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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민폐 남주? '귀공자'의 구원자 [인터뷰]

  • 김나라 기자
  • 2023-06-14
배우 김선호(37)가 인생 최대 위기를 딛고, '귀공자'로 거듭나며 성공적인 새출발을 알렸다.

연극배우 출신인 김선호는 2020년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이듬해 '갯마을 차차차'로 '로코 프린스' 반열에 올라섰다. 여기에 KBS 2TV 예능 '1박2일 시즌4'까지 대박이 터지며 최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며 데뷔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출연이 예정되어 있던 차기작 영화들에서 줄줄이 하차당하며 활동 중단 상황에 놓인 것.

유일하게 박훈정 감독의 영화 '귀공자'만이 김선호의 손을 놓지 않아 빠른 시간 안에 복귀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귀공자'가 나락에 추락할 뻔한 김선호의 구세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베일은 벗은 후엔 분위기가 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김선호야 말로 '귀공자'를 살린 '구원자'였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는 '귀공자'에서 인생 일대 열연을 펼치며 박훈정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보답했다. 영화의 완성도 면에선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있지만 김선호의 연기에 대해선 호평일색이다. 이전에 없던 광기 어린 매력을 폭발해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총기부터 와이어, 카 체이싱 등 고난도 액션 연기도 기대 이상으로 완벽히 소화해내며 '차세대 액션스타' 탄생을 예감케 했다.


김선호는 13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IZE와 만나 '귀공자'가 되기까지 다사다난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봤다. 그는 "부담이라는 표현보다, 저 때문에 '귀공자'가 미뤄진 상황이지 않았나. 누가 됐다는 생각이 컸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귀공자' 팀의 김선호를 향한 신뢰는 굳건했다. 김선호는 "박훈정 감독님과 제작사 스튜디오앤뉴 장경익 대표님이 먼저 저를 불러다가 물어보셨다. 감독님께서 최근 (제작 발표회에서 저를 대체할)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고민하셨다고 그러시는데, 저는 사실 처음 듣는 얘기다(웃음). 저한테는 그런 말 없으셨다. (그 당시엔) 그냥 절 앉혀놓고 '괜찮아? 어때? 할 수 있겠니?' 라고만 물어봐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에 김선호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각오를 다졌다. 그는 "제 입장에선 죄송한 마음이 컸고, 그분들께 더는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컸다. 처음엔 죄송한 마음이 앞섰지만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연기밖에 없지 않나. 정말 열심히 임했다. 연기라는 게 누군가는 초록색, 누군가는 푸른색이라고 하고 정해진 답도 평가도 없지만 그 시간들을 최대한 귀 기울여 놓치지 않고 공들여서 표현하려 했다. 박훈정 감독님이 정말 고마우니까,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니까"라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며 "저를 챙기는 건 두 번째였고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에 바쁜 순간들이었다. 박훈정 감독님이 불러주시고, 연극 무대에도 서며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힘든 시간들이 조금은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기다린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선호는 "팬이 있다는 건 배우에게 정말 고마운 일이다. 배우가 배우로 설 수 있게 해주시니까. 아무리 연기를 열심히 해도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불행한 일이다. 연기를 즐겁고 감사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더라. 정말 고마운 일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데뷔 14년 만에 스크린에 입성하는 소감은 어떨까. 김선호는 "영화가 처음이라, 제 얼굴이 크게 나와서 놀랐다. 시사회 때 저도 처음 봤는데 '어어' 하면서 뒤로 멀어졌다(웃음). 이후엔 너무 긴장을 해서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곧 다시 보려 한다. 남다르고 감사한 건 첫 스크린이라 정말 신기했고 설레고 재밌었다. 배우로서 그런 영광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사회 이후 김선호의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연기 변신에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좋은 결과물이라기보다 감사한 결과물이 나왔다. 좋은지 안 좋은지는 관객분들의 평가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다만 최선을 다한 만큼 '귀공자'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선호는 "제가 방송에 많이 노출된 배우이다 보니, '귀공자'는 완전한 연기 변신보다 저에서 출발하는 면이 있어 거부감이 조금 덜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극 누아르가 아닌 변칙도 있고 위트와 의외성이 있어서 혹여 거부감이 들더라도 2분 정도만 있지 않으실까 기대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난 천재적 배우가 아니다"라며 겸손해했지만 '깔끔한 미친놈'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탄생시킨 김선호. 그는 "사람에겐 다 다양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끌어내는 게 배우의 몫이고. 진짜 같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깔끔한 미친놈'이라는 감독님의 계획을 형상화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광적이라고? 킬러인데 이렇게 엄살이 심하다고?' 원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했다. 저는 천재적 배우가 아니라 계속 확인이 필요했다. 그 이상을 표현해 내기 위해 계속 체크를 받았다. 그렇게 항상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만약에 감독님이 바쁘시면 동네 친구들이라도 불러서 패딩 입고 밖에서 소리 지르며 연습했다"고 뜨거운 연기 열정을 과시했다.

정장 바지가 찢어지도록 달리고 또 달리고, 고소공포증에도 고가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투혼을 불살랐다. 김선호는 "극 중에서 귀공자가 굉장히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신이 있다. 저도 처음엔 '고가다리에서? 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물론, 안전장치가 다 잘 되어 있지만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다. (그래서) 이건 실화인데 (촬영 당시) 눈물이 좀 났다. 근데 사람이라는 게 적응의 동물이니까 감각이 없어지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선호의 차기작은 영화 '폭군'으로 박훈정 감독과 또 동행한다. 김선호는 "'폭군'의 제 촬영분은 다 마쳤다. '폭군'은 '귀공자'와 다르게 정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난장판 속에서 단 한 번의 액션도 하지 않는 역할을 맡았다. 또 다른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기대하셔도 좋다"라며 "드라마 '망내인'은 현재 대본 리딩 과정에 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김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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