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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작' 만난 정려원 "걱정과 불안에서 '졸업'" [★FULL인터뷰]

  • 허지형 기자
  • 2024-07-14
"시작부터 인생작 조짐이 있었다"

배우 정려원이 인생작을 만났다. 그는 작품을 마치며 그동안 스스로를 못 믿었던 걱정과 불안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게 된 계기가 됐다. 배우로서도 인간 정려원으로서도 성장하게 된 걸음이 됐다.

정려원은 '졸업'을 마치며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 편의 긴 연극이 잘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두가 뿌듯했던 현장이었다. 혜진이도 잘 보내고 있는 중이고 작가님과 감독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했다고 생각해서 전반적으로 행복했다"고 말했다.

'졸업'은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발칙한 제자 이준호(위하준 분)의 미드나잇 로맨스로, 대치동 학원 강사들의 다채롭고 밀도 있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의 안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정려원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인 3월 일기에 함께 해보고 싶은 작가, 감독님들을 써놨었다. 그중에 안판석 감독님이 계셨다. 이후 5월에 대본을 받았는데, 안판석 감독님이라고 해서 대본을 읽지도 않고 한다고 했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면 이뤄지는구나 싶었다"라며 "대본을 읽으면서는 '내가 잘 해낼 수 있겠다', '차분히 기다리면 내가 하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다. 원했던 감독님이라 잘해보고 싶었다. 시작부터 인생작 조짐이 있었다"고 했다.
정려원은 그동안 '검사내전',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마녀의 법정', '메디컬 탑팀' 등으로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캐릭터를 자주 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멜로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방대한 대사량에 대본을 달고 살아야 했다. 그의 치열한 노력 끝에 스타강사 서혜진이 탄생했다.

그는 "멜로라고 했을 때 '나 이제 직업 드라마 안 할 거야', '직장인 안 할 거야' 그러면서 말랑말랑한 멜로를 해보자 했다. 그런데 대사가 너무 많더라. 초반에는 멜로가 어딨지 싶었다. '나 이거 또 외워야 하나' 했는데 감독님이 빗물에 스며들듯, 가랑비 같은 멜로를 하시려고 했구나 싶었다. 누군가의 첫사랑인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반가웠다"고 이야기했다.

또 "싸우는 신을 찍게 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흥분하게 되면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한다. 이거는 칼을 잘 갈아서 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현장에서 위하준과 버튼 누르면 나오는 것처럼 잘하자고 약속했다. 진짜 잘하지 않았느냐. 위하준 목에 핏대가 서더라. 목을 하나도 안 아끼는구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스타강사의 표정, 제스처, 추임새 등을 자문해 완벽하게 구현했다. 특히 정려원은 학창 시절을 호주에서 보내 한국 입시 문화에 대한 경험이나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는 "과외라는 개념도 없었고, 옆집 언니, 오빠들한테 문제를 물어보는 정도였다. 작품을 하게 되면서 대치동 학원에 가서 학원에 몰래 참관을 하러 갔었다. 10시 정도였는데 학생들이 정자세로 공부하는 걸 보고 '선생님이 정말 유능한 사람이구나' 했다. 그렇게 방대한 공부량을 어떻게 소화하는지 너무 놀랐다. 저는 그렇게 못 했을 거 같다. 한국 학생들이 암기는 정말 능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패션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정려원은 "강사님께 여쭤보니까 상의는 무조건 바뀌어야 한다고 하더라. 튀고 예쁜 걸 입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고민했는데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은 서정적인 느낌이라 튀어 보일까 봐 멋스러운 스카프, 운동화 정도로 보여줬다. 그리고 제가 클래식한 옷을 좋아해서 조금 절충안을 봤다"라며 "제 옷을 입고서 할 때도 있었는데 진짜 저 같았다. 서혜진을 할 때 진짜 저 같았다"고 웃었다.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던 만큼 그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부분도 있었다. 정려원은 "혜진이가 학원 강사처럼 강의하는 영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작가님이 잘 써주셨다. 제가 부탁드린 부분이라 잘하지 못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진짜 열심히 했다. 중간에 애드리브까지 많이 연구했다"고 밝혔다.

사제 간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 극 중 준호 역을 맡은 위하준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다. 그는 "위하준과 물에 젖어 엄청 진솔하게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좋더라. 초반에 대기업을 그만두고 선생님의 시선으로 보느라 자세히 못 봤는데 너무 진심이 와닿았다. 몰입되더라. '그동안 왜 멜로를 안 했냐'고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정려원은 서혜진의 결말에 대해서는 "서혜진이 졸업하는 결말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시즌2도 빌드업이 되면서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한 시즌으로 끝내기로 결정하면서 빨리 결말이 난 느낌이 있지만, 최선의 방법은 서혜진이 졸업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준호가 궁극적으로 좋은 스승이 되는 것이 혜진의 졸업 방식이었던 거 같다"라며 "이후를 생각해 보면 성장한 준호를 향해 완벽하게 선생님이라고 불러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졸업'은 자체 최고 시청률 6.6%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정려원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그는 "화제성 순위를 매기지는 몰랐다. 화제성 1위를 했다는 게 너무 기뻤다. 종영까지 못 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본방송을 보지는 못해도 OTT로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화제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전했다.

거듭 '졸업'에 대해 인생작이라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던 정려원. 그는 작품 시작 전에도, 끝난 후에도 여전히 '졸업'이 인생작으로 남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영 후에도 여전히 인생작이다. 현장 스태프들한테도 제 인생작에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라며 "저한테 콤플렉스였던, 스스로를 못 믿었던 그런 부분에 있어서 완벽하게 졸업한 거 같다. 그래서 더 인생작 같다.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허지형 기자 | geeh20@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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