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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 "데뷔 3개월만 번아웃, 사라지고 싶었는데 팬 덕분 극복" [★FULL인터뷰]

  • 이승훈 기자
  • 2024-08-04

평범한 대학생이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후 하루 아침에 트로트 스타가 됐다. 원래 가수를 꿈꿨던 건 아니었기에 갑자기 변한 주변 환경이 어색했을 수도. 때문에 데뷔 후 3개월 만에 번아웃이 와 가수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기력해진 자신의 모습과 다시 노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음을 굳게 먹었다.

가수 최향의 이야기다. 그는 대가가 없어도 한결같은 팬들의 무한한 사랑에 감동, 다시 한번 마이크를 잡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신곡 '보통여자' 발매 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스타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여자'는 때로는 사랑에 기뻐하고, 때로는 사랑에 슬퍼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트랙으로 대중적이고 중독적인 멜로디 위에 최향의 특색 넘치는 목소리를 녹여냈다. 또한 반복되는 리듬이 마치 여자의 반복되는 마음처럼 표현돼 리스너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7월 발매한 '콩닥콩닥' 이후 1년 만에 컴백했어요.

▶이제는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라 소속사가 있기 때문에 제가 잘 돼야 회사도 잘 되는 거잖아요. 많은 분들이 노력과 시간, 돈 등 공들여주신 만큼 제가 잘해야 회사에도 도움이 되니까 설렘 반, 부담감 반이에요. 2021년 2월 데뷔 이후 잠깐씩 회사와 계약을 맺긴 했지만, 잘못 들어가서 약 세 번 정도 해지를 했었어요. 어중이떠중이 식으로 혼자 활동한 게 전부인 셈이었죠.

-장군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곡 '보통여자'는 어떤 곡인가요?

▶보통 여자들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담아낸 곡이에요. '보통'이라는 단어가 '흔히', '일반적으로', '평범한', '특별하지 않은' 등의 의미가 있잖아요. 사람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긍정 혹은 부정적으로 나뉘기 때문에 저는 '보통'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이 노래도 단순한 듯하면서 오묘한 느낌을 갖고 있어요. 노래 자체가 풍기는 분위기나 이미지 자체가 묘하죠. 긍정적인 사랑 이야기 같으면서 이별 노래 같기도 하고, 트로트 같으면서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신선하고 재밌는 것 같아요.

-본인도 '보통여자'라고 생각하나요?

▶네. 왜냐하면 '너 보통 아니다'라는 말은 긍정일수도, 부정일수도 있고 상대방이 처한 감정이나 상황 등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이잖아요. 저라는 사람도 보통이 맞는 것 같아요. 엄청 대단하고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못나거나 꿇릴 것도 없어서 스스로는 '보통여자'라고 생각해요.


-'보통여자' 가사처럼 최향도 사랑 때문에 힘이 나고, 사랑 때문에 한숨을 쉬나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저는 연애에 큰 관심이 없어요. 스무살 때 첫사랑 이후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기억에 남지도 않아요. 사랑과 이별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경험이 풍부하지 않죠. 말그대로 '보통'이에요.

-그렇다면 사랑 말고 본인에게 위로가 되는 건 무엇인가요.

▶사실 노래를 가장 좋아해서 가수가 됐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노래가 가장 싫어졌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노래가 너무 싫어서 듣지도, 부르지도 않고 지겨워했었는데 결국에는 노래 때문에 위로를 받고 노래를 부르게 되더라고요. 음악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했는데 결국에는 음악이 저를 다시 달래주고 위로해주면서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지독하게 얽혀있는 것 같아요. 또 가수 데뷔 후 저를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생겼어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저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제가 지치지 않도록 응원해주신 것도 큰 위로가 되고 있어요.

-노래가 싫어졌을 때는 언제인가요?

▶가수로 데뷔하기 전, 저는 평범한 여대생이었어요. 대학교 4학년 때 KBS 2TV '트롯 전국체전'에 출연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는데 당시에는 미숙하기도 했고, 연예계에 대해 잘 몰라서 저에게 도움을 준다거나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때문에 가수가 딱 됐을 때 갑자기 바뀐 주변 환경과 제가 기대했던 것에 많이 미치지 못한 상황들이 상처와 두려움으로 다가왔었죠. 그러면서 갑자기 번아웃이 와서 당시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회사 대표님에게 '가수 못하겠다', '서울에서 지낼 수 없겠다'라고 말한 후 3개월 만에 고향인 전북 익산으로 내려갔어요. 그때는 제가 부정적인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당시 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걸 더 확대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다보니까 숨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도망치고 사라지고 싶었죠.


-두려움을 안고 간 고향에서는 어떻게 지냈었나요?

▶코로나 시기였어요. 특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게 없었죠. 콘서트, 행사 등이 다 무산됐었어요. 1년 정도는 그냥 집에서 누워만 있었어요. 사람도 안 만나서 사실 기억이 선명하지 않아요. 잠만 잤어요. '그 시기에 뭐했었지?'라고 생각하면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번아웃 왔던 순간이 사라졌죠. 이후 번아웃을 딛고 일어서는 시기부터 선명하게 기억나요.

-다시 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팬분들은 제가 노래 부르길 오매불망 기다리시는데 다른 동료, 언니, 오빠들처럼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안 하니까 팬분들이 직접 팬미팅을 열어주셨어요. 그러면서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됐죠. 그동안 무기력했던 제 모습이 멍청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를 조건 없이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마음으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혼자 열심히 돌아다녔고, 공연 등 스케줄을 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팬들이 직접 개최해준 팬미팅인 만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팬분들이 모두 제 부모님뻘이에요. 당시 홍대의 한 소극장을 빌려서 MC부터 음향, 조명 등을 직접 다 준비한 후 '가수님은 오시기만 해라'라고 해주셨어요. 저도 숟가락만 얹을 순 없어서 팬미팅 겸 미니 콘서트로 변화를 줬죠. 제가 작가가 돼서 공연, 중간 게임, 장기자랑, Q&A, 퀴즈 등 다양한 이벤트를 추가해서 팬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팬미팅이 끝난 후에는 모든 분들과 악수도 하고 사인과 함께 사진 촬영도 하면서 팬분들의 얼굴과 이름을 다 기억하려고 했어요.


-대학교에서 의류학을 공부하다가 가수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가요제 수상 이력이 있다보니까 일반인들이 노래하는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많이 왔었어요. 다만 저는 방송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당시에는 부끄러웠죠. 노래는 좋아하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꿈은 없어서 모두 다 고사했어요. 트로트 가수 제의도 왔었는데 엄마가 '트로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또 때마침 그때 '트롯 전국체전'에서 연락이 왔었죠.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나 자신을 믿고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에 출전을 하게 됐어요. '이왕 나가는 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서울로 올라와 연습하면서 트로트를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프로그램 출연을 준비하면서 옛날 정통 가요부터 공부했어요. 책도 샀어요. 트로트를 공부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한국사로도 연결되더라고요. 역사적인 이야기가 뒷배경이 되는 정통 가요도 많아서 다방면으로 공부했어요.

-'트롯 전국체전'을 시작으로 '트롯 매직유랑단', '미스트롯3'까지 출연했어요.

▶프로그램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시긴 했지만 다른 참가자들과 똑같이 영상 지원서를 보낸 후 1차·2차 예심, 카메라 리허설 등을 모두 진행했어요. 돌이켜보면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지금 가수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너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라는 말처럼 번아웃을 겪은 후 '미스트롯3'에 출연했을 때는 전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편안했어요. 저에게 뭐가 주어졌든 간에 너그럽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설렘도 생겼었죠.

-'미스트롯3' 종영과 동시에 올해 3월 장군엔터테인먼트와 계약도 했어요.

▶알고 보니 대표님이 지난해부터 저에게 연락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SNS로 DM을 보내셨는데 알람을 꺼놨어서 몰랐죠. 3~4개월이 흐른 뒤 확인하고 곧바로 대표님, 실장님과 미팅을 하면서 속전속결로 계약을 진행했어요. 저의 가능성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소속사가 생긴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안정감이 생기더라고요. 전에는 제가 모든 걸 혼자하다 보니까 조언과 충고를 해줄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지금은 회사 식구들에게 '제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어요. 회사 없이 활동할 때는 모두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언의 압박과 멸시, 무시도 많았어요. 때문에 사람에 대한 불신도 커졌었는데 지금은 가수로서,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서 저를 보살펴주는 느낌을 받다보니까 안정적인 기분이 들어서 행복해요.


-1995년생으로 올해 나이 29세에요. 최향의 20대는 어땠나요?

▶20대 초반에서 중반까지의 기억은 선명한데, 중반에서 후반은 선명하지 않아요. '트롯 전국체전'에 나간 이후 가수로 데뷔한 시기인데 '몇 달 동안 뭐했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기억이 안 나요. 20대 초중반에는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살았고 남들한테 쓴소리 들을 일 없이 참 잘 살아왔다'라고 생각했는데 가수가 된 이후에는 자존감이 많이 무너졌었죠. 앞으로 다가올 30대에는 또 다시 번아웃이 와도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롭게 극복해나가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조금 더 성숙해지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30대에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욕심이 많아졌어요.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현재 저의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과거와 다르게 활력을 얻었어요. 또 예전에는 방송도 하기 싫고 '노래만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더 즐기면서 다양하게 욕심을 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노래도 노래지만, 대중들에게 '최향'이라는 사람을 더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하고 싶어요. 예능도 나가고 싶어요. 사실 예능과 저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토크쇼, 운동, 관찰 예능 등 다 나가고 싶죠. 정글도 가라고 하면 갈 수 있어요. (웃음)

-트로트 가수로서 최종 목표가 있나요?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행복하고 길게 노래하고 싶어요. 반짝 하고 싶은 생각은 없죠. 이미자, 심수봉 선생님들처럼 좋은 곡을 가지고 롱런하고 싶어요. 가수는 곡이 생명이잖아요. 좋은 곡을 많이 발매하고, 제가 직접 작업도 하면서 싱어송라이터 면모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좋은 노래를 많이 가지고 있는 가수로서 오랫동안 음악하는 가수가 되는 게 저의 최종 목표에요.

-끝으로 올해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아직 다 말할 수 없지만, 목표했던 걸 조금씩 이루고 있어요. 트로트가 아닌 다른 장르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도 준비하고 있고, 저의 인간적인 면모도 보여드리려고 계획 중이죠. 많이 기대해주세요.
이승훈 기자 |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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