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6년 차, 배우 유승호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배우 유승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 연극으로, 유승호는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아 연인과의 이별 후에 불치병으로 야위어가는 캐릭터를 애절하게 그려냈다.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데뷔 후 첫 연극 도전에 나섰다. 그는 "사실 그동안 여러 제안도 있었지만,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아니고, 관객들 앞에서 제 연기로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안 생겨서 거절하다가 30대에 진입하면서 든 생각은 '내가 편한 것만 하면 무슨 발전이 있을까?'였다. 겁이 나지만, 한 번쯤 부딪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이 극을 함께 한 많은 베테랑 배우들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성소수자 역할에 대해 "저와는 다소 거리가 먼 역할이지만, 성소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사랑에 집중하려고 했다. 제 앞에 남자가 있지만, 굳이 남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보통 연인들에게 내 감정을 얘기하듯이 똑같이 루이스를 바라보며 연기했다"며 "우리가 성소수자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정형화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진 않았다. 단순히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아파하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앞서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는 유승호는 "무대 규모도 컸고 (내용도) 쉽지 않은 극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떨리고, 긴장된다는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그 이후로는 먹질 못했다"며 "역할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다가 무대 초반 2회 이후로는 식욕도 없어지고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몸무게 64kg로 시작했는데 마지막 공연 때는 56kg까지 감량돼 있더라. 근데 극 중 에이즈 환자였고, (체중 감량이) 증상 중 하나여서 어느 면으로는 운도 따라줬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공연 3시간 20분만 버텨보자는 마음이었다. 공연 끝내고 11시~12시 정도 되면 밥을 먹으면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승호는 "저는 굶어가면서 라인만 살려보자고 했는데 중간에 운동도 포기하고, 최대한 에이즈로 인해 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음식을 못 먹다 보니까 영양제도 못 먹겠더라. 속이 너무 안 좋아졌다. 이틀에 한 번씩 밥을 먹었는데도 장 트러블이 일어나서 무섭더라. 카메라 앞이면 양해를 구할 텐데 무대는 그러질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음식을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고충을 밝혔다.
첫 공연 때와 마지막 공연 당시 느낀 감정의 차이가 컸다는 유승호는 "저는 매체 배우였고, 첫 공연 때는 단순히 '안 틀려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뿐이었다. 너무 떨어서 손발에 땀이 난 적이 처음이었다. 근데 결과적으로 저는 너무 못했고,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무대를 배우로서 제 발전을 위한 연습의 무대로 삼은 건 아니지만, 제가 더 발전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연습할 때 모든 수를 다 써봤고, 제가 초반에 연기한 '프라이어'의 감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점점 인물과 친해지고, 긴장이 줄어들면서 무대 위에서 마주보고 있는 배우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 '이런 여유를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5회차 정도 남겨놓고 처음으로 떨리지 않고 빨리 무대에 나가고 싶었다. 그제서야 무대가 적응됐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공연이 끝나면 다시는 무대에 서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일주일 지나고 보니까 무대 위의 떨림이 그립더라.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저에게 또 연극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데뷔 25년간 매체 연기에만 매진했던 유승호의 첫 연극 도전이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카메라 앞이 아닌 관객 앞에 선 그에게 냉혹한 평가들도 이어졌다. 그는 "사실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배우들이 반응 보는 법을 알려주셔서 X(옛 트위터)에 검색해 봤는데 슬펐다.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를 떠나서 제가 해야 될 일이 있으니까 빨리 수정해서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연극에 도전한 데 대해 후회는 전혀 없다. 분명한 건 유승호라는 사람이 얻은 건 몇 가지 있다고 본다. 사실대로 얘기하자면 저는 배우로서 가져야 할 스킬이 많이 부족했다. 다른 선배님들처럼 연극 배우 출신도 아니고, 현장에 무작정 가져다놓고 성장한 배우인데 스킬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부분과 한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던 당시를 회상한 유승호는 "딱 한 번 받아봤는데 제 나름대로는 두 달 간의 고생을 보상받는다. 울컥하기도 했고, 이상한 감정이 많이 들더라. 팬분들한테 인사드릴 때도 이런 부분 저런 부분이 좋았다고 해주시는 게 감사했다. 제가 새로운 걸 시도했을 때 관객 분들이 좋아하셨을 때 기분 좋았다"고 전했다.
유승호가 접한 평가와는 별개로, 그는 많은 것을 배우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치열했던 유승호의 첫 무대는 그에게 많은 의미를 남긴 셈이다. 그는 "여러 의미로 유승호라는 배우한테 엄청나게 큰 충격을 준 작품이긴 하다. 내가 스킬이 부족한 배우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고, 내가 '이렇게 겁이 많구나'라는 걸 다시 느꼈다. 근데 저는 그렇게 태어났다. 겁이 많다"고 목소리를 떨었다.
이어 "이겨내 보려고 노력했고, 뭐가 됐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저한테는 그런 충격을 줌과 동시에 또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작품이기도 하고, 3시간 20분 동안 무대에서 연기하면서 도저히 즐길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즐길 수 있다는 충격도 받았다. 고맙기도 하고, 많이 울기도 한 작품"이라고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라는 경험이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초반에는 '이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프라이어야'라고 확신했는데 무대를 거듭하면서 그게 틀렸다는 걸 느꼈고, 점점 고쳐나갔을 때 입체감 있는 프라이어가 나왔기 떄문에 더 나은 인물을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며 "매체에 가서도 제가 더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끝낸 후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그는 "연극 때문에 다른 작품 대본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보지 못했던 시나리오나 대본을 다 정리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작품을 결정하고 싶고, 좋은 작품으로 찾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배우 유승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 연극으로, 유승호는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아 연인과의 이별 후에 불치병으로 야위어가는 캐릭터를 애절하게 그려냈다.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데뷔 후 첫 연극 도전에 나섰다. 그는 "사실 그동안 여러 제안도 있었지만,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도 아니고, 관객들 앞에서 제 연기로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안 생겨서 거절하다가 30대에 진입하면서 든 생각은 '내가 편한 것만 하면 무슨 발전이 있을까?'였다. 겁이 나지만, 한 번쯤 부딪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이 극을 함께 한 많은 베테랑 배우들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성소수자 역할에 대해 "저와는 다소 거리가 먼 역할이지만, 성소수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사랑에 집중하려고 했다. 제 앞에 남자가 있지만, 굳이 남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보통 연인들에게 내 감정을 얘기하듯이 똑같이 루이스를 바라보며 연기했다"며 "우리가 성소수자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정형화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진 않았다. 단순히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아파하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앞서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는 유승호는 "무대 규모도 컸고 (내용도) 쉽지 않은 극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떨리고, 긴장된다는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그 이후로는 먹질 못했다"며 "역할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다가 무대 초반 2회 이후로는 식욕도 없어지고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몸무게 64kg로 시작했는데 마지막 공연 때는 56kg까지 감량돼 있더라. 근데 극 중 에이즈 환자였고, (체중 감량이) 증상 중 하나여서 어느 면으로는 운도 따라줬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공연 3시간 20분만 버텨보자는 마음이었다. 공연 끝내고 11시~12시 정도 되면 밥을 먹으면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승호는 "저는 굶어가면서 라인만 살려보자고 했는데 중간에 운동도 포기하고, 최대한 에이즈로 인해 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음식을 못 먹다 보니까 영양제도 못 먹겠더라. 속이 너무 안 좋아졌다. 이틀에 한 번씩 밥을 먹었는데도 장 트러블이 일어나서 무섭더라. 카메라 앞이면 양해를 구할 텐데 무대는 그러질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음식을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고충을 밝혔다.
첫 공연 때와 마지막 공연 당시 느낀 감정의 차이가 컸다는 유승호는 "저는 매체 배우였고, 첫 공연 때는 단순히 '안 틀려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뿐이었다. 너무 떨어서 손발에 땀이 난 적이 처음이었다. 근데 결과적으로 저는 너무 못했고,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 무대를 배우로서 제 발전을 위한 연습의 무대로 삼은 건 아니지만, 제가 더 발전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연습할 때 모든 수를 다 써봤고, 제가 초반에 연기한 '프라이어'의 감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점점 인물과 친해지고, 긴장이 줄어들면서 무대 위에서 마주보고 있는 배우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 '이런 여유를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5회차 정도 남겨놓고 처음으로 떨리지 않고 빨리 무대에 나가고 싶었다. 그제서야 무대가 적응됐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공연이 끝나면 다시는 무대에 서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일주일 지나고 보니까 무대 위의 떨림이 그립더라.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저에게 또 연극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데뷔 25년간 매체 연기에만 매진했던 유승호의 첫 연극 도전이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카메라 앞이 아닌 관객 앞에 선 그에게 냉혹한 평가들도 이어졌다. 그는 "사실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배우들이 반응 보는 법을 알려주셔서 X(옛 트위터)에 검색해 봤는데 슬펐다.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를 떠나서 제가 해야 될 일이 있으니까 빨리 수정해서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연극에 도전한 데 대해 후회는 전혀 없다. 분명한 건 유승호라는 사람이 얻은 건 몇 가지 있다고 본다. 사실대로 얘기하자면 저는 배우로서 가져야 할 스킬이 많이 부족했다. 다른 선배님들처럼 연극 배우 출신도 아니고, 현장에 무작정 가져다놓고 성장한 배우인데 스킬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부분과 한 캐릭터의 감정을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던 당시를 회상한 유승호는 "딱 한 번 받아봤는데 제 나름대로는 두 달 간의 고생을 보상받는다. 울컥하기도 했고, 이상한 감정이 많이 들더라. 팬분들한테 인사드릴 때도 이런 부분 저런 부분이 좋았다고 해주시는 게 감사했다. 제가 새로운 걸 시도했을 때 관객 분들이 좋아하셨을 때 기분 좋았다"고 전했다.
유승호가 접한 평가와는 별개로, 그는 많은 것을 배우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치열했던 유승호의 첫 무대는 그에게 많은 의미를 남긴 셈이다. 그는 "여러 의미로 유승호라는 배우한테 엄청나게 큰 충격을 준 작품이긴 하다. 내가 스킬이 부족한 배우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고, 내가 '이렇게 겁이 많구나'라는 걸 다시 느꼈다. 근데 저는 그렇게 태어났다. 겁이 많다"고 목소리를 떨었다.
이어 "이겨내 보려고 노력했고, 뭐가 됐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저한테는 그런 충격을 줌과 동시에 또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작품이기도 하고, 3시간 20분 동안 무대에서 연기하면서 도저히 즐길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즐길 수 있다는 충격도 받았다. 고맙기도 하고, 많이 울기도 한 작품"이라고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라는 경험이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초반에는 '이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프라이어야'라고 확신했는데 무대를 거듭하면서 그게 틀렸다는 걸 느꼈고, 점점 고쳐나갔을 때 입체감 있는 프라이어가 나왔기 떄문에 더 나은 인물을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며 "매체에 가서도 제가 더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승호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끝낸 후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그는 "연극 때문에 다른 작품 대본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보지 못했던 시나리오나 대본을 다 정리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작품을 결정하고 싶고, 좋은 작품으로 찾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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