣어두는 것보다 느끼는 게 더 맞는 체질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지만, 이주명은 초심자의 행운을 믿는다고. 그는 "배우라는 일은 못했던 것도, 잘했던 것도 다 기록으로 남는다. 뿌듯한 연기를 할 때도 있고, 후회되는 날도 많다. 툭툭 털고 나아가야 하는데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후회와 자극, 그 밸런스를 잘 맞춰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첫 작품 보면서 오히려 '어떻게 이렇게 연기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은 경험이 많아지고, 경우의 수가 많이 생기니까 그게 독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아서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긴 공백기 없이 꾸준히 연기하고 있는 이주명은 "저는 어느 정도 여유가 필요한 사람이라서 한 작품 끝나면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로 게으른 거 아니야?'라는 채찍질을 많이 한다"면서 "모든 배우들은 다양한 배역과 역할을 맡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 같다. 저 또한 그런 생각은 있지만, 경력이 길지 않다 보니까 차근차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단게별로 차근차근 나의 폭을 넓혀가야겠다. 안 되는 걸 되게 해서 부자연스럽게 비치느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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