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서34년간 활동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로는 단연 '골룸'을 꼽았다. 2000년대 초 MBC '코미디 하우스'에서 선보인 캐릭터 골룸은 조혜련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조혜련은 "골룸을 하고 나서는 두려운 게 없어졌다"며 "그전에는 새로운 코너나 게스트, 노래를 할 때도 떨림이 있었는데 골룸 이후에는 일본 활동을 하든 음반을 내든 수만 명 앞에 혼자 서든 안 떨린다. 골룸보다 더한 건 없으니까"라고 웃었다.
물론 후회되는 일도 있다. 일본 활동이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개그우먼 1호인 그는 2005년 전성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신인으로 다시 시작해 자리 잡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값진 경험을 얻었지만 만일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말 개고생이었다"며 "언어를 배운 것도, 외국에서 경험한 것도 돈으로 바꿀 수 없지만 몸이 너무 힘들었고, 겪어야 했던 아픔도 많았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 일을 하겠냐고 하면 안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조혜련은 "하나도 헛된 건 없었다"고 했다. 당시 일본 활동을 담기 위해 KBS 다큐멘터리 '수요기획' 제작진이 두 달 반 동안 그를 따라다녔고, 이후 방송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본 지금의 남편이 조혜련에게 매력을 느꼈다는 것. "남편이 그걸 보면서 '저 사람 대단하다,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대요. 결국 그렇게 또 연결이 됐잖아요. 그러니까 돌아보면 인생에 헛된 건 없는 것 같아요."
"인생 롤모델 유재석..존경하는 선배 이성미"남편이 그의 인생 매니저라면, 유재석은 그의 인생 롤모델이다. 조혜련은 자신을 '유라인'이라 칭하며, 명절이면 한우를 주고받는 사이임을 밝혔다. 그는 "재석이는 정말 자기 사람을 챙기는 사람이다"며 "심하게 들어오지는 않는다. 녹화가 끝나면 바로 문자가 오는데 '누나 오늘 너무 좋았어. 누나 때문에 빛났다' 이런 식으로 온다. 그러다 이야기를 끝내고 싶으면 경례하는 이모티콘을 딱 보낸다. 나도 이제 눈치를 보니까 더 길게 들어가면 점수 깎일 수 있으니까 '아, 이제 그만해야 하는구나' 한다"고 웃었다.
조혜련은 '국민 MC'인 유재석의 방송 속 태도를 세심하게 관찰한다고 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웹예능 '핑계고' 등 유재석이 이끄는 프로그램에서 그가 다른 출연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본다. "하하, 허경환한테 어떻게 하는지, 주우재를 어떻게 놀리는지 다 봐요. 그래야 저도 경실 언니랑 할 때 써먹을 수 있죠. 재석이가 하는 걸 따라 했을 때는 틀림이 없어요. 정말 배울 게 많아요."
조혜련에게 또 한 명의 중요한 선배는 이성미다. 존경하는 코미디언으로 이성미를 꼽은 그는 후배를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성미 언니는 자기의 정도를 안다. 자기 나이에 맞게,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본을 보이면서 어려운 후배들도 도와준다. 항상 밥 먹자고 하고 챙겨주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또 그 사람들에게 맞춰준다. 믿음의 선배로서 잘 이끌어주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다"고 치켜세웠다.
눈여겨보는 후배로는 개그맨 이선민을 꼽았다. '신여성'을 통해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선민의 가능성이 남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처음에는 아무도 이선민을 몰랐어요. '신여성' 한다고 할 때도 배우 이성민인 줄 알고, 그 배우가 왜 이걸 하나 싶었을 정도예요. 그런데 같이하면서 승승장구하는 거예요. 끼가 정말 많아요. 중후한 면도 있고, '오늘은 좋은 날'의 '울엄마' 김쌤 같은 느낌도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감각도 있어요. 앞으로 더 잘될 거예요."
34년 차 조혜련은 계속 달린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대하는 마음이다. 과거의 조혜련이 인정받기 위해 쉼 없이 달렸다면, 지금의 조혜련은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며 달린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돌아온 길도 헛됨이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의 고생도, 심의 불가 판정을 받은 '아나까나'도, 자신을 힘들게 했던 관계도 결국 지금의 조혜련을 만든 시간이었다.
조혜련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옛날처럼 바쁘기는 해요. 그런데 훨씬 덜 피곤해요. 예전에는 내가 뭘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결과가 안 좋으면 이유가 있겠지 생각해요. 그냥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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