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사내이사의 대표 복귀는 법적으로도 불발됐다. 하이브와의 공방은 다시금 안갯속으로 휘몰아칠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29일 민희진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청구가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에 맞지 않을 때 본안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이 사건 이사들에게 신청 내용과 같은 업무 집행을 지시하더라도 이사들은 독립적으로 이 사건 안건에 대한 찬반 여부를 판단, 결정해야 하고 하이브의 지시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라며 "신청 내용과 같은 가처분을 명한다고 해도 어떤 법적 효과가 생기지 않아 신청의 이익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주주간계약의 당사자인 주주가 자신이 지명한 이사로 하여금 업무집행과 관련해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한 규정인 프로큐어(procure) 조항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프로큐어 조항은 주주, 이사 및 회사 사이의 관계에 관한 상법상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는 점에서 계약당사자 사이의 효력에 관해 논란이 있다"라며 "이 사건 조항의 유효성은 본안 소송에서의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돼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조항의 채권적 효력을 인정해도 조항의 내용을 강제로 이행할 것을 구하는 청구가 가능하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라며 "이 사건 신청과 동일한 내용의 청구가 본안소송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동일한 내용의 단행적 가처분을 명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판결 직후 하이브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 하이브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어도어 정상화, 멀티레이블 고도화, 아티스트 활동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민희진 전 대표는 지난 9월 13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사내이사 재선임 등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후 지난 17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어도어는 지난 8월 27일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김주영 신임 대표이사는 다양한 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HR) 전문가로서 어도어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정비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민희진 전 대표는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나지만 어도어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그대로 맡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희진 측은 이에 반발하며 "대표이사 해임은 주주간계약에 위반되는 것이고 법원의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표이사 해임의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을 준비 중이으나 2024년 11월 2일 전까지 어도어 이사 재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필요한 점, 법원의 가처분 심리기간을 고려해 어도어의 이사로 재선임한 다음 대표이사로 선임하라는 취지로 가처분신청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 세종, 마콜컨설팅그룹은 "민희진 전 대표에게는 주주간계약에 의해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로서의 5년 동안의 임기가 보장된다. 이러한 사실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결정으로 이미 명확히 인정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는 이전과 동일한 사유로 일방적으로 민희진 전 대표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한 주주간계약과 대표이사 임기를 보장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하이브는 지속적인 계약위반 행위와 업무방해, 명예훼손과 모욕 등을 멈추고, 어도어와 뉴진스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하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뉴진스 등판'까지 이어지며 공방은 계속됐다.
당시 뉴진스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민희진 사태'와 관련한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속내를 털어놨다. 뉴진스 공식 계정이 아닌 새로운 계정으로 진행된 라이브로 뉴진스는 어도어 직원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는 "민희진 대표님이 시킨 것 아니냐는 엉뚱한 말이 있을지 걱정이 있다. 그러나 이 라이브 방송은 우리가 확실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준비한 라이브"라고 운을 떼고 데뷔 전 사적 기록 유출, 하니가 당했다는 왕따 사례,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갈등 등을 언급하고 "하이브가 정말 뉴진스를 위한 회사인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뉴진스는 하이브를 '비인간적인 회사'라고 부르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민희진 대표님이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라고 강조, 시한까지 정하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남겼다.
앞서 법원은 지난 5월 민희진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되나 모색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어도어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주주총회 개최가 임박해 민희진이 본안 소송으로 권리구제를 받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하이브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시킬 필요성도 소명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의결권 금지 가처분 인용에 이어진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소집 및 사내이사 재선임 청구 가처분 각하까지 양측의 법정 갈등은 멈춰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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