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범죄자에게 이토록 관대한 연예계가 또 있을까.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미용 시술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무려 181차례에 걸쳐 의료용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레미마졸람 등을 상습 투약했다. 2021년 5월부터 2023년 8월까지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수면제를 44회 불법 처방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23년 1월에는 미대 출신 작가 최씨, 스타일리스트 겸 헤어 유튜버 김씨 등 지인들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숙소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대마를 흡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동안 세상의 불의를 향해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쓴소리를 내뱉으며 '개념 배우'로 추앙받았지만, 정작 뒤에서는 4종 이상의 마약류에 찌들어 있던 유아인이다. 결국 그는 해당 혐의들을 인정했다.
그 결과, 유아인은 2024년 9월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취재진과 일부 팬들의 방청 속 삭발을 한 채 푸른색 수의를 입고 두 손에는 수갑을 찬 상태로 법정에 등장했던 유아인의 초라한 모습은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수의를 입은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유아인은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되면서 수감된 지 5개월 만에 석방됐고,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해당 형이 최종 확정됐다. 수차례 마약을 상습 투약하고도 기어코 '실형'이라는 최악의 꼬리표는 떼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대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징역형이 명시된 명백한 '유죄'이자 평생 기록에 남는 '전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아인과 대한민국 연예계가 보여주는 행보는 대중의 상식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

'범죄자' 유아인의 복귀 시나리오는 이미 시작됐다. 그는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 그리고 '파묘'로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신작 '뱀피르' 주인공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록 배급사 측이 유아인의 '뱀피르' 출연과 하반기 크랭크인 계획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며 황급히 선을 그었지만, 엔터 업계의 생리를 아는 이들이라면 이 말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을 안다. 이미 업계는 유아인의 캐스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복귀 판을 짜는 분위기다.
기가 찰 노릇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소속사 UAA와 전속 계약이 종료된 유아인이 빅뱅 지드래곤의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으로부터 최소 5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전속 계약금을 제안받고 이적을 논의 중이라는 소문까지 파다하게 퍼졌다.
일반적인 직장인이었다면 마약 전과를 다는 순간 당장 해고는 물론, 재취업조차 꿈꾸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물며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먹고사는 연예인이, 그것도 마약류 상습 투약이라는 중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수십억 원의 계약금을 챙기며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로 화려하게 복귀하려 든다. 이쯤 되면 죄를 짓고 자숙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휴가를 떠났다가 몸값을 올려 돌아오는 기괴한 재테크처럼 보일 지경이다.

도덕적 해이의 정점은 최근 포착된 그의 근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유아인은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 VIP 시사회에 장재현 감독과 함께 버젓이 참석했다.
VIP 시사회는 다수의 언론 매체 취재진과 영화계 핵심 관계자들은 물론, 수많은 대중이 몰리는 철저한 공식 석상이자 축제의 장이다. 현재 유아인은 대법원 판결 이후 대중 앞에 고개를 숙이고 처절하게 자숙해야 마땅한 시기다. 그러나 그는 보란 듯이 시사회장에 나타나 영화계 지인들과 포옹을 나누고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령 영화사 측이나 친분 있는 감독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다고 한들, 본인이 알아서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대중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상식이다.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에도 그곳이 어디라고 얼굴을 들이미는 걸까. 이는 대중의 눈치 따위는 전혀 보지 않겠다는 오만함이며, 자신이 여전히 이 업계에서 환영받는 VVIP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기만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대한민국 연예계가 유독 남자 연예인들의 범죄와 논란에 관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아인 사태는 이 곪아 터진 시스템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마약, 만취 음주운전, 지저분한 사생활, 미투(Me Too) 논란, 성추행 및 성폭행, 거액의 탈세에 이르기까지.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범법 행위를 저지른 수많은 남자 배우들이 짧은 가짜 자숙을 거친 뒤 현재 너무나도 왕성하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활보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들이 사소한 말실수나 태도 논란 하나만으로도 마녀사냥을 당하며 수년간 방송가에서 퇴출당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남자 연예인들을 향한 잣대는 한없이 헐겁고 관대하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복귀할 때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더 성숙한 연기력으로 보답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변명만 늘어놓는다. 대체 누가 범죄자에게 '연기로 보답해달라'고 요구했단 말인가. 연기력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더욱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은 이런 논란의 배우들을 어떻게든 품어 안으려는 제작사, 배급사, 매니지먼트 등 업계의 행태다. 마치 그 배우가 아니면 대한민국 영화계가 굴러가지 않는 것처럼 전과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충무로와 방송가에 연기력 출중한 신인이나 신선한 얼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디션장에는 기회조차 얻지 못해 눈물짓는 보석 같은 무명 배우들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리스크를 감수하며 굳이 논란의 중심에 선 범죄자를 수백억 대작의 간판으로 세우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려는 노력과 흥행 실패를 감당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이름값과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안전하게 돈을 벌어보겠다는 얄팍하고 나태한 자본 논리가 범죄자들에게 '사고를 쳐도 금방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대중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범죄를 무겁게 단죄해야 할 연예계가 오히려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과 초고속 복귀 판을 깔아주는 촌극을 대중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 실형을 면하고, 자숙해야 할 시기에 천만 감독과 웃고 떠드는 유아인. 그리고 그에게 기꺼이 무대를 내어주려 안달 난 대한민국 연예계. 이런 기형적 현실이야말로 '대한민국은 남자 연예인으로 살기 참 편한 곳'이라는 조롱이 쏟아지는 이유다.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던 유아인의 개념은 결국 자신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이었음이 증명됐다. 카메라 앞에서는 천만 배우의 연기를 할지 몰라도, 대중을 기만하는 현실의 민낯은 삼류 극이나 다름없다.
유아인과 업계는 명심해야 한다.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는 오만한 착각은 이제 거둬야 한다. 대중이 보고 싶은 것은 마약 전과자의 소름 돋는 연기력이 아니라, 그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무게만큼 스크린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전과자에게 50억짜리 동아줄을 내려주며 억지로 막을 올린 이 비겁한 복귀극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박수를 쳐줄 관객은 이제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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