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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닭강정'='민초단'·'파인애플 토핑'처럼 취향 분명한 작품이죠"[★FULL인터뷰]

  • 한해선 기자
  • 2024-03-21

"'닭강정'은 제가 극호여서 참여했어요. 다양성은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극중 '민초단', '파인애플 토핑'이 나오는 것처럼 취향은 분명하겠다고 생각했어요. 1화만 잘 넘어가면 더 넘어가겠는데 싶었고요. 고수와 비슷한 거죠. 저도 처음엔 고수를 못 넣어 먹었는데 이제 항상 넣어서 먹어요."

배우 류승룡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을 '민초단'과 '파인애플 토핑'에 비유했다. '닭강정'은 그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작품. 첫 회 첫 장면, 만화적이고 극적인 인물들의 티키타카부터 이 작품은 제대로 'B급 병맛'을 선언하고 출발하는데, 이 취향이 맞다면 '닭강정'이 한국에 등장한 것 자체로 감격적일 수 있고 안 맞다면 다음 회차 볼 것 없이 바로 하차할 수도 있다. 류승룡은 그 리스크를 안고도 과감히 도전의 길을 선택했고, 시청자에게 고수의 맛을 제안하며 어쨌든 신세계로 초대했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최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최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 '극한직업' 주연 류승룡과 '멜로가 체질' 주연 안재홍 그리고 김유정이 코믹 케미로 의기투합했다.


-이번 작품 어떻게 연기했는지. 고생 많이 했을 것 같다.

▶고생보다는 되게 재미있게 찍었다. 배우 인생에 있어서 이런 작품은 한번 딱 만나게 되는 건데, 원한다고, 하고 싶다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안재홍 배우와 재미있게 찍자고 했다. 저희에게도 설렘이 있었는데 취향을 많이 타는 작품이겠구나 싶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감자마을'도 같이 하자고 얘기했다.(웃음) 감자랑 닭이랑 저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것 같다.

-이후에도 독특한 장르를 하게될 것 같은지.

▶많은 분들이 놀란 것 같다. 저도 처음에 시나리오 한 줄 로그라인을 보고 '읭?' 했으니까. 이병헌 감독에게 설명을 듣고서도 '코로나라 많이 힘들구나' 싶었다. 그때는 웹툰을 보고 시나리오도 보고 대본을 보고서 충격이었다. 그러면서도 읽다 보니 재미있었고 기대감이 있었다. 모든 분들이 쇼킹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앞에 배치되고 그 다음에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결국엔 시공간을 떠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사랑 얘기, 인류애를 다뤄서 문턱이 있지만 그것만 잘 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단 설정 말고는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 건 판타지인데 그걸 마음을 열고 보면 재미있겠다.

-이병헌 감독 연출이기 때문에 같이 해볼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병헌 감독의 시도가 좋았다. '닭강정'은 2D를 4D처럼 만들 수 있는 감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병헌 감독이 각색하며 현타가 왔다고 했는데 배우도 연기하면서 현타가 온 적은 없었는지.

▶나는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연기하려고 했다. 오히려 라바나 BTS, 사슴을 보고 놀랐다. 유승목 선배가 자꾸 애벌레 몸짓을 해서 너무 웃겼다. 배우들이 각자 진실됨을 갖고 연기한 것 같다.

-안재홍과 현장에선 어떻게 호흡했나.

▶정호연 배우, 김남희 배우 등 한 명씩 오면 연습했는데 둘이 하는 건 연습을 안 했다. 하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게 있는데 리허설을 하면 웃음의 질량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극한직업'은 핸드볼처럼 팀워크 같았는데 '닭강정'은 랠리가 긴 탁구를 치는 것 같았다. (안재홍은)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것 같다. 곰인 척하는 여우 같다. 모든 센스가 열린 배우 같다. 앞으로가 훨씬 기대가 되는 배우인 것 같다.


-딸은 없지만 안재홍이 사윗감으로는 어떤가.

▶순정파고 재미있고 너무 좋다. 건강한 진지함도 있다. 요즘 보기 힘든 친구인 것 같다.

-안재홍과 코믹 연기를 하면서 서로 더 웃겨야 한다는 배틀이 붙진 않았는지.

▶제가 좀비가 돼서 나타났는데 서로 모니터링을 하는데 '야 내가 졌다'고 생각했다. 너무 불쌍하게 표현을 잘했더라. 같이 할 때는 저 친구가 저렇게 확장되고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고, 나도 그렇게 하니까 저 친구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그걸 만약 연습을 하면서 '이 정도만 하자'고 하면 이상하지 않냐. 서로 마비돼서 쓰러졌을 때도 짜고 한 게 아니었다. 아무튼 놀라웠다.

-'극한직업' 배우들이 연기를 보고 어떤 연락을 줬는지.

▶'닭강정 보고 뿜었다'면서 연락을 줬다.

-'극한직업' 시즌2 얘기도 있나.

▶언제든 기다리고 있다. 배우와 감독은 스탠바이 돼 있다.

-넷플릭스에서도 '닭강정'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지금까지 K좀비를 보여줬다면 이제 K푸드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분단 얘기, 학폭 얘기 등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런 소재까지 형상화시켜서 콘텐츠화 하는구나 싶었고 한국엔 이야기꾼이 많다고 느꼈다.


-마지막 장면에선 105세의 특수분장을 표현했는데.

▶4월에 찍었는데 분장이 꽤 오래 걸렸다. 조금만 땀이 나도 분장이 떨어질 수 있었다. 분장은 3시간 정도 걸렸다.

-실제론 두 아들의 아빠인데 딸을 둔 아빠를 연기했다.

▶우연의 일치인 것 같다. '7번방의 선물' 때도, '염력' 때도 그랬는데.(웃음)

-'닭강정'이 열린 결말로 끝났다. 류승룡이 상상하는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생각했다.

-음식 닭강정에 몰입하는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쉽지 않았다. 닭강정이 떨어졌을 때 '민아야'라고 부르는 것부터 '혹시 이게 민아가 아닐까'라고 시청자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뭔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고마운 작품이다.

-닭강정은 모형이었나, 실제 닭강정이었나.

▶모형을 소품팀이 너무나 똑같이 만들었다.


-'닭강정' 촬영 이후 닭음식은 잘 먹을 수 있었는지.

▶간헐적 절닭했다. 요즘은 닭 엄청 먹는다.(웃음)

-연극적인 연기를 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질감이 생기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좋은 아침입니다' 같은 상황이 나왔고 애피타이저처럼 나온 것 같다.

-김유정은 어떤 딸이었나.

▶'황진이'도 했고 '불신지옥' 때도 딸로 나왔다. 어느덧 잘 성장해서 만나서 좋았다. 너무나 즐겁게 프로답게 연기하더라. 회차가 많진 않았지만 딸처럼 할 수 있었고, 김유정 배우가 영혼을 갈아넣었기 때문에 연기를 함께 잘할 수 있었다.

-닭강정을 파전에 싸먹는 신이 있었는데 괴식이지 않았냐.

▶맛있었다. 또띠아처럼 전을 싸먹으면 맛있더라.(웃음)

-데뷔 20주년이다.

▶뭘 이룬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마지막 작품까지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이 연기하고 싶다. 생각지도 못한 작품에 참여하게 됐는데, 앞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더 다양한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제가 B형이라 그런가.(웃음) 제 생김새로 할 수 있는 캐릭터는 많이 했다. '이 작품 신선할 것 같다', '깜짝 놀랄 것 같아'라는 미션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시도는 이미 '천만 배우'란 타이틀을 획득했기에 생긴 여유가 아닐까. 천만 타이틀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치는 것 같나.

▶이미 그 타이틀을 지운 지 오래됐다. 무조건 작품은 모든 사람들이 사활을 걸고 하는 거라 잘 돼야 하는 거겠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가 다 좋은 건 아니겠고.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서 홍보하고 후회없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천만은 저 혼자 한 게 아니고 그 타이틀이 되게 민망하다.

-글로벌 스타가 된 것을 실감하나.

▶작년 11월에 브라질에 갔더니 알아보더라. 일본 'MAMA' 시상식을 갔을 때도 알아보더라. 아이돌 시상식에 내가 가도 되나 싶었는데 이번에 공격적으로 '땡큐'하고 갔더니 너무 좋더라. 일본 어린 친구들도 많이 알아봐주고.

-닭강정을 만든 기계에 들어간다면, 극중 안재홍이 '차은우!'를 외쳤던 것처럼 무엇을 외치고 싶나.

▶나는 우리 아들 이름을 외치고 싶다. 고1인 아들이 있는데 진짜 편할 것 같다. 친구 같은 아빠, 엄마가 모든 얘길 들어주고.

-아들은 '닭강정'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

▶'병맛'이라고 하더라.(웃음)

-'최종병기 활'처럼 강렬한 악역을 본지가 꽤 된 것 같다.

▶그것도 맛을 봐야 하겠다. 그럴 때가 온 것 같다. 기다리고 있다. '최종병기 활', '명량'처럼 이유가 있는 상대 역을 해봤으니 그냥 악역도 해보고 싶다.
한해선 기자 |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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