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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감독 "이게 차정숙이고, 이게 엄정화! 맑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 감싸"[★FULL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3-06-17

"이전에는 '연진아 연진아'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엔 '정숙아 차정숙'이란 말이 많이 들리더라고요."

"정화 누나가 너무 대단한 사람인 게, 빨려들어가고 사람이 편안해지는 게 있어요. 톱이었다가 갑상선암 수술도 한 과정이 있는데 정숙은 정화 누나가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잘 맞춘 것 같았어요. 팀 분위기도 정화 누나가 잘 만들어서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대진 감독이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연출 김대진·김정욱, 극본 정여랑, 이하 '차정숙')의 성공에 배우 엄정화의 공을 극찬했다. 시청자가 응원한 그 모습 그대로 엄정화의 따스함과 러블리함이 '차정숙' 캐릭터로, 작품으로 묻어났다.

"정화 누나가 서연이를 안고서 쓰다듬으니 '이게 차정숙이고, 이게 엄정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서연이가 눈물을 바로 흘리더라고요." 김대진 감독이 드라마만큼 온정이 넘쳤던 '차정숙'의 힐링 현장 비하인드를 밝혔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 시청자들은 자신의 자아를 다시 찾아가는 차정숙을 응원, 불륜 남편 서인호가 망가지는 꼴에 속 시원함을 느끼면서 '차정숙'을 애청했고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8.5%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숙은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오다가 포기했던 의사의 꿈에 다시 도전했고, 남편 서인호(김병철 분)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최승희(명세빈 분)과 불륜 관계에 혼외자까지 낳았단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혼을 결심했다. 정숙은 자신을 좋아한 로이 킴(민우혁 분)과도 결국 러브라인을 이루지 않고 이혼 후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병원을 차리고 자아를 실현하며 완벽한 홀로서기에 성공, 제2의 인생을 펼쳤다.


-'차정숙'이 TV 시청률 20%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고, 넷플릭스 시청 순위 역시 TV시리즈(비영어) 글로벌 TOP10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이 정도의 흥행을 예상했나.

▶전혀 몰랐다. 제작사에서 내부 시사를 했는데 1, 2회를 보고서는 애매했다. 엄정화 선배님도 나도 마음이 편치 않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터지니 정화 누나와 나는 한숨을 돌렸다. 방송 회차마다 끝나고 정화 누나와 연락을 했는데 우리가 한 게 맞았다고 말했다.

-'차정숙' 성공에 대한 엄정화의 반응이 궁금하다.

▶방송 나갈 때마다 전화를 했는데 첫 방 때 시청률을 보고 면피는 하겠다고 했다. 요즘 '대행사', '일타 스캔들', '퀸 메이커', '더 글로리' 등 여자 주인공이 나온 드라마가 다 잘 됐다. 이 상황에서 정화 누나가 나온 드라마가 잘 돼서 너무 좋다. 정화 누나도 '기뻐요, 행복해요'라고 하시고 현장에서 너무 좋아하더라.

-'차정숙'의 초대박을 느낀 순간이 있었나.

▶이전에는 '연진아 연진아'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엔 '정숙아 차정숙'이 많이 들리더라. 동시간대에 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와 비교를 당했는데 그걸 넘어서니 우리 것이 이렇게 많이 봐도 되는 드라마가 맞나 싶었다. 첫 방송 때 송지호 배우가 주도해서 본방을 같이 시청했는데 매주 같이 보게 됐다. 서로 체감하는 것도 같이 느끼게 됐다.

-마지막 회에서 시청률 20%를 못 넘겨서 아쉽진 않았나.

▶'재벌집 막내아들'에 출연한 정대윤 배우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20%를 넘겼냐'고 물어봤다. 배우들도 내심 기대를 하더라. 사람들 분위기를 보면 그 이상을 했다고 생각한다. 동영상, 클립이 많이 떴더라.

-정숙은 결국 인호와 이혼하고 로이와도 이어지지 않은 채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엔딩은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너무 추운 와중에 빡빡한 일정에서 촬영했는데, 각자의 행복에 대한 엔딩은 일찍부터 얘기가 돼 있었다. 모든 신에 대해 작가와 의도가 뭔지 파악했다. 각자의 삶을 산다는 얘길 들었을 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누가 미워하고 짝이 되는 것보다는 대학교 때 친구였던 세 사람이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로이가 차정숙에게 차인 후 새로운 연인을 사귀는 장면은 꼭 담아야 했나.

▶그 장면은 빼자고 작가님과 얘기했었다. 현실과 판타지를 다 담아야 했는데, 로이에 대한 부분은 판타지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어하더라. 작가님은 나이가 30세 넘은 남자가 정숙이만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하더라. 처음부터 로이와 정숙이 이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키다리 아저씨라고 설정했다. 로이를 새로운 삶으로 보내준 거라고 봤다. 로이가 새 연인을 사귀는 장면이 원래는 더 길었다.

-인호와 승희가 재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불륜 커플이 잘 된 건가.

▶결국 세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으니 그걸 그린 거다. 너무 개별의 삶을 그리는 건 애매했다. 현실적으로 애가 있으니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호가 양쪽에 봉사를 하면서 사는 게 업보인 거겠다.

-차정숙과 엄정화가 어떤 점에서 역할이 부합한다고 생각했나.

▶정화 누나가 너무 대단한 사람인 게, 빨려들어가고 사람이 편안해지는 게 있다. 톱이었다가 갑상선암 수술도 한 과정이 있는데 정숙은 정화 누나가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잘 맞춘 것 같다. 팀 분위기도 정화 누나가 잘 만들어서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인호를 '유쾌한 지질이'로 그려서 시청자 반응이 좋았다.

▶전적으로 이건 김병철 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주신 거다. 처음에 저희가 기획을 할 때 시청자들이 불편한 부분만을 중심으로 가는 게 아니라 한 여성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정숙이 가족과 남편이란 장애물을 넘어서 독립하는 걸 보여줘야 했는데, 우리가 '부부의 세계'처럼 끝장으로 가려는 의도는 없었고 밝고 유쾌하게 가져가려고 했다. 시청자들은 인호에 대해 단죄를 해야하고 파멸시켜야 했을 텐데, 작가님은 그걸 피해갔다.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인물에게 그 사이다 역할을 하게 했다. 작가님은 두 아내가 아니라 딸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마음 아팠을 거다. 환자가 의사에게 침 뱉는 장면도 있었는데, 우리가 의사분에게 직접 취재를 했던 얘기였다. 그걸 인호에게 대입했다.

-인호가 더 지질해 보이도록 특별히 디렉션을 준 게 있는지.

▶나는 멍석을 깔아주니 배우들은 놀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미디나 감정을 내뱉는 장면은 역량 있는 배우에게 믿고 놔두는 편이다. 김병철 씨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너무 잘해주셨고 정화 누나도 너무 잘해주셔서 훌륭한 신이 나왔다. 의도한 장면대로 담기도록만 봤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많이 상의를 했다.


-서인호가 '마성의 하남자', '귀여운 쓰레기'란 별명도 얻었는데 이 정도의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

▶작가님은 너무 진지하거나 너무 웃기기만 하지 않고 밸런스를 맞추길 원했다. 대본 리딩을 해보니 김병철 배우가 준비한 걸 보고 톤을 여기에 맞추면 되겠구나 싶었다. 병철 씨의 연기는 피아노 연주로 치면 하얀 건만이 아니라 '검은 건반'인 것 같다. 어떤 점에선 샵이, 어떤 점에선 플랫이 될 수 있는 건데, 엄정화가 함께 하니 메이저 세븐이 된 거다.

-촬영하면서도 인호가 '진정한 하남자'라고 생각됐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코피를 흘리고 쓰러졌는데 눈을 돌리는 신, 봉사활동 가서 술 먹고 정숙이에게 매달린 신을 너무 유쾌하게 잘해줘서 고맙다.

-엄정화, 명세빈이 오랜만에 작품을 해서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보여야 할 과제도 있었다.

▶엄정화 선배님은 이미 캐스팅이 일찍 이뤄졌다. 정화 누나는 일찍이 어마어마한 슈퍼스타였는데, 연기로도 음악으로도 최정상에 섰던 분이다. 그래서 나에게도 정화 누나는 아직 조금 어렵다. 하지만 정화 누나를 대할수록 느낀 건, 사람 품이 너무 넓고 사랑스럽고 맑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감싼다는 거다. 그것 때문에 이 사람이 긴 시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걸 드라마에서 보여주려고 했다. 세빈 배우는 내가 '킬미 힐미'를 했을 때 박서준 배우의 엄마로 출연했고 내가 B팀 연출로 있어서 알았다. 이 캐릭터를 명세빈 씨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본인이 조금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내가 도우면서 하면 오히려 이 캐릭터는 흥미롭게 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승희는 나름대로 자신의 남편을 차정숙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그 입장을 그릴 때 조심스럽기도 했겠다.

▶나도 고민하면서 그렸다. 보통의 한국드라마라면 나쁜 캐릭터는 파멸하게 보였겠지만, 승희가 은서와 처음으로 울면서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낳았어'라고 말하는 장면도 찍었다. 그 장면은 나도 울면서 찍었는데, 20대 때 승희가 인호를 어떻게 사랑했고 잃어버렸는지 한 번에 보인 장면이었다. 이 캐릭터가 조심스러웠는데 그만큼의 서사를 갖고 있어서 세빈 배우 캐스팅을 설득할 수 있었다. 나는 나중에 시청자들이 승희를 사랑해주진 못해도 승희를 보고 갈등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존 드라마와 다르게 표현이 된 것 같다.

-명세빈은 촬영을 마치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

▶세빈 배우는 워낙 착하고 천사 같은 배우다. 기존에 그 분이 파스텔 옷을 많이 입었길래 옷차림부터 원색, 강렬한 것으로 바꿔보자고 했다. 어느 순간 명세빈 씨가 승희가 돼 있더라. 지금의 명세빈 씨는 자신이 두려워한 걸 하나 넘은 것 같다.


-이서연 배우가 눈물흘 흘려야 하는 신에서 눈물이 잘 안 나서 고생할 때, 엄정화가 이서연을 안아줘 이서연이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가 알려졌다.

▶이서연이란 친구를 캐스팅할 때 내가 생각한 이랑이가 오디션에 왔더라. 이 아이가 어릴 때 연기를 하다가 한 겨울에 눈물을 흘리는 신에서 상처가 깊이 박혀있었다. 서연이를 따로 불러서 '네가 성인 연기를 해야 하는데 다시 아역으로 돌아가서 교복을 입으면 대학을 간 시간을 허비하는 것일 수도 있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세 시간을 설득했는데 서연이가 '감독님 저 이걸 안 하면 다른 데서라도 오디션을 보고 있을 거예요'라고 하더라. 서연이를 위해서라도, 이랑 역을 위해서라도 눈물 흘리는 신을 잘 찍어야 했다. 서연이가 막상 슛이 들어가니 긴장을 하더라. 정화 누나가 서연이를 안고서 쓰다듬으니 '이게 차정숙이고, 이게 엄정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서연이가 눈물을 바로 흘리더라. 서연이가 그 다음에 다른 오디션에서 눈물을 잘 흘릴 수 있게 치료가 됐다고 했다.

-'차정숙이' 잘 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대본이 잘 넘어가는 편안한 얘기더라. 편안함을 전달하는 게 1번이라 생각했다. 그걸 배우들이 잘 전달을 했다. 사람들이 코로나 때 집에 갇혀있으면서 답답함이 있었는데 우리가 그걸 시원하게 해소하는 걸 보여준 것 같다. 공감의 몫은 엄정화, 김병철의 몫이 컸던 것 같다.

-'차정숙' 시즌2도 제작될 수 있을까.

▶작가님과 나는 이전에 시즌2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가 15, 16회에 시즌2 반응을 보게 됐다. 정숙이의 홀로서기를 한 이후의 이야기, 서인호와의 관계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있겠다. 로이가 딴 여자와 만난 게 다른 시작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 생각이다.

-'차정숙'은 감독님이 연출한 그동안의 작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내 인생의 황금기', '살맛납니다', '호텔킹', '황금주머니', '나쁜형사', '돼지의 왕' 등과 결이 다른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을 맡고 부담이 있지 않았나.

▶내가 MBC에 있을 땐 연속극을 많이 했다. 이 이야기도 연속극의 틀이었지만 예상과 다른 지점이 있었다. 우리 모두가 아는 가족극이니 표현은 쉬웠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캐릭터들의 관계였다.

-특별히 코멘터리를 남기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봉사활동단이 신기했다. 주인공들이 사달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서 봉사활동을 가더라. 작가님에게 물어보니 여기서 한번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세팅 자체도 새로 해야 했다. 너무 심란했는데 마침 영하였다. 리허설을 하는데 인호(김병철)가 너무 많은 준비를 해왔고 다 쏟아붓더라.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정화 누나도 놀란 것 같더라.(웃음) 그때부터 신나게 했다. 그때부터 김병철, 민우혁이 애드리브도 하면서 신나게 했다. 일주일을 그렇게 하니 모든 배우들, 레지던트 배우들, 스태프들이 같이 묵으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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