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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김재철 "최민식·김고은 기에 눌리지 않으려 애썼죠"[★FULL인터뷰]

  • 김나연 기자
  • 2024-03-09
배우 김재철이 '파묘'를 통해 빛을 봤다. 긴 무명 시절을 버티게 한 힘은, 김재철을 들뜨지 않게 만들었다. 그는 차분하게 또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의 배우 김재철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3대째 집안에 기이한 병이 대물림 되고 있어 무당 화림(김고은 분)에게 도움을 구하는 박지용 역으로, 극 초반부터 담담해 보이면서도 묘한 어두운 기운을 풍기며 궁금증을 높였다.

이날 김재철은 '파묘'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회사로 연락이 왔다. '파묘'라는 작품을 준비 중인데 미팅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처음엔 놀랐다. 저는 워낙 감독님의 오랜 팬이고, '파묘'가 기획되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제목도 끝내주고, 최민식 선배님도 출연하신다고 하길래 '끝났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근데 저를 보자고 하셔서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긴장된 마음으로 만났는데 감독님이 이미 (캐스팅을) 결정하신 상황이더라. 연기도 시켜보시지 않을까 싶어서 나름대로 긴장하고 갔는데 감독님이 '재철 씨가 잘 할 거라고 믿고, 캐스팅하기로 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제가 두 손을 꽉 잡고 '은인입니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장재현 감독은 김재철의 '새로움'에 집중했다. 김재철은 "새로운 얼굴이어야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교포 느낌의 부잣집 아들 역할인데 제가 '하이에나'에 출연한 걸 보셨던 것 같다. '하이에나'의 어떤 지점에서 '박지용'으로 만들어 볼 수 있겠다고 결정을 해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의 오랜 팬이었다는 김재철은 "'검은 사제들'은 당시 너무 새로운 작품이었고, '사바하'는 극장에서 혼자 봤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일어날 수 없더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이 있었다. 이분이 굉장한 뭔가를 가지고 계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나홍진 감독님의 작품도 워낙 대단한데, 이분은 또 다른 결이라고 생각했다"며 "감독님을 실제로 만나보면 소년처럼 여리고, 슬픔도 많고, 정도 많고, 자기 사람을 잘 챙기신다. 그걸 겪으면서 '성격이 작품에 묻어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재철이 장재현 감독을 '은인'이라고 칭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장재현 감독이 '박지용' 캐릭터에 큰 애정을 쏟아줬다며 "최근에 영화 끝나고 무대인사 하면서 감독님이 카톡을 하나 주셨는데 '재철 배우라는 원석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해주셔서 울컥했다. 제가 누구보다 잘 해내길 바라셨던 것 같다"며 "감독님은 배우에게 먼저 설명해주지 않으시고, 알아서 찾아오면, 본인이 깎고, 다듬고, 만들어주면 된다는 느낌이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호텔에서 빙의되는 장면도 고민이 많았다. 그때 장재현 감독님이 안부 전화가 왔고, 그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녹음해서 보내달라고 하시더라. 제가 차에 가서 거의 50가지 버전으로 녹음했고, 그중 괜찮은 것만 골라서 보내면 피드백을 주셨다. 밤새도록 해서 목이 쉴 정도였다. '이럴 거면 만나서 할 걸 그랬나?' 싶을 정도였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러다가 감독님이 직접 원하는 음률을 녹음해서 보내주시기도 했다. 그걸 듣고, 제 것과 잘 섞어서 현장에 가져갔다. 현장에서는 기술적인 부분만 고민해도 될 정도였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호텔 빙의 장면에 대해 "목이 돌아가는 각도에 따라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CG(컴퓨터 그래픽)로 합성했지만, 돌릴 수 있는 최대한을 돌리고 연기했다. 그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서 바퀴 의자에 올라가서 기술적으로 촬영했다. 사실 그렇게 어렵진 않았고, 나중에 CG 팀이 고생하셨을 것 같다. 저는 재밌었다"며 "사람들이 그 장면에서 많이 놀라서 성공했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철은 '파묘' 속 박지용 캐릭터에 대해 "너무 자연스러워도 안 될 정도로 가공적인 인물이다. 부자연스럽게 하면 너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 중간을 잘 표현해야 한다"며 "부유하고 강인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힘을 많이 넣었다. 근데 초반에 감독님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힘을 빼면서도, 비밀스럽고 의뭉스러운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최민식 선배님과 일대일로 마주하고, 김고은, 이도현 배우를 초반에 마주하는 장면에 있어서 기에 눌리지 않으려면 기가 센 느낌의 어떤 걸 해야 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감독님이 잘 잡아주시고, 조절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인물의 줄타기를 좋게 보셨다면, 감독님의 철저한 계산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2000년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로 데뷔한 김재철은 긴 무명 시절을 견디고, '파묘'로 빛을 보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될 거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오디션을 봤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언젠가는 될 거라는 믿음이었다. 근데 기회가 안 오더라"라며 "근데 '내가 왜 안 되지?'라고 생각했으면 못 버텼을 것 같은데 '기회가 왜 안 오지?'라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밝혔다.

이어 "가끔 힘이 너무 빠지면 가족들이 힘을 줬다. 가족들에게 가장 고맙고, 주변에 좋은 선배, 후배들이 있었다. 연극은 물론, 녹음 봉사 같은 걸 하면서 꿈을 해소했다. 책을 읽고, 시각장애인 분들이 그 책을 들으면서 '나는 어딘가에는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영화만 본 시기도 있고, 연극만 보러 다닌 시기도 있다. 그 자양분이 쌓여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재철은 '파묘'를 기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그는 "그렇게까지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저는 단편 영화든, 독립 영화든 끊임없이 연기를 해왔고, 그때마다 그걸 기회라고 생각했다. 좋은 작품도 많이 있었고, 그 외적인 걸 생각하면 실망한다거나 아쉬움으로 남는데 좋은 작품을 해서 좋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이 훈련됐고, 그 마음이 건강한 것 같다"고 단단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버티는 건 자신 있다. 반짝하고, 시간이 걸리고 오디션을 봐야 하더라도 또 하면 되는 거다. 제가 무명을 겪어온 거에 스스로 감사하다. 이런 걸 깨달으라고 이렇게 늦게까지 온 건가 싶다. 불과 10년 전이었으면 이 기회에 들떠있었을 텐데 이제 그렇지 않다"며 "아이도 있고 하니까 분윳값이라도 더 벌면 좋겠다는 아빠의 마음으로 일해야 하지 않나 싶다. 마음을 다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철은 '파묘'를 통해 다시 한번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지금까지 작품 중 가장 큰 상업 영화였고, 큰 캐릭터였다. 그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일단 감사하고, 앞으로 어떤 작품이든 주어진 캐릭터를 열심히 하겠지만, 한 번 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며 "배우가 봐도 영화 속에서 보이는 이미지, TV로 보이는 이미지의 질감이 다르다. 영화로 사랑받게 된 이상 감독님들이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저를 불러주신다면,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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