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이 데뷔 25주년을 맞아 연차가 비슷한 동료 가수들과 사모임을 결성했다.
백지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데뷔 25주년 맞이 새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Ordinary Grace)'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디너리 그레이스'는 백지영이 기존에 발매했던 곡들과 사뭇 다른 새로운 감성이 담긴 신보다. 처연한 이별이 아닌 담담하면서도 다채로운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그래 맞아'는 보이 그룹 H.O.T. 출신 강타가 작곡에 참여한 트랙으로 백지영은 '더는 바라지 말기로 해'라는 가사처럼 더 바랄 게 없이 완벽한 가창과 감성을 그려냈다.
◆ '48세' 나이 아깝다는 백지영.."50대 전 꼭 댄스곡 하고파"
백지영은 "25주년이라는 숫자는 알겠는데 의미는 실감이 안 난다. 5 혹은 10 단위로 떨어지는 기념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데뷔 25주년보다는 백지영이 5~6년 만에 앨범 다운 앨범을 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라며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새 앨범 작업 중 타이틀곡 선정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고백했다. '그래 맞아'를 처음 듣자마자 단번에 꽂혀 타이틀곡으로 정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그는 "올해 5월 송캠프에서 이 곡이 나온 후 7월에 모니터를 하러 갔는데 처음 들었을 때부터 '강하게 하고 싶다'는 느낌이 왔다. 실수하기 싫어서 다시 한번 또 들었다. 첫 모니터 했을 때부터 좋았는데 '이윽고 마지막'이라는 가사에 또 꽂혀서 '이건 꼭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원래 이번 앨범은 정규앨범으로 발매할 예정이었어요. 댄스, 발라드곡들을 같이 넣어서 으리으리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들어보시면 알 거예요. 이번 앨범 색깔은 제가 그동안 했던 스타일이 아닌, 저에게도 정말 새로워서 댄스곡을 과감하게 빼고 미니앨범으로 축소시켰어요."
비록 이번에는 댄스곡이 빠졌지만 백지영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댄스 열정이 들끓고 있다. 그는 "'댄스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수년간 있었기 때문에 댄스를 대충 하고 싶지 않았다. 나와 스태프들 사이에서 댄스곡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갈렸다. 조율이 필요했던 와중에 발라드곡을 계속 녹음하다 보니까 결과물이 생각보다 많이 좋게 나와서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말자'는 생각이었다"면서 "댄스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만약 하게 된다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댄스에 대한 집중도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사실 댄스까지 했으면 작업 기간이 너무 타이트했을 것 같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만간 백지영 표 댄스곡을 만날 수 있는 걸까. "마음 먹은 대로 되진 않지만, 내년엔 꼭 하고 싶다"는 백지영은 "곡은 나와있는 상태다. 이 곡으로 나올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곡을 더 받아볼 생각이다. 다음 컴백곡이 댄스일 거라는 장담도 못 하겠지만 스태프들과 서로 언쟁을 펼치며 타이틀을 정해야 할 만한 두 곡은 있다"라며 댄스곡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직 제 나이가 너무 아까워요. 올해는 안 하지만 전 매년 공연을 해왔어요. 그중 댄스 비중도 작지 않았죠. 이유는 제가 너무 즐겁고 아직은 체력이 댄스를 하고도 남기 때문이에요. 나이 앞자리가 바뀌기 전에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50대가 됐을 때 댄스를 해도 좋은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하고 싶어요."
백지영의 대표 댄스곡으로는 '대쉬(Dash)'가 유명하지만, 2PM 옥택연과 함께 부른 '내 귀에 캔디'도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백지영이 새롭게 댄스곡을 발매한다면 이번에는 어떤 남자 가수와 호흡을 맞출지 기대되는 상황.
이와 관련해 백지영은 "작업해둔 트랙이 두 곡으로 간추려지는데 그중 한 곡은 남자 피처링이 필요하다. 누구랑 하고 싶은지,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진짜 없다. 왜냐하면 나와 택연이의 나이 차이가 12세로 한 바퀴 띠동갑이었는데 요즘 활동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와 나이차가 두 바퀴는 돌아야 한다. '내가 혹은 그 친구가 할 수 있을까?' 싶다. 하려면 못할 건 없겠으나 현실적으로 구체화해서 생각해 보진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 "존버했네요"..연예계 사모임 'BTX'의 정체
백지영은 오랫동안 가요계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며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고 있는 이승기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이승기가 이를 기념하는 앨범 준비와 관련해 전화를 했다는 것. 백지영은 "승기가 20주년 기념 앨범을 만들기 위해 선후배 가수분들한테 피처링을 부탁하는 전화를 돌리는 것 같다. 나도 승기랑 친하니까 전화를 받았다. '누나, 외람되지만 저 20주년 기념 앨범에 함께 해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하길래 '어떡하니. 나도 25주년이다'라고 하면서 서로 축하를 해줬다. 이후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승기가 '저희 진짜 존버('존X 버티다'의 줄임말)했네요'라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와닿았다"라고 말했다.
"승기도 여러 가지 일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존경스러운 부분이 있는 친구예요. '존버했다'는 말에 공감을 하고 있었는데 승기가 뭔가 번뜩였나봐요. '존버 느낌 가수로 모임 하나 만들어볼까요?'라고 하더라고요. 대장은 종신이 오빠예요. 그 위로는 저희 모임에 못 들어오죠. 총 구성원은 저, 윤종신, 린, 이수, 김범수, 거미, 케이윌, 이승기, 데이브레이크 이원석이에요. 얼마 전에 첫 모임을 했어요."
백지영의 말처럼 최근 이승기는 아내 이다인의 부친이자 견미리의 남편인 장인의 주가 조작 혐의와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의 정산금 미지급 소송 등을 이어가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첫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백지영은 "별 얘기를 다했다"면서 "목 관리에 관한 고민을 나눴다. 20년 넘게 계속 목을 쓰는 가수들이다 보니까 한 명도 빠짐없이 말 못 할 사정들이 다 있었더라. 근데 그걸 누구와 나눠보질 못한 거였다. 때문에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도움이 많이 됐다. 연말에 또 모이기로 했다. 이 모임이 너무 소중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모임 이름은 'BTX'다. 뜻은 '버틴자들'. 백지영은 "모임명을 무엇으로 할까 엄청 고민하다가 창의력이 다 떨어졌다. 케이윌이 '버틴자들'이라고 해서 'BTX'로 하기로 했다. 이름도 마음에 든다"라며 웃었다.
◆ 데뷔 25주년에도 변하지 않은 마음.."전 직업형 가수예요"
백지영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25년 전 데뷔 초도 회상했다. 지난 1999년 7월 정규 1집 'Sorrow'를 발매하며 데뷔한 백지영은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 '대한민국 대표 여성 보컬리스트'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백지영은 '목소리가 명함'이라는 말처럼 첫 소절만 들어도 '백지영 노래구나'라고 싶을 정도의 독보적인 음색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대중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제는 '인간 백지영'보다 '가수 백지영'으로 살았던 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데뷔 25주년을 대하는 마음 가짐도 달라졌을 것. 백지영은 "2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변한 게 엄청 많다"면서 "그때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고 활동하는 시스템상 나에게는 음악을 고를 권리나 거부할 권리 조차 없었다. 스케줄도 하고 싶다거나 거부할 권리가 없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보다 하기 싫은 걸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땐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피곤하고 불만스러워서 굉장히 고단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경험들이 앞으로 내가 30, 40, 50주년까지 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고 동력이 된 건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25년 전후로 변하지 않은 건 노래를 대하는 마음이에요. 전 어쩌다 보니 가수가 된 상황이었지만 한 곡 한 곡 노래를 대하는 마음은 굉장히 신기하고 정성스럽고 벅찼어요. 지금도 그래요.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요. 많이 변한 건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결과가 나쁘면 혼났고, 좋으면 '이렇게 더 할 수 있었는데 왜 못했냐'고 혼났어요. 그래서 항상 고되고 피곤했죠. 근데 지금은 결과가 좋든 안 좋든 그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이 됐어요. 그래서 저에게 양쪽 다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요."
백지영은 데뷔 후 25년 동안 연기, 예능, 프로듀서 등 다른 파트로 전향하지 않은 채 오롯이 보컬리스트로만 활동하는 이유도 고백했다. 그는 "이렇게 나누는 걸 싫어하는 분들이 많을텐데 굳이 나누자면 난 직업형 가수라고 생각한다. 난 내 직업에 굉장히 만족한다. 내 안에도 가사와 곡을 쓰고 싶고, 내 앨범을 내가 프로듀싱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을 때도 있었다. 가끔은 누군가가 표현해 줄 수 없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가 만들어내고 싶다는 열망이 당연히 있었다. 다만 그게 나의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나와 내 회사가 힘들지 않게 회사를 유지하고 가수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백지영은 "내 열망을 해결하려면 곡을 쓰고 뭔가를 하기 위해 공부를 할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동안 쉼 없이 일했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서 더 불가능해졌다. 다행인 건 내가 노래를 부를 때 내 감정을 많이 갖다 쓰는 편이 아니라는 거다. 내 노래에 슬픈 여주인공이 등장하면 옛날 나의 경험 혹은 슬픔을 가져다 쓰지 않고 지금 이 사람을 이해하고 이 사람의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 방법이 나와 더 맞는 것 같다. 난 내 감정을 녹여내는 것보다 이 사람을 표현하는 게 더 맞는 사람이다. 사실 내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에 대한 욕망이 들끓었으면 잠을 안 자고서라도 했겠지만, 난 직업형 가수에 더 탤런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굳은 소신을 밝혔다.
"국내 여성 아티스트 중 노래 잘하는 가수로 손꼽히는 건 굉장히 성부스러워요. 왜냐하면 저도 아직은 '나도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가수가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수식어가 저에게 어떤 보상과 보람이 돼서 감사하지만, 주위에 노래 잘하는 친구들을 1위부터 50위까지 줄세워보면 전 그 안에 없을 것 같아요. 100위까지 하면 들어갈 것 같아요. 제가 저를 너무 잘 포장했는데 막상 열어봤더니 별 거 없는 기분이에요."
백지영의 새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는 2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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