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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7년차 문정희도 힘들었던 5층.."사랑스럽지 않았다"[★FULL인터뷰]

  • 이승훈 기자
  • 2024-06-01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 제일 힘들었어요."

배우 문정희는 1998년 연극 '의형제'로 데뷔해 올해 27년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 연극 등 출연한 작품만 수십 편이기 때문에 웬만한 캐릭터와 장르는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는 지난달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가 데뷔 후 연기하기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더 에이트 쇼'는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으로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문정희는 극중 쇼를 평화롭게 진행하려 하는 피스메이커 5층 역을 연기했다. 5층은 모두가 갈등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며 참가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화를 중재하는 캐릭터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쇼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평화주의자다. 하지만 어딘지 의뭉스러운 분위기 속 쇼가 지속될수록 혼돈에 빠지며 극적인 전개를 유발, 5층의 평화주의는 결국 쇼의 존폐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데뷔 27년차 배우도 고충을 털어놓을 정도로 긴장감 가득했던 '더 에이트 쇼'. 문정희에게 5층 역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더 에이트 쇼(The 8 Show)' 인터뷰를 진행했다.


◆ "누나 진짜 5층 같아"..'더 에이트 쇼' 배우들도 인정한 문정희의 열



문정희는 5층 역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 제일 어려웠다고. 그는 "감독님이 나에게 큰 의미를 주셨다. 나는 꽤 먼저 캐스팅된 편이었다. 아무래도 역할 자체에 대한 현실감이 있어야 해서 감독님이 너무 공을 들이시더라. 내가 보기엔 이 역할이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았다.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역할이 사랑스럽지가 않은 거다. 나는 그런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착하지만 언제나 발 뺄 준비를 하고 있지 않나. 그게 진짜 평화주의자는 아닌데 손쉽게 평화주의자라고 부르지 않나. 그게 내 개인적으론 비겁했다"라며 자신이 느낀 5층 역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현실에 이런 사람이 진짜 있어야 된다'고 강조하실 때 고민이 많았다. 내가 이런 역할을 맡은 게 처음이었다. '이건 분명 장르물인데 현실적이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여태까지 했던 역할 중에 제일 힘들었다"라며 토로했다.

때문에 문정희는 '더 에이트 쇼' 공개가 되면 자신의 역할이 눈에도 안 보일 것 같았다면서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어떡하냐'라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다행히 3층 역은 감독님이 굉장히 사랑하시는 캐릭터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겉으로는 너무 친절하고 착한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부분이 내 마음 속에도 있다. 나는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역할에 대한 고민이 진짜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초반에는 5층 역에 부담감을 느꼈지만, 다행히 촬영이 진행될수록 캐릭터와 한몸이 되면서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한 문정희다. 그는 "촬영을 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5층이었다"면서 "말투도 조금 더 느려지고 친절해졌다. 원래는 목소리가 큰 편인데 현장에서는 나긋나긋해지면서 5층과 동기화가 됐다. 두루두루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었는데 이제는 오지랖도 조금 많아졌다. 대부분 집에 가지 않고 대전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집에 돌아가는 일이 없어서 약 6개월을 5층으로 살았다. 다른 배우들도 '누나 진짜 5층 같아'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 5층=분당 8만원·일급 1억 1520만원.."일주일만 있자"



문정희가 연기한 5층 역은 분당 8만 원, 일급 1억 1520만 원을 받는 인물로 8명의 등장인물 중 상위권에 해당한다. 문정희는 실제로는 몇 층에 있을 것 같은지 묻자 "뽑기였어서 복불복이니까 모르는 건데 내가 뽑았어도 중간을 뽑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성향은 5층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2층과 3층의 중간이지 아닐까 싶다"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문정희는 '더 에이트 쇼'에 참가한다면 며칠을 버틸 수 있었을까. 그는 "다들 돈에 절박한 사람들이다. 오래 있으면 힘드니까 '나는 일주일만 있자'라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 것 같다. '8층에서 일주일 있으면 좋겠다'라고도 생각했다. 배우들과 밥 먹으면서도 얘기를 했다. 목표를 가지고 들어온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다. 나는 8층에서 요가, 목욕을 하면서 일주일 있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배우들도 오래 있고 싶다고 하지는 않았어요.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촬영도 고통스러웠어요. 실제로 8명이 한 프레임에 담겨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감독, 감독, 우리의 리액션이 하나가 돼야 했어요. 테크닉적으로 너무 어려운 일이어서 동선 리허설을 정말 오래 했죠. 저희가 다 겹치지 않게 서야 했어요. 조금이라도 오버래핑 되면 다시 가야 해서 그걸 생각하면서도 연기를 해야 하니까 처음에는 많이 애먹었어요."


◆ 문정희가 밝힌 장기자랑 신 비하인드.."사실 박정민과 듀엣"



5층 역은 분당 8만 원, 일급 1억 1520만 원의 수익을 얻으며 상위 클라쓰에 속해 다른 층수 인물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으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다같이 힘을 모아야할 때는 슬쩍 뒤로 빠져 보는 이들에게 분노를 안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문정희는 "만약 내가 실제로 '더 에이트 쇼'에 참가했다면 똑같이 왕게임했을 것 같다. 게임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만든 거지 않나. 감독님이 게임들을 잘 생각하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배우들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장기자랑 장면에 대해서는 "열심히 노래했다. 많이 못 보여준 게 아쉽다"면서 "그렇다고 내가 춤을 추기엔 5층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노래에 자신이 없는데 감독님이 '5층은 단아하고 참해서 노래하자'고 했다"라고 전했다.

"사실은 박정민과 듀엣이었어요. 듀엣 노래를 했는데 여러 가지 사연이 있어서 그 장면을 쓸 수가 없었죠. 언제 기회가 된다면 어떤 무대에서든 꼭 하고 싶어요. 너무 재밌는 게 웃다가 끝났거든요. 분명 듀엣이고 화음인데 자꾸 나를 따라오더라고요. 끝까지 노래를 완성하지 못하고 웃다가 끝난 듀엣이 있었어요. 노래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저는 아쉽게 접었죠"

문정희는 류준열의 댄스 실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김설진 안무가가 도와주셨다. 우리들끼리 '못 추는 춤을 어떻게 춰야 할까?' 고민할 때 내가 아프리카 댄스를 보여줬더니 '그걸 류준열이 따라하는 걸 해보자' 했다. 너무 웃긴 거다. 아프리카 댄스는 떨고 끊는 게 많다. 류준열이 생각보다 너무 잘했다. '너 춤을 잘 추는구나? 감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너무 잘해서 '너가 생각하는 가장 심오한 움직임을 해보라'고 했다. 근데 너무 잘 춰서 감독님이 끊임없이 계속 '다시'라고 했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음악을 틀어놨었는데 (류준열이) 너무 잘 춰버려서 잘 춘 동작들을 꽤 많이 덜어낸 거다. 류준열은 실제로 춤을 잘 춘다"라며 류준열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문정희는 이병헌, 유아인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영화 '승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승훈 기자 |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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