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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친근하거나 식상하거나..장수 예능의 딜레마 [★FOCUS]

  • 최혜진 기자
  • 2024-09-14
급변하는 트렌드 속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장수 프로그램에는 그 이유가 있다. 처음엔 또렷하고 특색 있는 콘셉트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이후 친근하고 안정감 있는 포맷들을 꾸준히 유지하며 고정 시청층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수 예능은 자칫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빠르게 변하는 방송 환경과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한 결과다. KBS 2TV 장수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 대표적이다. 더욱 다채로워지고 다양해지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100%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1박 2일'은 '재정비 시급한 예능 프로그램' 1위로 지목됐다.

최근 스타뉴스가 리서치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박 2일'은 '재정비 시급한 예능 프로그램(5년 이상 방영 기준) 설문(2개 복수 응답)에서 1위에 랭크됐다. '1박 2일'은 해당 설문에서 21%의 득표율을 받았다. 연령을 불문하고 19~29세(20%), 30대(18%), 40대(24%), 50대(24%), 60대(19%)가 '1박 2일'의 새로운 포맷을 희망했다.

'1박 2일'은 2007년부터 무려 17년간 이어져 온 KBS 2TV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이다. 2012년 시즌2, 2013년 시즌3, 그리고 2019년부터는 시즌4가 방송되고 있다.

'1박 2일'은 야외 숙박과 이를 위한 미션 등 흥미로운 콘셉트와 설정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즌1에서는 최고 시청률 31.2%(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돼도 크게 변하지 않는 방송 구성으로 인해 시청률은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 8일 방송된 시즌4의 가장 최신 회차인 240회 시청률은 8.5%까지 떨어졌다.

'1박 2일'은 긴 세월의 흐름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잦은 멤버 변동으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시즌1에서는 MC몽이 병역 비리 논란에 휘말렸고, 시즌2에서는 이수근이 불법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다. 특히 시즌3에서는 정준영의 성폭행 논란이 큰 타격을 줬다. 이에 따라 '1박 2일'은 제작 및 방송 무기한 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후 '1박 2일'은 9개월의 공백기를 깨고 시즌4로 돌아왔다. 새로운 멤버 김종민, 연정훈, 문세윤, 딘딘, 김선호, 라비와 함께 돌아온 '1박 2일'은 신선한 멤버 조합 등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2021년 김선호가 사생활 논란으로 하차하는 등 위기는 있었으나 이듬해 나인우, 유선호가 새로운 얼굴로 등장했다. 그러다 최근 연정훈과 나인우가 다시 하차하고 이준, 조세호가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다.

하지만 '1박 2일'의 큰 변화는 멤버들뿐, 참신한 방송 구성이나 기획력은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매회 익숙한 포맷의 '1박 2일'은 결국 '재정비가 시급한 예능 프로그램'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1박 2일'에 이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득표율 18%로 2위에 올랐다. 연령별로는 40대 미만(20%) 응답자들이 가장 많은 득표율을 보였다. 그중 30대 25%, 40대 24%가 '놀면 뭐하니?' 재정비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 2019년 첫선을 보인 '놀면 뭐하니?'는 시작부터 큰 화제를 모으진 못했다. 그러다 유재석의 '부캐'(부캐릭터) 활약이 주목받으면서부터 '놀면 뭐하니?'의 흥행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재석의 1인 체제에서 멤버가 늘어난 패밀리십 체제로 바뀌며 '놀면 뭐하니?'의 특색을 잃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놀면 뭐하니?'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1인 체제로 유재석이 혼자 이끌어왔고, 2021년 5인 체제, 2022년 7인 체제, 그리고 2023년부터 현재까지는 유재석, 하하, 주우재, 박진주, 이이경, 이미주의 6인 체제로 진행됐다.

여러 번의 멤버 변화는 있었지만 새롭고 과감한 시도는 없었다. 특별한 아이템과 스토리가 없는 상황 속 멤버들의 '케미'만 강조되고 있다. 그나마 화제를 모은 것은 음악 프로젝트 그룹 결성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별만 다를 뿐, 기시감이 드는 포맷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위는 SBS '미운 우리 새끼'(18%), 4위는 MBC '나 혼자 산다'(15%), 5위는 SBS '런닝맨'(14%), 6위는 JTBC '아는 형님'(13%), 7위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10%), 8위는 MBC '복면가왕'(9%)과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9%), 10위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8%)이 뒤를 이었다.

공동 11위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7%)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7%),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7%),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7%), 공동 15위 MBC '구해줘 홈즈'(6%), SBS '동상이몽'(6%), MBC '라디오스타'(6%), KBS 2TV '불후의 명곡'(6%), 공동 19위 tvN '놀라운 토요일'(5%), JTBC '뭉쳐야 찬다'(5%) 순이다.

장수 예능은 양날의 검을 가졌다. 오래된 프로그램이기에 매주 친구를 만나는 듯한 반가움을 준다. 고정 시청자들은 믿고 시청해온 예능이 전달하는 정보에도 신뢰감을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장수 예능이 기획 의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변주를 주기란 쉽진 않다. 이러다 보니 고정 시청자들 외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이 쉽지 않다. 게다가 고정 시청자들도 식상함을 느끼면 떠난다. 똑같은 방송 구성은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흥미를 잃게 한다. 시청자가 계속해서 떠나게 되면 이는 프로그램 존폐 위기와 직결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기존 틀을 드러내고 새로운 것으로 채운다는 것은 제작진에게 큰 도전이고 모험이다. 한 방송사 예능 PD는 스타뉴스에 "제작진들 역시 재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재정비 의지가 있다"며 "하지만 제작비 압박도 있고, 변화를 주다 보면 보수적인 시청자들의 반발도 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악플이 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지표가 나쁘지 않으면 길게 끌고 나가려고 한다. 수익도 있고 잘되다 보면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섣불리 변화를 꾀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제작진의 책임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장수 예능의 딜레마다. 장수 예능은 방송사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 간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응원하는 애청자들도 많다. 하지만 급변하는 흐름 속 일부 시청자들은 새로운 자극을 원하기도 한다. 이들은 재정비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물론 모든 시청자를 충족시킬 수 없다. 하지만 재정비 또는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만큼,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모색하기 위한 제작진들의 고심과 고민이 필요할 때다.

한편 '스타뉴스 창간 20주년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 19~69세 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00년대 이후 연예계를 살펴보는 본 조사는 관련 주요 차트 및 수상 내역, 온·오프라인 활동 당시의 영향력 및 관련 분야 기자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분야별 후보군 20명을 보기로 제시했고, 2명씩 선택하게 했다. 보기에 없는 인물은 기타란에 자유롭게 적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자료수집방법은 온라인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0%포인트, 올해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기준으로 가중값을 부여했다.
최혜진 기자 |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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