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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천하, K팝 춘추전국시대[★창간17]

  • 윤상근 기자
  • 2021-09-19

2021년 K팝의 현주소는 어디인까. 방탄소년단(BTS, RM 진 지민 제이홉 슈가 뷔 정국)의 글로벌 영향력 하나만으로 답할 수 있는 걸까. 분명히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도 무궁무진하다.

K팝이 하나의 장르이자 시장으로 규정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과 H.O.T 세대를 거쳐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로 이어지며 자리를 잡기 시작한 '2세대 아이돌'의 태동과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핫100 2위로 월드스타가 된 싸이의 당시 존재감 등이 K팝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글로벌화를 이끌어낸 중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돌 포화로 레드오션이 된 이후 온라인과 해외시장을 절묘하게 공략하며 팬덤의 세를 불려나간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아미(ARMY) 군단을 이끌고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는 모습은 모두를 놀라게 했고 다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들 입을 모았다.

방탄소년단은 이렇게 전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고 그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다음이 무엇일 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도 커지고 있기도 하다. 말 그대로 'NEXT 방탄소년단'은 누가 될 것이고, 이 후광을 K팝은 어떻게 마주해야 할 것인가.

◆ 방탄소년단 글로벌 성공과 함께 격상된 K팝의 위상


방탄소년단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월드스타로 거듭났다. 한국 가수 최초 빌보드 싱글 및 앨범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굳이 덧붙일 말은 없다만 방탄소년단이 이룩한 성과는 이것만 있지 않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2020년 IFPI Global Recording Artist of the Year Award에서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에는 2위에 올랐고 2019년에는 7위였다. 이 순위가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던 건 방탄소년단이 해당 차트 상위권에 오른 가수들 중에서 유일한 아시아권 가수였고 K팝 가수였으며 멤버 전원이 대한민국 태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경쟁자는 다른 국내 K팝 가수가 아니라 2013년 원 디렉션, 2014년과 2019년 테일러 스위프트, 2015년 아델, 2016년과 2018년 드레이크, 2017년 에드 시런 등 해당 차트 정상에 오른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었고 심지어 이 경쟁에서 1위에 올랐다.

이 '방탄소년단 효과'와 더불어 IFPI가 발표한 또 다른 결과 역시 남다른 의미를 갖게 한다.

2019년 IFPI가 발표한 The World's favorite genres 순위에서 K팝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팝이었고 2위가 록, 3위는 올드 팝(Oldies)였으며 4위가 힙합/랩, 5위는 댄스/일렉트로닉, 6위 인디/얼터너티브 장르였다. K팝보다 아래 순위에 속한 장르는 메탈(8위)과 R&B(9위), 그리고 클래식(Classical)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완성된 로컬 장르로 규정지어질 법한 K팝이 현재 월드와이드 장르로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또한 IFPI는 팬덤이 강한 국가들을 조명하며 한국의 K팝과 트로트에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69%가 K팝을 듣고 있고 25%는 트로트를 듣고 있다고 답했다. 참고로 이렇게 지역적인 색깔이 강한 장르로는 멕시코의 라틴 팝과 프랑스 대중가요(Varietes Francaise), 폴란드 디스코 폴로 등이 있었다. 그리고 IFPI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번째 음악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방탄소년단과 하이브는 2021년에도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글로벌 영향력 강화를 위한 행보는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하이브는 일찌감치 방탄소년단을 제외한 나머지 아티스트들의 소속사 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작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걱정이 되는 부분은 언젠가 방탄소년단과 하이브의 현재 순항에 생기게 될 변화일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이미 '방탄소년단 소속사'라는 타이틀이 가져올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묻고 있고, 그것이 멤버들의 군 입대 시점과 맞물릴 것이라고 끊임없이 가리키고 있다. 아직은 더 커져야 할 K팝의 세계 시장에서의 성장이 방탄소년단의 공백 하나로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2021년 하반기에 대한 전망은 괜찮은 편이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핫100 최다 1위를 안겨준 'Butter' 매출과 맥도날드 MD, 세븐틴 온라인 팬미팅 등이 포함된 680억 원 가량 실적과 블랙핑크 합류 등으로 시선을 이끈 위버스의 수익화 가속도 등은 긍정적이다. 위버스의 경우 추가 국내외 인기 아티스트들의 추가 입점이 준비돼 있으며 내년 네이버 V라이브와의 통합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초 사이 하이브 재팬 보이그룹과 쏘스뮤직 걸그룹 데뷔 준비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 SM·YG·JYP의 'NEXT'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월 21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8월 2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에서 각각 1조4819억 원과 1조3773억 원을 나타냈다. YG엔터테인먼트는 1조 214억 원이었다. 참고로 하이브는 이 세 회사의 시가총액을 더한 수치의 3배를 넘는 10조 6999억 원을 기록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음반 시장 점유율에서 SM이 23.1%를 기록했고 하이브가 22.6%, JYP는 8.4%를 기록했다.

이 수치만으로 한때 국내 음악시장을 호령했던 빅3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느낌이라는 것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3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여전히 이들을 향한 업계 신뢰도는 두텁다. 세계 음악시장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말하긴 해도 지금의 K팝을 완성하도록 토대를 마련한 주춧돌과도 같은 빅3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해도 될 것 같다.

먼저 SM은 최근 매각 이슈가 뜨거운 감자였다. 최대주주로 꼽히는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의 SM 지분 18.72%의 향방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함께 주가가 100%가 넘는 상승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2020년 트리플 밀리언셀러 달성의 NCT DREAM과 2021년 핫 루키로 떠오른 에스파의 존재감 등으로 2021년 2분기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SM의 위엄을 다시금 보여줬다. 여기에 WayV의 중국 롱런, 팬덤 플랫폼 디어유의 이익 가속화도 힘을 보탰다. 하반기 역시 엑소 솔로와 NCT 추가 대규모 컴백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YP는 상대적으로 이른바 '대박급' 활약을 이뤄내진 못했다. 대표 아티스트인 트와이스의 존재감이 아쉬웠으며 바통을 이을 것으로 기대됐던 니쥬 역시 일본에서만 활약이 괜찮은 정도였다. 주가가 한때 상장 이후 최고치를 찍기도 했지만 JYP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미미한 탓이었는지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걸그룹이 강세였던 JYP는 이제 막 신인 타이틀을 벗은 ITZY의 다음 활약과 JYP 첫 밀리언셀러 등극과 함께 대표 보이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는 스트레이키즈의 국내 인지도 상승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 같다. JYP는 여기에 내년 국내 새 걸그룹 데뷔를 비롯해 SBS '라우드' 보이그룹, 스튜디오J 보이밴드, 니쥬 보이그룹, 중국 보이그룹 등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YG는 올해 2분기 주요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뚜렷하지 않았음에도 블랙핑크의 존재감이 국내외에서 확실한 견인차 역할을 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태국 국적 멤버 리사는 첫 솔로앨범 'LALISA'로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매번 음원 차트에서 쏠쏠한 강자로 활약한 AKMU도 모처럼 굵직한 앨범으로 컴백을 신고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기에 하이브와 손을 잡은 YG PLUS가 하이브 레이블의 국내 음반 음원 유통 및 MD 사업 협업을 통해 성과를 확대한 것이 주요했다. YG는 이후 블랙핑크 일본 정규앨범 및 국내 컴백 앨범, 여기에 송민호 트레저도 컴백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기에 내년 신인 걸그룹 데뷔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자리를 잡은 굵직한 아티스트들의 다음 행보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경우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 그리고, 춘추전국시대


K팝 시장은 이제 4세대 아이돌 체제로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2019년을 데뷔 시점으로 잡고 '동생돌'이라는 타이틀로 주목을 받았던 '대형기획사 출신 신인' 아이돌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 스타덤을 얻고 인기 아티스트로 거듭난 선배들의 후광을 얻었으며 트렌디한 음악성을 기반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실력을 갖춘 이들의 활약은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ITZY는 4세대 아이돌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데뷔 직후 주요 국내 가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석권했으며 일찌감치 국내외 팬덤을 온, 오프라인을 통해 확보하며 국내 음반 음원 차트는 물론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1년 하반기에도 이들의 활약은 더욱 가속화를 밟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트레저 ENHYPEN 에스파 니쥬 등 해외 팬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룹들의 성장도 확실히 눈에 띄고 있으며 역시나 치열한 국내 K팝 시장에서는 AB6IX CIX 크래비티 에버글로우 위클리 등이 '넥스트 K팝'을 이끌 주자들로 꼽힌다.

이렇듯 K팝 시장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포화된 상태를 지속해왔다. 아이돌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가 펴낸 '아이돌 연감 2015'에 따르면 2015년 데뷔한 신인 아이돌의 수는 60팀에 달했다. 5년이 지나 2020년대에 접어들었지만 그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추세다. 성공 가능성은 그야말로 희박하다. 대형 기획사에서 오랜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의 꿈을 이루는 것이 그나마 주목을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되고 있는데 이와는 별개로 신생 또는 중소 기획사에서 내놓은 아이돌의 데뷔 사례는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

당연히 이들이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일 기회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롱런은 고사하고 다음 앨범으로의 컴백 가능성도 높아질 수가 없다. 한 가요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데뷔하고 나서도 설 무대를 찾는 것이 정말 힘들다. 음악방송은 더더욱 자리도 없다. 이 팀이 최소한 누구인지를 알려야 하는 기회마저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201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등장한 'BTS 천하'와 함께 K팝 시장은 여전히 새로운 스타 탄생과 롱런, 하락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중 'BTS 천하'라는 변수는 'K팝 춘추전국시대'라는 반대급부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넥스트 월드 아티스트' 탄생 달성까지 시간이 아직은 걸릴 것으로 보이는 빅3(SM JYP YG)의 현재 행보, 또 다른 K팝 시장인 트로트의 예상하지 못한 재조명, 역주행과 음악예능 시장 등 다양한 변수의 적용도 이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다.

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윤상근 기자 | sg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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