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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 "AAA 동경하는 스타들 앞 수상소감 너무 떨렸죠" [인터뷰①]

  • 윤성열 기자
  • 2022-03-14
이도현(27·임동현)은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오묘하게 공존하는 배우다. 베일 듯 날렵한 턱선과 오뚝한 콧날에 중저음의 보이스가 묘하게 섞이니 더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매 작품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해온 그는 202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2020년 첫 주연을 맡은 JTBC 드라마 '18 어게인'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눈도장을 찍더니 이듬해 KBS 2TV 드라마 '오월의 청춘'과 tvN 드라마 '멜랑꼴리아'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며 각종 시상식 트로피를 휩쓸었다.

특히 그는 '2021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2021 Asia Artist Awards, 이하 2021 AAA)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며 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했다. 최근 몇 년 간 가장 주목받은 20대 남자 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한 이도현이 스타뉴스를 찾았다. 그는 차가운 첫인상과 달리 진솔하고 편안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작년에 상을 정말 많이 받았더라고요.

▶이렇게 상을 많이 받아본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솔직히 초, 중, 고등학교 때도 1년에 한 번 받지 않나요? 하하. 말도 안 되는 한 해가 됐죠.

-트로피들은 어디에 뒀나요?

▶상을 받으면 다 본집 부모님 댁에 드려요. 부모님이 진열장에 두시더라고요. 거기가 제 자랑하는 장소인가 봐요. 대학 합격 통지서부터 시작해서 나름 자랑할 만한 것들을 두셨어요. 저는 오글거리긴 한데, 부모님은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연기로 탄 상이니까, 스스로도 자랑스럽지 않아요?

▶제가 순간 자아도취해버리면 한순간에 기고만장해버리는 성격이라서요. 고3 입시 때 크게 느꼈어요. 재수를 하면서 제 성격이 많이 변했죠. 그때부터는 최대한 겸손하고, 남을 인정하고, 오히려 남의 칭찬할 부분을 보면서 살려고 해요. 상은 너무 감사하지만 그 하루 동안만 취해서 살고, 그 뒤로는 다시 초심을 되찾으려고 해요.

-고3 때 너무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아, 고3 때 선생님께서 저에게 '학교 좋은 데 다 써', '넌 다 갈 수 있어' 해 주셨거든요. 저도 자신만만해져서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험을 봤는데 한 군데도 못 붙고 다 떨어졌어요. 그러고 나서 정시를 봤는데 유일하게 세종대에서 예비 번호를 받았죠. 결국 떨어져서 재수를 했어요. 생각해 보면 당시엔 하늘이랑 어깨가 동급에 있었던 거 같아요. 하하. 자아도취가 심각했죠.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말 잘하는 줄 알고 날뛰었던 거 같아요.

-AAA 때 많이 떠는 것 같더라고요. 어땠어요?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신기했어요. 대단하신 스타분들이 무대 위에서 멋있고 예쁘게 퍼포먼스를 하면서 노래를 하니까 정말 신기했어요. 저도 혼자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눈앞에서 그분들의 모습을 보니까 나는 편하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물론 제가 하는 일이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분들 앞에서 상을 받고 수상 속마을 하려니까 너무 떨렸어요. 제가 동경하는 분들이 눈앞에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이도현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성장형 배우'다. 2017년 데뷔한 그는 꼼꼼한 캐릭터 해석과 한층 깊어진 연기로 어느새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오월의 청춘'에선 의대생 황희태 역을 맡아 멜로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고, 사제 로맨스를 소재로 다룬 '멜랑꼴리아'에선 수학천재 백승유 역으로 분해 16세 연상의 임수정과 이질감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작년에 '오월의 청춘', '멜랑꼴리아' 두 작품을 했어요. 각각 어떤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항상 책임감을 많이 가지려고 하는 편인데 '오월의 청춘'은 유독 그랬어요. 아무래도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보니까요. 그 당시에 살아있던 한 인물을 연기하는 거니까 그 인물의 색깔과 삶을 최대한 잘 표현하지 않으면 그때 계셨던 분들에 대한 피해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이 항상 들었어요. 작품 끝나고 후회도 되고 아쉽기도 했는데 좋게 봐 주셔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잊을 수 없는 작품이죠.

'멜랑꼴리아'는 수학을 다룬 드라마라 색다른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수학 공식도 계속 쓰다 보니까 외워지긴 하더라고요. 계속 하다 보면 머릿속에 들어오고 몸이 기억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수학자의 삶도 궁금해져서 자문 선생님에게 많이 물어봤어요.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왜 수학을 하게 됐는지, 정말로 수학자의 눈으로 보면 그런 수식과 기호들이 보이는지, 그런데 실제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되게 신기했어요.

-'멜랑꼴리아'의 백승유는 어떻게 연기했나요?

▶승유는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눴어요. 학창 시절과 성인이 되고 나서 지윤수 선생님을 찾은 후로 나눴죠.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준비했어요. 전반전에는 거의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처음으로 사랑이 싹터서 그 순간에만 조금씩 웃음이 새어나는 정도였죠.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인생을 경험하고 조금 유들유들 해진 모습이었고요. 그래서 통일성을 찾는 게 좀 힘들긴 했어요. 시청자 입장에선 성인이 된 승유에서 과거의 모습이 투영되지 않으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나와서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요. 그 중심을 잡으려고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촬영했어요.

-결과적으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시청률이 안 좋았을 땐 많이 아쉬웠죠. 잘 해내고 싶었거든요. 그때 (임)수정 누나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시청률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우리가 연기하면서 타격을 입으면 안 된다. 우리는 수학자들의 삶, 그 순수함과 고유성을 최대한 잘 전달해 드리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16부작까지 촬영했어요. 힘들었지만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촬영이었어요. 지금도 임수정 선배랑 연락을 주고받아요. 더 시너지 효과도 난 것 같고요. 만약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또 자만했을 거 같아요.

-인터뷰②에 이어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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