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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개저씨'는 있다, 고로 민희진에 열광한다 [★FOCUS]

  • 김나라 기자
  • 2024-06-01
"일할 때 삐지지 마!" (어도어 민희진 대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지만, '개저씨'(개+아저씨)는 있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본업에 진심인 마인드로 세상의 오피스 빌런 '개저씨'들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리며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 모았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는 모회사 하이브와의 갈등으로 인해 지난달 25일 마련했던 첫 기자회견 이후 36일 만의 공식 석상이다.

이번 자리에선 민희진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가처분' 사건에서 30일 '승소'를 받아낸 심경, 뉴진스와 어도어의 비전 등에 관한 입장이 정리됐다. 무엇보다 31일 하이브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어도어 기존 이사 2명을 해임하고 1 대 3 구도로 재편,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야 할 상황 속 향후 대응에 대해 짚고 넘어갔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들어올 거면 '맞다이'(맞대결)로 들어와라. 뒤에서 지랄 떨지 말고"라는 과격한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국힙(한국 힙합) 원톱'으로 떠오른 민희진 대표. 뜻밖에도 직장인들의 가려운 부분을 대신 긁어주며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었는데, 2차 기자회견 역시 주옥같은 어록이 쏟아졌다는 긍정적인 여론이 일었다. 본업은 뒷전이고 미성숙한 사고방식으로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오피스 빌런의 상징이 된 '개저씨'들에 뼈를 때리며 시원한 사이다를 안겼다는 것. 의도치 않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업무와 별개의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며, '개저씨' 한 명쯤은 맞닥뜨리게 되는 실정이기에 공감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민희진 대표의 그 발언이 별게 아닌 "일할 때 삐지지 마"라는 매우 상식적인 얘기로, 비상식적인 행태에 무력감을 느끼게 만드는 씁쓸한 현실을 새삼 체감케 하며 대중의 공감을 자극했다. 민 대표는 "제가 부하 직원들한테 항상 당부하는 게 '일할 때 삐지지 말자'다. 나한테 한소리 들었다 하더라도. 뒤끝 있게 계속 그 친구 인사도 안 받고, 누가 얘기할 때 일부러 대답 안 해, 문 쾅 닫고 나가, 그러면 일이 힘들고 괴로워지지 않나. 저는 그거 진짜 너무 싫어한다. 애인 사이에서도 '유치해' 이런 느낌이지 않냐. 회사에서 일하려고 만난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 선을 긋고 일할 때는 일하고, 논리와 이성으로 얘기하다 보면 타협점이 생기는 거 아닌가 싶다"라고 꼬집으며 직장인들을 대변했다.

또한 그는 "일부러 마음먹고 '저 새끼를 엿 먹여야지', 만약 그런 마음을 갖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게 바로 배임이다"라며 "최종 결정권자가 어떤 사안에 대해 회사에 불이익이라 판단을 내리고 이유를 설명해 줬을 때 상대 쪽에서 '내가 생각 못 한 부분이네' 받아들이면 타협이고, 그렇게 일리 있는 주장에 대해선 서로 받아들여 대화를 나눠야 하는 거 아니냐. 근데 그 판단을 일부러 길게 끌어서, 우리 업계 특성상 타이트하게 빨리 처리해야 할 부분을 늘어지게 만든다면 저는 그것도 일종의 배임, 모의 단계라 생각한다. 그럼 저도 장난스럽게 얘기할 수 있겠죠. '어? 이거 배임, 모임 아니냐' 하며 약간의 경고 말이다. '판단이 더 늦어지면 안 된다, 빨리 결정 내려줘야 한다' 얘기하고 풀면 되는 거 아닐까. 우리(어도어)를 안 되게 하는 게 그분들(하이브)한테 도대체 뭐가 좋겠나. 저는 이런 관점이라는 거다"라고 현실적으로 바라봤다.
민희진 대표는 "펀치를 주고 받았으니, 그러니까 서로 한 대씩 때렸으니까 됐다 생각하자는 거다. 저도, 그들도 서로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은 상황이기에 다 '0'으로 가자는 말이다. 지긋지긋하게 싸웠다. 그러니까 이제 끝을 내고, 다른 챕터, 모두를 위한 챕터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게 제 생각이라는 거다. 아프더라도 참고 가자는 자세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하이브에 손을 내밀었다.

그는 "저는 (하이브와) 타협 의지가 있고 어쨌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같이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 이상 시시비비 가려서 말하고 싶지 않다. 문제도 봉합의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서대로 뭐부터 고쳐나갈지 따져볼 때이고, 이것이 하이브의 조직 쇄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 저 같이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조직도 바뀌는 거다. 이를 너무 '밉다'라고만 보면, 그 조직은 또 다른 부분으로 힘들어질 거다"라고 짚었다.

민희진 대표는 "그렇지만 모든 건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얘기다. 좋게 좋게 잘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또 싸울 수도 있고 어떻게 또 다르게 될 수도 있고. 하이브랑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는데, 그냥 저는 너무 피곤하다는 거다. 여론전도 너무 피곤하고 이 분쟁을 더 길게 끌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빨리 효율적으로 가고 싶다. 왜냐하면 저도 변호사 선임비로 인센티브 20억 원이 다 끝났고, 하이브도 돈이 많이 들었을 텐데 왜 쓸데없는 분쟁에 돈을 많이 쓰냐는 말이다. 다행히 법원 판결이 나오며 이제 분기점이 생겼으니 다시 얘기해 보자는 거다. '빡친 걸로 치면 누가 더 빡치냐', 이런 대결을 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배신도 마찬가지다. 제 입장에선 네가 먼저 했는데 상대는 아니고, '네가 날 열받게 해' 계속 서로 이거이지 않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걸 왜 주식회사에서 해야 하는 거냐 이 말이다. 이게 친구사이면 끝없는 논쟁으로 의절하든 뭘 하든 할 수 있는데, 우린 친구 사이가 아닌 이해관계로 만난 사람들이지 않나. 그럼에도 그 논쟁을 한 달간 했으니, 이제는 이해관계로서 결단을 내야 한다는 거다. 지겹다. 서로 어떻게 해서든 결단을 내야 한다. 저 혼자만 생각하면 편한데 뉴진스의 미래, 하이브의 미래 다 같이 생각하고 있으니까. 제가 우리 애들 자식 같다고 하지 않았냐. 우리 애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얘네들한테 '희망고문'이다. 얼마나 괴롭겠냐. 우리 같이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다 무산, 그러면 너무 괴롭지 않냐. 그런 관점에서 저도 한 수 접을 테니 접자, 피곤하다"라고 답답한 현실을 토로했다.

뉴진스와 세운 비전에 차질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순위임을 거듭 강조했다. 민희진 대표는 "이미 멤버들과 청사진을 다 그려놓은 게 있는데, 지금 제가 해임이 될 요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비전이 꺾인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저희들한테는 굉장한 고통이다. 주주분들에게도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라 생각한다. 뉴진스가 올해 6월 도쿄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고 내년엔 월드투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트랙리스트를 확실히 확보해놔야 돼서 이를 위해 올 연말엔 새 음반 발매를 준비 중이고 그런 계획들이 있었는데 이 한 달간 분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고민할 게 너무 많아져서 이런 기회, 가치를 과연 날려야 하는 건가 싶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굉장한 꿈이고 새로운 도전이고 K팝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는 기회인데 이게 누구를 위해서, 혹은 어떤 목적으로 좌절돼야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내 목표는 뉴진스와의 계획들을 굉장히 성실히 문제없이 잘 이행하는 거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이브와 어떤 타협점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희진 대표는 "솔직히 지금 싸우면서도 누구를 위한 분쟁인 건지 잘 모르겠다. 뭘 얻기 위한 분쟁인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의적으로 어떤 게 더 실익인지 생각해서 모두가 다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왜냐하면 주식회사라는 건 한 사람만의 회사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여러 구성원과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또 하나는 사업적인 비전을 위해 다 같이 가는 조직이 돼야 하는 것이지 않나. 건설적이고 건강한 논의로 다시 한번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모두를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제고가 필요하고 감정적인 부분들은 다 내려놓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방향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게 경영자 마인드, 인간적으로 맞는 도리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연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톱 보이밴드가 5년 혹은 7년 만에 내는 성과를 제가 뉴진스로 2년 만에 해냈다.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란 단어를 쓸 수 있을까, 그게 굉장히 의아하다. 이런 감정적인 단어들은 '의리' 집단에서나 활용되는 내용이지 않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고 새 비전을 만들어내야 하는 주식회사에서 쓰여야 하는 단어인지 저는 잘 모르겠다. 경영인으로서 보여야 할 자세는 숫자라 생각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숫자가 안 나오면 질타를 받아야지, 감정적으로 열심히 했다 해도 냉정한 관점에서 용인되기 어려워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어느 땐 감정, 어느 땐 이성의 잣대를, 아전인수 격으로 상황에 바꿔서 말하는 건 다 말장난으로 생각한다. 언제나 무슨 일이든 본질 봐야 한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나라 기자 | kimcountr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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