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일'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강하늘이 코미디 연기에 대한 생각과 '미담 제조기'라는 평가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30일'의 배우 강하늘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30일'은 드디어 D-30,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 분)의 코미디. 강하늘은 지성과 외모 그리고 찌질함까지 타고난 정열 역을 맡아 매 장면 기대를 뛰어넘는 역대급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30일'의 개봉을 앞둔 강하늘은 "타이밍이 잘 맞아서 좋은 시기에 개봉할 수 있게 돼서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운이 잘 맞은 것 같다. 감독님께서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더라'라는 얘기를 해주셔서 한시름 놓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강하늘은 '30일'에 출연한 계기에 대해 "이건 저만의 징크스, 미신 같은 건데 저는 보통 작품을 선택할 때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보통 그 작품을 한다. 스토리에 끌릴 수도 있고, 한 포인트에 끌릴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 읽은 것"이라며 "뭐라고 표현하기는 애매한데 앉은 자리에서 저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조건 시나리오만 본다. 그 작품이 재밌으면 캐릭터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맡아야 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라며 "제가 전체를 본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보기보다는 작품이 얘기하는 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 스스로 작품의 메시지를 인지하고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작품이 정해졌고, 끌고 가려는 감독님이 계시고, 이 연기를 하면서 이 주제를 드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 감독님의 뜻을 따라야 부드럽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하늘은 정소민과 영화 '스물'(2015) 이후 재회하게 됐다. 그는 "전 사실 (정) 소민이가 나와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이었다. '스물' 때부터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걱정될 게 없었다"며 "'스물'은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정소민과 재회 당시) '스물'을 많이 떠올리지는 못했다. 감독님도 그걸 염두에 두시진 않았을 것 같다. 또 아무래도 '스물'은 남자 세 명 친구들에 관한 내용이었다면 이건 부부 관계의 내용이다 보니까 조금 다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내가 조금 더 지질해야지'라는 느낌보다 제대로 지질해보이려면 내가 지질한 걸 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민이의 리액션을 많이봤다. 소민이가 소리를 질러야 하는 타이밍이면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 얘가 소리를 지를 수 있을까'라는 고민해서 연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현실적으로 와닿는 대본은 거의 없다. 관객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특이한 상황이어야 영화가 되고 극이 되는 거다. 개인적으로 동반 기억 상실이라는 소재는 사고 장면이 리얼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촬영할 때는 위험천만하게 찍었다"고 전했다.

선배 배우 조민수는 강하늘에 대해 "코미디 선생님"이라고 칭한 바 있다. 그는 "선배님이 장난으로 '선생님 오셨습니까?'라고 하면 현장에서 모두 웃음이 터졌다.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 주시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선배님이 처음 뵀지만, 그동안 해오신 작품이 있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아우라도 느껴졌는데 진짜 소녀 같으시다. 또 캐릭터의 감정에 맞게 카메라에 걸리지 않는 발톱 색깔도 바꿔오신다. 그게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고 감탄했다.

그는 코미디 장르가 어렵지만, 다른 장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하늘은 "다만, 코미디 장르를 연기할 때는 감독님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눠야 한다. 타이밍에 좌지우지될 때도 많기 때문"이라며 "이 얼굴을 1초 더 비춰주느냐, 덜 비춰주느냐에 따라 웃길 수도, 평범할 수도 있는데 그걸 결정하는 건 감독님이다. 제가 웃기려고 한다기보다는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 감독님 스타일을 캐치해서 맞게 연기를 해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강하늘은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미리 준비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대본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현장 가면 모든 게 바뀐다. 내가 아무리 고민해도 현장에 가면 동선이 바뀌고, 소품들이 바뀌다 보니까 바뀔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촬영장 갈 때 틀과 내 대사만 외워놓고 간 다음에 현장에서 보통 만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열일'을 이어오고 있는 강하늘은 "사실 지쳤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렇지만 지쳤다는 게 모든 걸 그만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저는 우선 집 밖으로 나가면 지치는데 그게 저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잘 해내고 얼른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라고 웃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 소식을 알리기도 한 강하늘은 "출연하게 된 게 감사하다. 재밌을 것 같다"면서 "워낙 관심도가 높은 작품이지만, 저한테 '오징어 게임'은 '30일'과 다르지 않다. 저한테는 모든 작품이 똑같고, 중요하고, 덜 중요한 작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미담 제조기'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부담감은 아니고, 정정하고 싶은 건 착하다고 얘기해 주시는 건 감사한데 개인적으로 착하게 살진 않는다"면서 "다만 내 얼굴과 내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이 얼굴 찌푸리는 일 없이 웃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친구들 만나서 욕도 하고, 술도 미친 듯이 마시기도 하고, 막 착하지는 않다. 같이 만났을 때 웃으면서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서 착하다고 얘기해 주시는 것 같다.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