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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고소 파문' 주호민의 13가지 해명 둘러싼 두 개의 시선 [★FOCUS]

  • 윤성열 기자
  • 2023-08-03
웹툰 작가 주호민이 특수교사 고소 논란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발표한 이후, 각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호민을 향한 과도한 비판으로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하는 반면, 개인의 책임보다 제도의 문제로 떠넘기는 주호민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주호민은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장문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지난달 26일 1차 입장문을 발표한 뒤 일주일만이다.

'교권 추락' 이슈와 맞물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주호민은 성난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총 13개로 요점을 나눠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아들 B군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은 경위, ▲성교육 강사 요구 논란, ▲특수교사 A씨와 B군의 분리 요구 대신 고소를 택한 이유, ▲5명의 변호사 상담, ▲고소 이후 및 재판 상황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글 말미엔 ▲기소된 A씨의 공소장 공개 논란에 대해서도 덧붙여 해명했다.

나머지는 과열된 분위기에 쏟아지는 자극적인 보도에 대한 우려, 고소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제도의 문제점, 다른 특수교사들에 대한 사과로 채워졌다.

입장문의 주요 골자는 고소는 학교 측의 설명에 따라 A씨와 B군의 분리 조치를 위해 선행된 조치라는 것, A씨에 대한 처벌이 우선이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주호민은 "A씨가 처벌받고 직위해제되기를 바랐던 아니었다"며 "당시엔 어리석게도 막연히 이렇게 고소하게 되면 중재가 이뤄지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A씨와 대화하지 않고 곧바로 고소한 것에 대해선 "뼈아프게 후회한다"며 "지나고 나면 보이는 일들이 오직 아이의 안정만 생각하며 서 있던 사건의 복판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학대 의심이 든 교사에게 아이를 분리하기 위해 신고를 권장하도록 설계된 제도에 대 아쉬움도 드러냈다. 주호민은 "우리가 신고한 사건이 검찰의 기소가 문제였다면 현행법상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이 입법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타인의 '밥줄'을 자르는 칼을 너무 쉽게 휘둘렀다는 비난을 많이 봤다. 시행되는 제도가 그러한 결과를 만들 것까지를 고려한 바탕에서 설계됐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원망이 있다"고 토로했다.


◆녹취록 짜깁기? 학교 측 신고 권유? 논란 속 비난 여론 여전


주호민의 추가 입장에도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주호민이 자신의 과오를 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주호민이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해명한 아들 가방에 녹음기를 넣은 행동도 여전히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의 공소장 속 A씨와 B군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A씨에게 불리하게 '짜깁기'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당 녹취록을 검토했다는 나사렛대학교 특수교육과 류재연 교수는 3일 개인 SNS 계정에 "최근 밝힌 주호민씨 2차 입장문과 관련해 그의 거짓과 피해 교사에 대한 고상한 모욕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주호민씨가 어떻게 살짝살짝 거짓말을 섞어서 자신을 방어하고, 피해교사를 은밀하고 고상한 표현으로 공격했는지를 조만간 면밀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또한 "제3자적 입장에서 피해 교사와 주호민씨의 주장 모두를 고려했던 입장을 철회한다. '허위를 반박하지 않으면 진실이 된다'는 제 직업 윤리의식에 근거해 피해 교사를 위한 당사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학교가 신고를 권유했다"는 주호민 측의 주장에 대한 학교 측의 반박도 나왔다. YTN에 따르면 학교 측은 A씨를 신고하라고 권유한 적이 없고, 오히려 A씨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호민은 논란을 의식한 듯 입장문에서 "교장 선생님은 '교사의 교체는 신고를 통해야만 가능하니 신고하라'고 했다"고 적은 문장에서 '신고하라'를 삭제했다.



◆나경원 전 의원·'말아톤' 감독, 특수교육 관련 제도 개선 한 목소리


주호민을 옹호하거나 제도 개선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운증후군 딸을 둔 나경원 전 국회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과 학생 인권이 무조건 대립적인 것으로 논쟁이 뜨겁더니, 주호민씨 사건으로 특수교육 관련해 특수교사와 장애 학생이 대립적 구도가 돼버렸다.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결론은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 간다는 것"이라며 "특수교사들의 고충도, 장애학생과 그 부모의 염려도 모두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을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특수교사 1명당 학생 수가 4명으로 터무니없이 많다는 것이다. 특수교사 정원을 늘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또한 일반교사들에게도 특수교육 관련 연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폐 아동을 소재로 삼은 영화 '말아톤'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도 주호민 사태에 대해 "과도한 빌런 만들기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개인 SNS에 "그의 아들을 포함한 많은 발달 장애 아이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히 등교할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대폭 증설하고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언론과 여론이 힘을 쏟길 바란다. 아울러 특수학교를 세우려 할 때마다 집값 떨어진다고 길길이 뛰며, 장애를 지닌 아이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빌도록 만드는 고질적인 님비 현상을 재고하는 계기 또한 되길 빈다"고 전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고양을 위해 쌓아온 그동안의 사회적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이 땅의 수많은 초원이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크다"며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충분히 봤다"고 덧붙였다.
윤성열 기자 |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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