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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티켓값 해야죠"..'베르사유의 장미' 김지우의 소신 [★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4-09-06
"티켓값도 비싼데 돈값 해야죠."

프랑스 혁명의 한복판,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의 시작점에 함께 선 김지우는 고민과 연구 끝에 자신만의 '오스칼'을 완성했다. 그는 20만원에 육박하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도록 매 공연 온 마음을 다해 무대에 서겠다는 소신과 각오를 전했다.

지난 2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의 김지우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베르사유의 장미'는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아가야 했던 '오스칼'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프랑스 혁명 격변기에 피어난 비극적 사랑, 그리고 인간애를 프랑스 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담아냈다.

김지우는 왕실을 호위하는 자르제 가문의 딸로, 왕실 근위대 장교가 되어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는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역을 맡았다. 그는 옥주현, 정유지와 함께 트리플 캐스팅 됐다.

김지우는 전 세계 최초 상연되는 이번 공연에 대해 "저도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고 자란 세대라서 '오스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잘못 표현하면 환상을 깨는 건 아닐지 부담감이 크더라. 처음에는 못한다고 도망 다니기도 했다. '저 진짜 자신이 없다. 이 노래를 할 자신이 없다'고 도망 다녔는데 심지어 (옥) 주현이 언니가 한다고 하더라. 그럼 노래를 더 못하겠다고 했다"고 웃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옥주현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는 김지우다. 그는 "근데 제가 노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언니가 '레베카' 공연을 끝내고 저와 두 시간 반 동안 통화하면서 저를 도와줬다. 언니 때문에 용기를 얻은 것도 있다"며 "언니가 '우리가 보고 자랐던 '오스칼'을 멋있게 표현해서 실망감이 아니라 한국에서 '오스칼'하면 우리가 떠오를 수 있게 만들면 좋겠다'고 해서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앞서 '베르사유의 장미'는 공연을 한 차례 연기하며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김지우는 "처음 밀렸을 때는 아쉬웠다. 리딩 작업할 때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며 "근데 작품이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 혁명에 어떻게 접근해야 가깝게 느껴지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그 미뤄진 기간이 우리에겐 도움이 된 것 같다. 역사적인 배경은 물론, 만화 이외에 원작 작가님이 직접 쓴 글, 팬이 쓴 글까지 읽어볼 기회가 됐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처음 받았을 때와 지금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이야기의 내용이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 삭제한 부분은 있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다 보니까 공연에 다 담기에는 많다. 오스칼과 앙드레의 사랑도 담겨야 하는데 직접적으로 표현하기엔 너무 방대해질 것 같아서 간접적으로, 장면 안에 녹아들게끔 만드셔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웠다. 근데 연습하다 보니까 이렇게 표현하는 게 세련된 방법일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김지우는 '오스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큰 벽을 느꼈다고. 그는 "처음 연습할 때는 '다음 신이 뭐였지?'라고 생각하며 멍하게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근데 제가 글만 이해하려고, 표현하려고 해서 그랬더라. 어느 정도 정서를 쌓고,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그걸 몰라서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제가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 근데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어느 정도 답이 보이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화는 오스칼이 성장하는 모습이 그림으로 딱 보이는데 뮤지컬은 성장 과정을 연기로 보여드려야 하니까 관객들이 빈틈이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근데 그 빈틈을 느끼지 않도록 메꿔나가고, 채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부분을 절대 놓치지 않고 챙겨나가고 싶다"며 "중간중간 스토리가 끊어지게 느낄 수도 있는 걸 배우들이 섬세하고, 꼼꼼하게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배역이 연습뿐 아니라 공연 때도 정신 바짝 차라지 않으면 안 되고, 느슨해지면 안 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무대에 오르는 것이 가장 재밌다는 김지우는 체력 관리 방법에 대해 밝히기도. 그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역할이 난도가 높아서 모든 배우들이 체질식을 하게 됐다. 내 몸에 안 좋은 걸 안 먹으니까 몸이 편해지고, 회복이 빨리 되더라. 고기를 좋아하는데 제 체질에는 고기가 맞지 않는다고 한다. 저번에 한 번 고기 먹다가 (옥주현에게) 한 번 들켰다"면서 "제 몸에는 멥쌀이 잘 맞는다고, 언니가 멥쌀로 만든 쑥떡을 보내줘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서 먹고 있다. 아침마다 꺼내서 공연 시작하기 전에 하나 먹고, 인터미션 때 하나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 주현이 언니 추천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모든 사람이 체질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약을 많이 안 먹으려고 하고 있다. 염증약에 의존하면 순간적으로 괜찮아서 목을 많이 쓰고, 다음날 회복 불능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 노래에 익숙해지게 몸을 만들어놓긴 했지만, 잘 쉬려고 노력했고, 다른 배우들과 발성 연습을 많이 하면서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데뷔 20년, 김지우는 뮤지컬은 인생의 행운이라고 했다. 그에게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지우는 "제가 뮤지컬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연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2005년쯤 방송활동을 많이 했지만, '내가 이다음에 뭘 할 수 있지?'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같은 작품, 같은 느낌의 연기만 하니까 '나는 발전이 없는 사람인가?' 싶기도 했다. 원래 뮤지컬 무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에 오디션을 봤고, 참 좋은 작품을 만나서 무대에 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진짜 연기하는 게 재밌다고 느낀 작품은 '프랑켄슈타인'이다. 극과 극으로 다른 역할을 하게 되니까 너무 재밌었고, 작품에 대한 신뢰도 높았지만, 연출님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쌓였다"며 "같은 연출님이 '베르사유의 장미' 노래 영상을 보내보라고 하셨고, 대본을 봤을 때는 너무 재밌어서 욕심이 나는데 겁도 났다. 연습을 시작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고통스러웠다. 그 과정을 겪을 수 있었던 게 저에게는 너무 큰 행운이었다. 대사를 연습하면서 샤워하다가 울기도 했다.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감정을 알게 됐고, 한 계단 더 내디딜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같이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신 것 자체로 감사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지우는 차기작도 정해진 상태지만, '베르사유의 장미'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목을 아껴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더 안 좋아진다. 또 관객들은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귀중한 시간까지 내서 보러 오시지 않나"라며 "저도 한 사람의 관객으로 공연을 보러 갔는데 목소리를 아끼는 배우들을 보면 화도 난다. 저는 절대 대충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박혀있다. 끝나는 날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소리도 다 내고, 에너지도 다 쓰고 싶다. 후회 없이 끝까지 쏟아내고 싶은 게 제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오는 10월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상연된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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