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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잠', 느슨해질 틈 없는 긴장감

  • 김나연 기자
  • 2023-08-19
도통 느슨해질 틈이 없다. 예측할 수 없는 공포와 미스터리로 관객들을 잠들 수 없게 만들 '잠'이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어느 날 자다 깬 남편 현수(이선균 분)가 "누가 들어왔어"라고 중얼거린 뒤 다시 잠든다. 자면서도 대사를 읊는 단역 배우의 열정처럼 보였지만, 이는 부부의 삶을 뒤흔들어놓을 악몽의 시작점일 뿐이다. 그날 이후 현수는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며 이상 행동을 이어가고,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수면클리닉에 방문해 몽유병을 치료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끔찍한 일이 반복된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며 남편의 병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수진이지만, 아이를 낳고 상황은 달라진다.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탓에 수진은 극으로 치닫는다.

'잠'은 몽유병을 소재로 한 상상력을 비틀어 거침없이 내달린다. 특히 다정함이 날카로운 칼날이 될 때의 모호함을 통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배가한다. 다정한 뽀뽀로 잠을 깨우던 남편이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아늑한 가족의 보금자리가 공포의 공간으로 전복되는 셈. 익숙한 공간 속, 피할 수도 없는 공포의 대상은 관객들에게 현실감을 부여하며 더욱 긴장감 넘치는 악몽의 롤러코스터 속으로 초대한다.

숨 쉴 틈 없이 내달리는 만큼 간혹 멈칫거릴 만한 구간이 존재하지만, 영화의 전체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특히 '잠'은 캐릭터의 심리적인 변화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다정했던 부부가 잠 드는 순간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공포에 맞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전반부과 후반부, 공포의 주체와 객체가 달라지는 가운데, 정유미와 이선균의 완벽한 호흡과 연기력이 설득력을 부여했다.

정유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공포의 대상으로 변할 때의 공포심, 또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에 맞서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충혈된 눈빛 하나만으로도 스크린을 장악해내는 정유미다. 이선균의 연기 또한 명불허전이다. 다정한 남편부터 잠든 사이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극과 극의 모습을 연기하는 이선균은 도무지 실체를 알 수 없는 극의 미스터리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이다.

도망갈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공포와 맞닥뜨린 부부의 고군분투가 느슨해질 틈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스승인 봉준호 감독이 엔딩에 대한 해석을 누설하지 말라는 팁을 줄 만큼 마지막 장면의 의미를 해석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9월 6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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