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의 증인 박 씨가 유아인으로부터 수면제 대리 처방을 부탁 받았던 상황을 떠올렸다. 박 씨는 패션 브랜드 E사 대표로 유아인의 공범인 유튜버 양날(본명 양승진)에게 돈을 송금해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1부(부장판사 박정길 박정재 지귀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유아인과 최 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1월 23일 열린 2차 공판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이날 박 씨는 약 2시간 40분 동안 검찰과 피고인 측으로부터 증인 신문을 받았다. 박 씨는 "유아인이 왜 친누나 명의로 스틸녹스 처방을 부탁했는지 아냐"라는 피고인 측의 질문에 "유아인은 아무래도 남자고 연예인이다 보니까 나에게 '대신 가줄 수 있냐'라고 가볍게 물어본 거다. 나도 그 당시 대리 처방에 대해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타인의 명의로 수면제를 처방 받는 게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서 '잘못됐구나' 싶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박 씨는 1회 28정만 처방할 정도로 과다 복용을 막기 위해 적절하게 처방하고 있는 스틸녹스에 대해 "우리가 친구들이랑 감기약 나눠 먹듯이, 그런 느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아인은 지난해 12월 첫 공판에서 대마 흡연 혐의만 인정, 대마 흡연 교사·증거 인멸 교사·마약류 관리법 위반 방조·해외 도피 등 혐의는 "전반적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프로포폴 외 또 다른 약물 투약 혐의에 대해서도 "과장된 부분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두 번째 공판에서는 오래 전부터 앓아온 우울증과 공황 장애, 수면 장애를 강조하면서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상습 투약을 일부 인정했다. 시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사들의 전문적 판단 하에 처방을 받아 투약이 이뤄졌을 뿐, 수면 마취제만 따로 처방받은 사실은 없다는 것. 유아인 측은 "여러 의료 시술을 받으면서 수면 마취에 의존성이 발생한 것은 맞다"면서도 "필요한 시술이 통증을 수반한다는 의사들의 전문적 판단 하에 투약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의존성이 있는 상태에서 투약이 이뤄진 것은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가족 명의를 빌려 수면제를 불법 처방 받은 점, 유튜버 헤어몬(본명 김우준)에게 대마를 권유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유아인은 지난해 10월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 씨에게는 대마 흡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보복협박), 범인도피죄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의료용 프로포폴을 181회 상습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44회에 걸쳐 다른 사람의 명의로 수면제를 불법 처방받았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한 차례씩 유아인의 구속을 시도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
4차 공판은 4월 16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으로 헤어몬의 증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5차 공판은 5월 14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이날은 유아인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해준 의사 두 명이 출석한다. 6차 공판은 6월 18일 오후 2시다. 재판부는 "증인 신문이 추가 신청되면 할 수도 있고, 증거 조사 후 어느 정도 사건을 마무리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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